20세기에는 아이디어만으로 세상을 바꾸기 어려웠다. 더 나은 쥐덫을 발명할 수는 있지만 개인이 쥐덫을 수백만 개 만들기는 어려웠다. 카를 마르크스가 통찰했듯이 생산수단을 통제하는 사람이 권력을 쥐고 있다. ... 하지만 오늘날은 발명가가 곧 기업가가 되는 시대다. 이러한 차이가 이 책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다.


맨체스터 팹랩 관리자인 헤이든 인슬리는 팹랩을 단순한 창의력 개발 실험을 넘어서는 실험으로 인식한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개인이 무엇이든 제조하거나 변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나름 아이디어가 있다. 이곳의 목적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쉽게 현실화하도록 돕는 것이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제조가 아니라 디자인이다."


오늘날은 초기 산업혁명과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가내공업이 번창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시 신기술이 나와 개인이 생산수단을 보유하게 됐고, 상향식 기업가 활동과 분산된 혁신 활동이 가능하게 됐다. 소프트웨어부터 음악까지 모든 생산수단을 민주화한 웹 덕분에, 기숙사 방에서 창업해 억만장자가 되거나 집에서 음반을 만들어 히트를 치는 일이 가능해졌다. 디지털 제조도구의 민주화는 초기 산업혁명 시대의 다축 방적기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다축 방적기가 길드 시대의 막을 내렸듯이 디지털 제조도구의 민주화는 맨체스터를 키우고 지난 3세기 동안 세계를 지배한 공장 시대의 막을 내리게 할 것이다.


제조자들이 창업해서 가장 먼저 저지르는 실수는 비용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더 싸게 팔면 더 많이 팔 것이라는 기대와 빨리 제품을 알려야겠다는 조급증 탓이다. 심지어 커뮤니티의 자발적 도움을 받아 제조한 상품을 비용보다 비싼 가격에 파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제조자도 일부 있다. 이러한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틀렸다. 합리적 수준의 이익을 거두는 것은 사업을 지속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다른 사람이 복제품을 만들 가능성은 처음부터 오픈소스 하드웨어 모델에 내재된 것이다. 특히 오픈소스 라이선스를 통해 그런 가능성을 허용하고 있다. 이상적인 상황은 사람들이 디자인을 수정해서 DIY드론이 간과한 시장수요를 충족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오픈소스의 원래 목표인 혁신으로 장려해야 한다. ... 많은 중국 기업들이 아두이노 개발부서의 제품들을 복제했다. ... 나는 복제품을 보고 유쾌했다. ... 복제품이 나왔다는 것은 우리 회사가 만든 제품이 성공했다는 증거다.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제품이라면 복제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헤이지'라는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자신이 바로 아두파일럿 메가 복제품을 만드는 팀에서 영어 제품설명서를 중국어로 번역하는 일을 맡았다고 밝혔다. 나는 그의 신속한 작업속도를 칭찬하고, 그가 만든 중국 제품설명서를 우리 회사의 공식 중국어 제품설명서로 사용해도 될지 물었다. ... 헤이지는 우선 중국어 제품설명서를 깔끔하게 기존 제품설명서와 통합해서 영어 제품 설명서를 보던 사람도 중국어 제품설명서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도록 했다. 그다음 헤이지 자신도 자동조종장치 전문가였기에 영어 제품 설명서의 오류도 수정했다. ... 헤이지는 소스코드의 버그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 우리가 중국팀을 매도하지 않고 DIY드론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대우했기에 중국 팀도 커뮤니티 일원으로 행동했다. 헤이지는 우리 연구를 이용했을 뿐 아니라 우리 연구에 기여했다.


플라스틱, 알루미늄, 리튬 같은 원자재들은 국제원자재시장에서 어떤 나라 기업에나 똑같은 가격에 팔린다. 남은 것은 토지 비용, 전기 비용, 세금이다. 이러한 비용은 개도국보다 선진국이 비싸다. 하지만 인건비만큼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자동화 공장의 대두로 선진국 기업들이 저임금 근로자를 찾아 개도국으로 빠져나가는 수세기에 걸친 흐름이 중단될지도 모른다.  ... 독일 기업의 유연한 자동화 생산 덕분에 고임금 국가인 독일이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를 이겨내고 제조업을 유지하고 있고, 독일 경제가 유럽 경제를 이끌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어린 나이에 학교를 중퇴한 천재였지만, 애플은 스티브 잡스와 같은 길을 걸은 사람을 좀처럼 채용하지 않는다. 애플은 "다르게 생각하라"고 광고했지만, 애플의 채용 기준은 다른 대기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은 전문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채용한다. 


20년 전이었다면, 미국 잡지 편집장이 고등학교만 졸업한 19세 멕시코 젊은이와 함께 항공로봇 회사를 설립할 확률이 몇 퍼센트였을까? 오늘날은 이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미 함께 작업했고,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사람과 회사를 시작하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오히려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이력서를 받아서 좋은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채용하는 편이 더 위험하다. ... 웹은 사람들에게서 학교 졸업장이나 자격증과 상관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보여준다. 웹은 사람들이 직업이라는 맥락에서 벗어나 함께 모여 작업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비공식적 조직은 기업보다 장소의 제한을 덜 받는다. 세계 각지의 재능 있는 사람이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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