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 - 살아가는 동안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
루프레히트 슈미트.되르테 쉬퍼 지음, 유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로이히트포이어라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근무하기로 마음먹은 요리사 루프레히트의 이야기이다.
 멋진 레스토랑에서 인정받는 일류 요리사였던 그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명예, 부, 성취감 이런 것들이 어느덧 시간이 흘렀을때 무언가 허무하고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가 선택한 새로운 인생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납득할수 없는 선택이었다. 인생의 마지막 길에서 즉 시한부 인생으로 죽을 날만 기다리며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는 환자들이 있는 그 곳에서 그가 하는 일이 바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환자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엄격한 공무원의 생활을 하다가 이곳으로 들어와서 생크림케잌에 빠져 달콤한 맛에 매료된 사람의 이야기가 있고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순무 무스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정말 그 환자가 예전에 먹었던 그 맛을 내기 위해 레스토랑의 고급요리에만 익숙한 루프레히트의 온 정신을 집중하게 만든 이야기, 병환이 점점 깊어져 식욕도 잃어가고 미각도 잃어가서 음식이라면 치를 떨며 어떤 음식도 달갑지 않았던 환자가 루프레히트의 정성과 센스로 음식의 맛을 음식의 색을 통해 느끼며 함께 얘기하면서 삶의 의욕을 다시금 불태우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그중 난 엄격한 엄마와 엄마와 결코 가까워질 수 없었던 딸의 이야기에 관심이 쏠린다. 남편을 잃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렵게 하지만 악착같이 절약하고 인내하고 절제하면서 살아가던 이 엄마는 일하는 시간,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만이 삶의 전부 인양 생각하고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밖에 돌아다니면서 노는 것이나 아이의 친구가 집으로 방문하는 것을 꺼린다는 대목에서 말이다. 혼자서 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부족한 것이 없이 살려고 애썼지만 결코 다른 집보다 그 가구들이나 물건들이 갯수가 많을수 없었고 항상 부족하였고 그런 것을 아이들이 보고 가서 자신의 부모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염려하여,, 즉 혼자서 어렵게 아이들을 키우는 안타까운 가정으로 비치는 것을 꺼려한 엄마의 지나간 세월에 대한 딸의 이해가 담겨있는 글을 보니, 마치 우리들의 지나간 세월을 보는 것 같았다.

 

 지나간 시간동안 엄마는 딸아이에게 항상 명령조로 이야기하고 예의를 가장 중시여기면서 아이도 힘들었겠지만 , 그녀 또한 얼마나 자제하면서 자신에게도 인색한 삶을 살았다는 걸 호스피스병원에 와서 엄마가 원하는 것을 말하는 걸 보고 깨닫게 되는 딸이 마치 나의 미래모습이 될 것도 같기 때문이다. 항상 부족한 듯 또 정이 없는 듯 소원하게 지내는 가족들이나 엄마와 딸 사이가 우리들 중 더러 나타나는 모습이라서 눈물겹기도 하다.

 

 딸아이에게 예쁜 스웨터를 사오라고 하고, 자신이 너무나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하던 그림을 사오라고 하는 엄마의 모습에 딸아이는 순전히 엄마의 맘을 읽고 따른다. 지금 내 딸이 어떨까라는 생각보다 내가 엄마에게 어떤 딸인가 되짚어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어느 부부의 이야기, 젊은 시절, 연애 시절 서로에게 더 없이 다정하고 항상 애정표현을 숨기지 않았던 부부의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병에 걸리게 되고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하면서도 서로를 떠나보내지 않으려는 애절한 사랑, 동반자의 애정이 전해져서 더욱 안타깝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그저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지막 식사가 될지도 모르는 한끼의 식사 때마다 그들이 정말 먹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대화하고 그들이 원하는 그런 음식, 이야기가 담긴 음식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다해 일하는 프로의 모습에서 성스러움마저 느껴진다.

 

 환자 뿐 아니라 그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가족과 손님들, 그리고 그들과 늘 함께 생활하는 직원들에게 항상 맛있고 새롭고, 정성이 담긴 멋진 요리를 만들어내는 그야말고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영웅이 아닌가 생각한다.

 

 만일 내가 그곳에 가야할 때가 되어 가서 무슨 음식을 먹고 싶으냐고 물어본다면 무어라고 할수 있을까?

 나는 나보다 나의 남편이, 나의 아이들이 어떻게 말할지가 더 궁금하다. 내가 만들어준 음식이기를 바라는 욕심때문일까?

 추억이 담기고 감동이 담긴 그런 음식을 만들어 주는 아내, 엄마이고픈 맘이 든다.

 

 왜냐하면 나도 나의 친정엄마가 만들어주시던 음식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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