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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병 -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우리 시대의 가족을 다시 생각하다
시모주 아키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2015년 7월
평점 :
일본인 작가의 책이다. 가족이라는 공통고민과 주제로 제목에 이끌리어 그녀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기로 하고 하루 시간을 내어 한번에 다 읽어내려갔다. 그녀의 인생이야기가 우리와는 다른 나라, 게다가 지금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분위기에서 어색한듯 비슷한 듯 천천히 나에게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작가의 아버지는 군인출신이다. 일본이 가장 군사적으로 왕성하던 시기에 본인의 재능, 적성인 미술과는 멀어지면서 점차 군인으로서의 살아갈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는 나이가 들수록 권위적이고 자신의 삶의 방식이 점차 고착화되는 느낌이랄까? 시대와 역사가 다르고 나라가 다르지만 그러한 아버지를 바라보는 새로운 사회에 살아갈 교육을 받은 딸의 눈에는 상당히 반감을 주는 아버지일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히나 전처의 자식인 오빠와 작가 즉 여동생, 아버지의 입장에서 아들과 딸을 결국 헤어져서 살아가게 만든 아버지의 모든 것이 참으로 원망스러웠을것이다. NHK의 인기 아나운서의 입과 글로 전개된 가족이라는 병은 일본에서도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일본에서 작가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다녀오는 데 재일교포 남자아이들이 따라오면서 못살게 굴자, 작가의 어머니가 이유를 물었고 우리의 아픈 역사인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일본으로 강제징용으로 끌려온 우리 민족의 이야기, 그 학생들의 부모 이야기를 하자 어머니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예의를 갖추자 다음에는 그런일이 없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식민지라는 역사가 군데군데에서는 달갑지만 않은 이야기인것같았다. 일본이 전쟁에서 지고 전쟁책임론에 의해 아버지의 사회적 영향력이 쇠퇴하자 집안에서의 짜증과 신경질 같은 행동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로 인해 아버지와 아들, 즉 작가의 오빠가 갈등하고 그러면서 헤어져 살게 되고,,, 마지막 4장에 아버지와 어머니, 오빠에게 쓴 편지를 읽으면서 신기한 경험을 하였다. 마치 내가 내 가족에게 못다한 사랑, 존경, 원망, 질문 등을 하는 것 같은 감정이입이 일어났다.
안타깝게도 이미 세상을 떠난 가족에게 답을 들을수 없는 한방향의 대화인 편지는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지금 현재 내가 나의 가족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헬리콥터맘, 잔디깍기맘 등 요즘 우리 엄마들은 아이들을 위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경제적으로 올인한다. 그로 인해 아이들이 행복하다기 보다는 '기대'에 의해 더 부담스러워하고 병에 걸린다. 요즘 심심찮게 등장하는 '자살'과 같은 사건도 이러한 가족의 기대와 사회의 기대가 사람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부부 사이에도 '기대'를 하기에 그에 따른 실망이 커서 갈등이 계속 생기는 것같아 이제부터는 그 '기대'를 조금 낮추려고 한다.
작가의 인생에서 우리가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때로는 의아해지는 부분도 있다. 어찌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공감하는 부분에서도 맘이 울리고, 우리 나라와 일본이라는 문화적 배경이 달라서 의하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들 누구나 쉽게 말하는 '트라우마'의 핵심은 어린시절의 경험과 상처들이고 그것은 모두 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므로 이 책이 화제가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아이들의 어린시절은 어떻다고 말할수 있을지 이제 우리가 어느정도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하고 그 시작은 우선 나부터이란걸 잊지 않게 해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