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제너레이션 - 좀비로부터 당신이 살아남는 법
정명섭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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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로부터 당신이 살아남는 법 ; 좀비 제너레이션(ZOMBIE GENERATION)

 

 

 살아있는 시체인 좀비, 직접 마주한다면 어떻게 될까?

 좀비에 관련된 책이라기에 좀비 자체에 집중 조명한 소설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책은 정말 진지한 자세로 좀비에 임할 것을 요구한다. (장난스러운 책 표지와는 다르게...)실제 눈 앞에 좀비들이 창궐했을 경우에 대비하는 '지침서', '메뉴얼' 이라고나 할까.

 

 

 난 워낙 징그럽고 잔인한 것을 싫어해서 당연히 '좀비'도 싫어한다. 그래서 좀비가 나오는 영화도 제대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검은 얼굴에 빨갛고 튀어나온 눈, 도드라지는 혈관 등 거부감이 드는 것 뿐만 아니라 꿈에 나올까 무섭다. 뭐 근래에 나온 좀비 영화중에 '웜바디스' 라고 해서 좀비에 대해 조금 색다르게 조명을 한 로맨스 영화가 있기는 하지만.

 

 

 

 

 

 (잘생긴 웜바디스 속 주인공 좀비! 다른 좀비영화 사진들 넣으려고 했는데 찾다보니 여기에 올리면 혐오짤이 될듯해서 포기 )

 

 

  좀비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실제로 주위에 좀비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이 은근 많다), 서양을 배경으로 한 좀비영화는 많지만 아시아, 특히 우리나라에서 만든 좀비영화는 한 편도 없다. 그 점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래서 안심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는 좀비에 관련된 알려진 어떠한 내용도 없고, 그러니 적어도 이 한반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 『좀비 제너레이션』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설득당하게 된다. 우리나라에도 언제 좀비가 나타날 지 모른다는 사실을.

 

 

 사실 우리나라 대다수 사람들이 좀비의 존재에 대해 믿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고. 그러나 작가는 확실히 좀비의 존재를 믿고 있는 듯 하다. 우선 책의 저자 표시에 있어서 '정명섭 기록' 이라고 되어 있는 점이 그러하다. 정명섭 지음, 정명섭 씀, 정명섭 작가 등 뭐 이러한 많은 표현들을 모두 제껴두고 정명섭 기록이라니. 좀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좀비를 믿는 이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여 지침서를 남겨두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내용을 봐도 그렇고.

 

 

 

 

 

 이 책은 서울이라는 도심 한복판에 좀비가 나타나 순식간에 넓은 지역에 걸쳐 확산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며, 동시에 주인공이 좀비에 대처하는 방식을 그린다. 이야기에서 그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주인공이 적어나가는 '좀비 생존 메뉴얼'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2주마다 들르던 이상한 회원들이 놓고간 작성 중이던 자료 '좀비 생존 메뉴얼'을 보고는 콧방귀를 뀌던 주인공이 실제 좀비의 등장을 겪고는 살아남은 이들, 다음 세대의 사람들을 위해 계속해서 메뉴얼을 적어가는 내용이 책 속에는 자세히 나와있다.

 

 

 

 메뉴얼 내용이 얼마나 자세한가. 아래와 같이 좀비에 대응하기 위한 온갖 무기의 종류와 그 무기별 효욜성을 다룰 정도이다.

 

 

 좀비가 나타나기 전 징후를 포착하는 단계에서부터, 좀비 등장 후 경고 단계, 확산 단계, 봉쇄 단계, 진압 단계 등까지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그럴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좀비가 나타난다면, 이 책을 챙기는 것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 될 정도이다.

 

 

 책의 맨 뒷부분에 [노트]라는 챕터에는 '좀비의 역사와 프리덤 워치'에 관한 내용이다. 좀비의 역사, 이후의 좀비 등장 사례들, 프리덤 워치(좀비에 대한 감시와 대책을 논의하는 조직인 프리덤 워치)의 창립과 발전에 관한 내용이 자세히 설명되고 있다. 너무나 사실적이고 구체적이어서 이것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단순한 '허구'인지, '진실'인지 분간하기가 힘들다. 꼭 김진명 작가나 김중혁 작가의 소설처럼 말이다.

 

 

 

 좀비는 도대체 왜 생겨난걸까. 여타 다른 귀신들이나 뱀파이어 등의 존재와는 확실히 다르다. 신화나 전설 속에서 자연스레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과오로 인해 인간에게 증오심을 품는 존재가 탄생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에필로그 부분에 남겨진 글이 강하게 와닿는다.

