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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까지만 거짓말하기로 한 날 ㅣ 문학의 즐거움 51
신현이 지음 / 개암나무 / 2015년 5월
평점 :
저녁까지만 거짓말 하기로 한 날, 딸아이가 먼저 읽고 엄마인 내가 읽게 되었다. 아들아이가 옆에서 듣게 되었는데, 사실은 책 제목때문에 좀 조심스러웠다. 도대체 어떤 거짓말인지 사실은 조금 걱정스러워졌다. 하지만 내용을 다 읽고 나서는 아이들의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찬찬히 풀어낸 이야기라서 어쩌면 나의 유년시절의 한 단면을 보는 것같아서 신비롭고 예전의 기억이 소록소록 나는 애착이 생길것 같은 책이다.
현우은 엄마와 둘이서 살고 있는 아이다. 아버지는 현우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13살차이로 결혼한 엄마는 아들과 둘이 살아가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중이다. 아버지가 아마도 살아계셨다면 엄마는 변호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결혼만 해주면 원하는 것을 할수 있게 해준다고 했을때 엄마는 대학에 다니고 싶다고 했단다. 그러한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결혼생활을 하던 현우의 어머니는 남편의 죽음으로 갑자기 큰 변화를 겪게 된것이다.
예준이는 예호라는 동생과 ,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아마 부모님이 돌아가신 모양이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어린이집에 다니는 동생을 돌보고 과일가게를 하는 할머니의 마음까지 헤아릴줄 아는 일찍 철든 친구이다. 기태는 비교적 괜찮은 환경에서 살아간다. 대학총장을 지내는 아버지와 미술을 전공한 어머니, 그리고 올백을 항상 받는 기태, 같은 아파트에 살아가는 다른 친구들은 강남의 명문초등학교, 사립학교에 다닐때 아버지는 다른 뜻을 품고 사회를 경험하라고 일반초등학교에 보냈다고 하는데 나름 아버지와 교육자로서의 자존감과 명예도 중요하게 생각하여 아들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을때에는 서재에서 몇시간씩 세워놓을만큼 엄격한 모습을 보인다. 기태는 친구가 간절한 나름 가엾은 아이이다. 하윤이는 여자아이인데 여자친구가 별로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가 서먹서먹하며, 어머니는 아버지의 실직으로 부동산을 하며, 자신만의 작은 교회를 지하에 구해 영혼의 자유와 종교적 평화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어머니와 점점 거리를 느끼는 하윤이는 그래서 예준이, 기태, 그리고 현우와 함께 친구와의 우정의 경험을 나눈다.
각각의 아이들이 상황과 에피소드가 소개되면서 다들 그럴만한 환경에서 그럴만한 이유로 나타나는 성격과 행동에 나와 나의 자녀,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을 관찰하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현우가 기태의 집에 놀러가기 위해 시작한 거짓말이 결국에는 학원버스운전사의 폭력에 대해 친구들이 함께 복수하려는 단체행동으로 나타나고,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들의 심리적 변화, 가족과의 대화 스타일, 그리고 부모의 대처, 어른들이 각자 자신의 관점으로 대처하고 도와주거나 이해하는 모습, 때로는 그저 지나치는 상황이 참으로 섬세하게 묘사되어 작가의 표현력과 관찰력에 존경을 하게 된다.
아이들의 성장기를 하루의 사건을 통해 함께 숨쉬고 뛰어다니고 가슴졸이게 하는 과정을 통해 경험하다보니 나의 성장기, 사춘기, 그리고 우리 아이의 사춘기와 더불어 건강하게 성장하는 모습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