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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1 ㅣ 뫼비우스 서재
칼렙 카 지음, 이은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칼렙 카의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정말 명작이라고 소문으로만 들었던 그 작품...
아!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압도했다. 아니 수준이 한참 밑인 내가 이런 말할 처지도 아니지만 단순히 소설(픽션)의 단계를 넘어선 대중적인 역사소설(팩션)의 표준을 제시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평가를 받은 그 작품이다.
처음에는 좀 지루했다. 모든 건물, 길, 거리 하나하나에도 세세한 묘사로 인해 긴장감이 떨어지고 페이지턴이 무척 더뎠다. '내가 너무 기대치가 컸나?' 라고 생각될 즈음 요즘 베스트셀러 대부분이 그렇듯이 쉽게 읽히고 빠른 사건 전개와 뒤통수 치는 반전에 너무 길들여져 있다는 점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중반으로 갈수록 펼쳐지는 이야기에 그 긴장감과 속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며, 그 논리 하나하나, 추론 하나하나에 점점 빠져 들었다. 그러니 이제 지루하기만 하던 그 건물, 길, 거리 등에 대한 세밀한 묘사까지도 점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완전히 그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그 시대를 산 사람처럼(아니 실제 그 시대를 살아도 이렇게 자세히는 모를 것이다.) 100년 전의 뉴욕의 거리와 그 당시의 상황, 분위기 등을 제대로 고증하고 연구하여 작품을 썼다는 것을 제대로 느꼈다.
미 대통령에 오르기 전 뉴욕 경찰청장으로 일하던 시절의 루스벨트 뿐만 아니라 J.P 모건, 퓰리처, 허스트, 델모니코 레스토랑 처럼 실제 인물들의 묘사로 그 당시 어떻게 그 업적을 이루었는지가 간간히 나옴으로서 재미를 더 했다. 물론, 팩션이라 인물들과의 설정이 약간 틀리긴 하지만(소설 속 제이콥 리스는 47살, 링컨 스테픈스는 30살이지만 서로 야자에 티격태격하는 친구로 묘사되지만) 이는 이 작품 속에서 티끌만큼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또한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지문 감식법이나 베르티용 검사법 같은 다양한 과학수사기법이 등장하고, 범죄자의 심리를 추적하기 위해 비슷한 범죄자들을 인터뷰하며 범인의 실체를 재구성하는 과정 등이 상세하게 묘사된다. 범인의 협박 편지 한 장을 단서로 범인의 필체, 감정, 학력 등 다양한 특징과 정황을 추론해내는 프로파일링 기법은 가히 혀를 내두르게 한다.(아마 두 세번은 더 읽어봐야만 할 것 같다.)
이 소설은 예상대로 그리 밝지 못하다. 주제부터 소재까지...술과 마약, 매춘, 특히 아동 동성애 매춘이 주 소재이니 그러할 것이다. 거기에 살인하는 방식까지...웬만한 호러물은 저리 가라다. 이런 무거운 얘기를 끌어가면서도 이 책의 '나'라는 화자인 신문기자 존 무어를 내세워 의외로 곳곳에 고급스런 유머와 상황을 설정하여 분위기를 의외로 경쾌하고 밝게 이끌어가는 점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미친 사람이 범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미친 사회가 범죄자를 만들어낸다는 사회고발적인 주제에 자식 둘을 키우는 부모 입장의 나로서도 느끼는 바가 남다르다. 어제 때린 꿀밤 2대...이제 초딩 6학년이라 사춘기에 접어들 나이인데...
암튼,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를 가훈으로 열심히 정성껏 사랑으로 키워야겠다. 뭐 사회가 어떻고 나라가 어떻고...이런 거 따지기 전에 내 가정부터 잘하면 되지 않을까...부디 많은 건 바라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도 커서 이 아비와는 다르게 다른 이에게 봉사하고 기부할 줄도 아는 그런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쓰다보니 반성문...?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