 

 

p. 198 - 우리는 똑같이 탐욕스럽고, 집요했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며, 지극히 잔인한 점도 같았어. 어쩌면 우리와 너희들의 차이점은 아주 작거나 거의 없을지도 몰라. 인간의 내면이 가지고 있는 잔인한 본능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 어쩌면 너희, 좀비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너희들을 미워해야 할지, 아니면 측은하게 여겨야 할지 혼란스러워. 인간들이 좀비들을 두려워한 것은 괴물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들이 탄생시켰기 때문이지. 좀비 바이러스 때문이든, 아니면 내가 알 수 없는 그 어떤 이유 때문이든 좀비의 탄생은 인간의 의지가 개입했어. 우리의 탐욕과 분노가 너희들을 세상에 만들었고, 그 대가를 처절하게 치루는 중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희생자이면서 가해자이고, 먹잇감이면서 주인이기도 하지. 어쨌든 이 모든 일의 시작이 인간이 있다는 점은 명백해. 어쩌면 우리는 공룡처럼 멸종의 길을 걷고 너희들이 이 땅의 주인이 될 지도 모르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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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음과 모음 공식 리뷰단 1기 강정민.

열 번째 도서 『좀비 제너레이션』

책은 지원받아 읽었지만 서평 내용은 온전히 저만의 생각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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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하루 다른 행복 - 부처 핸섬, 원빈 스님과 함께 가는 행복의 길
원빈 지음 / 이지북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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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글자가 왜이리 어렵냐며, 투덜 투덜대며 한자를 쓰고 있는데 옆에 밀어두었던 이 책『같은 하루 다른 행복』이 보인다. 가만보니 책표지에 계신 분이 스님이셨다. 한자랑 절이랑 스님이 참으로 가깝게 느껴진다는 뜬금없는 생각과 함께, 한문공책을 접고 책을 펼쳐든다. 이렇게 할 일을 또 미루고 말았다.

 

 '부처 핸섬' 이라니, 스님과 어울리지 않는 유머코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순간 나의 편견이라는 생각을 깨달았다. 나는 얼마나 많은 쓸모없는 상식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다니는가 하고 생각을 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짧은 순간일지 모르지만 나의 기존의 상식의 벽이 조금 흐물흐물해진다.

 

 

 내가 비록 무교이긴 하나, 불교라는 종교를 매우 존중하고 좋아한다. 어렸을 적 할머니를 따라 절에 몇번 가보았을 때의 편안함 때문이기도 하고, 소박하고 검소한 무욕의 삶을 사시는 스님분들, 모든 이들을 존중하고 남에게 자신의 것을 강요하지 않는 모습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절을 찾아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큰 산에 갔을 때 절이 보이면 지나치지 않고 꼭 들른다. 그냥 산에 오르는 것보다는, 절에 들렸을 때가 마음이 훨씬 평온한 기분이 든다. 절에서는 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내려놓고 반성하게 되고, 행복한 기분이 들면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어진다. 나는 조금 더 여유로워지고, 조금 더 느려지고, 그러면서도 그에 대한 불안감은 사라진다. 

 

 

 

 

 

 

 실은 스님의 설교글이겠거니 하며, 옳고 바른 짤막한 글들이겠거니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있어서 금방 읽을 뿐만 아니라 내 자신에게 창피한 생각마저 든다. 시작도 하기전에 그러한 생각을 저변에 깔고 가다니, 내 자신에게 실망스럽기도 하다. 아무튼 원빈 스님의 글이 재미있는 것은 이 분께서 소통의 방식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상대방에게 거부감 들지 않게 조언하는 방법도 알고 계시고. 게다가 법사, 주지스님으로 활동하시면서 겪은 일화, 신자들의 고민 상담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거리감없이 읽을 수 있었다.

 

 

 

 예전에는 스님이라 하면 그저 삶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말 완전히 무욕의 세계로 들어가서, 혼자 조용히 산 속에 들어가서 사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세속적인 모든 것과 연을 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 것은 분명 내가 그리 배웠기 때문이었다. 나는 학교를 다니며, 역사와 문학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그런 인식을 나의 인식으로 삼은 것 뿐이었다.

 요즈음 스님분들은 페이스북도, 나도 잘 안하는 트위터도 열심히 하신다. 책도 많이들 내시고. 이는 그분들이 세속적인 것과 미련을 끊지 못해서가 아니고, 남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착한 마음, 착한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소설가가 아닌 이상, 끊임없는 명상에서 쏟아져 나오는 글들은 거짓되지 않고 진실하다. 글은 그 사람의 성품을 온전히 내보이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 동안 명상을 많이 할 때가 있었다. 원래 명상하는 것을 좋아해서, 항상 자기 전 침대에 누워 한 두 시간씩 명상을 하고 자고는 했다(불면증 때문이 아니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베개에 머리대고 5분 이내에도 잘 수 있다). 물론 그 명상이 망상이 되고, 몽상이 되는 순간들도 많았지만.

