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바이올린과 함께, 그리고 내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 살아오며 느낀 바가 하나 있다. '실패는 치명적인 것도 아니고, 성공 또한 결코 영원하지 않다'...세상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으며,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시간에 승부를 볼 수 있는 게임도 아니다. 하나의 바이올린이 완성되기까지 단풍나무는 오랜 시간 비바람을 견뎠을 것이며, 전나무는 대못처럼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오롯이 제 몸을 맡겨 성장해나갔을 것이다. 그처럼 오늘 하루에 일희일비하지 말 것, 느리더라도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것,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노래하듯 즐거운 마음으로 삶이라는 악보를 연주해나갈 것...


가족이라는 존재는 이별을 경험해봐야만 그 실존적 가치를 절감할 수 있다.


피아노든 바이올린이든 하루라도 연습을 게을리 하면 손가락 움직임이 조금 뻑뻑해지기도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바이올린 연습에 더욱 매진하는 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옛날 교본들을 다 꺼냈다. 음계연습부터 천천히 잘못된 부분을 고쳐가며 손가락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았다. 


사람이 나쁜 일을 겪을 때는 기분으로 먼저 느껴지는 전조현상이 있다. 


손가락에 이상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함께 연주를 할 때면 음악에 대한 열정이 불같이 타올랐다. 그때만큼 오케스트라 생활이 흥분된 적이 없었다. 자신의 일에 열정이 있는 사람은 그 에너지를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는 모양이다. 마크 고렌슈타인. 그는 진정 내 인생의 멘토였다.


손가락은 점점 더 말을 듣지 않는데, 반대로 마음속 열정은 점점 커져만 가니 미칠 노릇이었다. 비관 속의 열정을 지닌 채 조마조마하고 안타까운 나날이 이어졌다.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정도면 나는 충분히 행복했고, 감히 내 처지로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큰 행운을 누렸다.' 그런 생각은 나를 모든 일에 초연하게 했고, 조금은 여유 있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사고의 유연함도 가져다주었다. 문득문득 앞으로 닥쳐올 내 막연한 미래가 걱정됐지만 애써 침착하려 했다. 3년 동안 나는 전보다 더 성숙해져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게 어찌 보면 나에게는 약이 됐다. 이탈리아 유학에 대해 지식이 많았다면 이것저것 재느라고 용기를 내지 못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긴 시간 바람과 햇볕에서 단련된 나무는 아름다운 바이올린을 품고 있다. 얼마만큼 깎고 다듬고 담금질하느냐에 따라 내 인생의 소리 역시 달라지리라.


삶을 살아가며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 나는 꿈을 갖는 일이라 생각한다. 꿈은 꿀 수록 현실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중간중간 이정표를 세워두는 것이 좋다. 꿈은 너무 아득해 보여서, 가다가 길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목표를 둘 때 꿈은 현실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다.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 않으리라. 슬픔은 잊으라고 있는 것이고 기쁨은 누리라고 있는 것일지니. 삶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나는 반드시 이 슬픔과 상실감을 넘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야 할지니.


"사람이 살면서 그 순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때 해야 할 일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항시 그 순간을 그냥 보내선 안 된다." 아버지의 그 말씀은 내가 어디를 가든 스스로 바로 설 수 있게 만드는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몸도 마음도 오그라들기 마련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그 안에서 답을 찾고 스스로 길을 만들려고 노력할 때 희망의 빛은 점점 세진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맨 땅에 헤딩하는 막막한 기분은 이제 제법 구체적인 계획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부축해서 함께 성당에 가려고 오신 것이었다. ... 나이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여인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세상 어디를 가나 국적에 상관없이 자신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꼭 있기 마련이다. 세상은 그래서 아직도 살 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인지도 모른다.


우연치고는 정말 기막힌 우연이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와도 너무 우연적이라고 말할 법한 일이 실제로 나에게 일어나니 정말이지 신기했다. 세상은 종종 뜻하지 않은 기쁨을 주기 위해 '인연'이라는 오아시스를 곳곳에 숨겨두는 것 같다.


세상에 영원한 관계란 없다. 잠깐 땀을 식히고, 머리를 기대고 쉴 수 있을 뿐,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머물 수는 없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언제나 이별 앞에 담담하지 못하다. 나는 언제나 이별에 서툴다.


그렇다고 되지도 않는 것을 반복해서는 늘 고만고만한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만의 연습방법을 터득했는데, 그 방법이 바로 느린 박자로 메트로놈을 고정시키고 또박또박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는 방식이다. 느린 박자로 하는 연습은 연주 전체를 안정시켜주기 때문에 큰 효과를 보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누구에게나 곁에서 걱정해주고, 격려해주고, 인정해주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몇 날을 밤새 공부하느라 내 책은 온통 알아보지도 못할 글씨들로 빨갛게 채워져 있었다. 선생님은 그런 내 노력에 무척 감동을 받으신 듯했다. ... 노력은 어느 순간이든 보답을 받게 되어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감동시킨다. 그리고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간다.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과는 밥을 같이 먹으라는 말이 있다. 그건 한 상에서 같은 음식을 먹으며 많은 것을 서로 나눌 수 있기 때문이리라. 우리들은 그 한 끼의 식사에 훨씬 더 친밀한 정을 나눌 수 있었다.


빨리 시작한 사람이나, 늦게 시작한 사람이나 시작하는 그때가 바로 가장 적기다. 아무리 늦게 시작이 늦었다 해도, 남들보다 그 결과가 조금 늦을 뿐 결과는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늦었다고 시작도 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이 없다...


사고의 전환, 사고의 역발상은 언제나 필요하다. 나는 지금도 후배들에게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는 그 일이 생겨서 조금이라도 득이 되는 일이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 세상 어떤 일에도 양면성은 있다.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센 건 아마 마음일 게다.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나 또한 그들을 닮고 싶다. 그렇게만 된다면 나도 누군가의 마음속에 영원히 잊히지 않는 사람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어머니 첫 제사 때, 아버지는 자식들보다 먼저 절하시겠다고 하고는 그 자리에 엎드려 내내 우셨다. ... 아버지는 두문불출하셨다. 겨우 외출할 마음이 생기셨나 싶으면, 어머니와 젊은 시절을 함께 보냈던 곳, 옛날에 거쳐왔던 동네와 집을 찾아가 추억을 더듬어보는 것이 고작이셨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만큼 아름다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영리한 사람은 남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그 영리함은 결국 관계의 지속성을 갖게 해준다. 적어도 내가 아는 영리한 사람들은 상대방의 기분을 읽을 줄 알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 주위에 사람이 많은데 정작 내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묻는다. 당신은 상대방에게 적절한 사람이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냐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는 상대방 기분을 읽을 줄 모르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우둔한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 ... 나는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좋은 사람들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나 또한 영리해지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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