 

 명상은 하루를 정리해주었다. 안좋은 감정들은 최대한 털어버리도록 해주고, 다음날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어 주었으며, 꿈을 되새기게 해주고, 나 자신을 다독이도록 하는 것은 명상의 힘이다. 이런 좋은 명상을, 내가 꽤 오래 쉰 것이다. 위의 원빈 스님께서 쓰신 글을 읽는데, 저 글 속에 등장하는 신도가 하는 말이 꼭 내가 하는 말 같았다. 물론 내 삶이 지옥같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다음말들이 어쩜 내가 요즈음 하는 말들과 닮아있던지.

  

 근래에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그 말 뒤에 항상 따라붙는 말이 뭐였느냐 하면, 바로 '스트레스 쌓인다'라는 말이었다. 나는 의도치않게 바쁜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그러한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었다. 스님의 말씀대로 마음의 오염물인 스트레스.

 그럴수록 더욱 명상하는 시간을 가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오염물이 쌓이고 쌓인 것이다. 얼른 마음의 찌꺼기를 제거해주었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내 마음은 더욱 무거워지고, 더욱 가빠지고, 그에따라 우울해지고, 자신감이 사라지고, 나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다행이다. 내가 나를 아주 아래에 있는 땅끝까지 끌고 내려가기 전에, 이 책에서 얻은 것이 있어서. 다른 말들은 그냥 재미있고 유익하게, 쭉 읽고 지나간다고 쳐도, '명상'이라는 한 단어는 확실하게 건졌으니까. 

 

 

 다시 명상을 시작해야겠다. 나는 다시 명상을 시작하고, 그 때문에 잠을 자는 시간이 조금 줄어들지는 모르지만, 오늘부터 명상을 시작한다면 오염된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에너지를 채워넣어서, 매일같은 하루지만 다른 행복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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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음과 모음 공식 리뷰단 1기 강정민.

아홉 번째 도서 『같은 하루 다른 행복』

책은 지원받아 읽었지만 서평 내용은 온전히 저만의 생각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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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마실 - 커피향을 따라 세상 모든 카페골목을 거닐다
심재범 지음 / 이지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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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해서 카페에 자주 간다. 그래서 『카페 마실』은 괜히 한번 카페에 가서 사진을 찍고 싶었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그런데 시켜놓고 보니 향도 나지 않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게 함정이었다...

 

 제목이 '카페 마실'이라고 해서 세계의 카페들을 탐방하는 내용의 책일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 책속의 사진을 찍고 글을 쓴 저자인 심재범은 승무원 겸 바리스타라고 한다. 비행기 안에서 커피를 마실 때 바리스타가 직접 내린 커피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안해봤는데. 물론 심재범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려주는 비행기는 타본적이 없긴 하지만.

 

 

 실은 내가 커피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뭐 맛을 알아서 좋아하겠나? 난 카페에서 사먹는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가 들어있는 다른 커피들도 다 좋아하고, 캔커피도 좋아하고, 믹스커피도 좋아하고, 원두가루 물 내려 마시는 블랙커피도 좋아한다. 커피콩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몇번 볶은 콩인지 이런 것은 하나도 모르고 그냥 먹는다는 것. 커피가 들어간 것은 뭐든 좋다. 쓴 에스프레소만 아니고, 아주 신 맛이 나는 아메리카노만 아니면흑흑

 

 

 

 

 

 그런데 이 책은 부제, '커피향을 따라 세상 모든 카페골목을 거닐다'처럼 정말 커피의 향과 맛을 좇은 커피 유람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커피 머신과 커피 추출 방식, 커피 생두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한마디로 나는 정말 모르는 다른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는 책이랄까. 그래서 조금 어렵긴 하다.

 

 그렇지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이유는 커피향과 디저트의 맛을 상상하며 읽을 수 있다는 것. 또 한번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든다는 점. 다음번 여행에서는 나도 이런 테마를 정해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카페에 대해서 어느 나라, 무슨 도시, 구글 웹 지도, 전화번호 등의 정보가 모두 자세히 나와있어서 언젠가 저 최고의 바리스타가 있는 카페들을 꼭 가볼 수 있을 것이라는 현실감을 제대로 심어준다.

 

 

 

 

 

 

  올 초, 한달간의 유럽 여행동안 내 여행의 목표는 많이 보고, 많이 겪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은 온갖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었다. 지난 여행에서 목표한 바는 거의 다 이루었지만 다음번 여행에서는 카페탐방! 꼭 가보고 싶다. 나쁜 책... 다시 여행 욕심을 마구마구 불러일으키는 책이라고나 할까. 유럽 뿐만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일본의 커피로 유명한 카페들도 사진과 함께 자세히 실려있다. 지금 오스트레일리아에 가 있는 우리 언니에게는 이 책 속에 나와있는 카페 정보를 모두 보내줄 생각이다. 있을 때 꼭 한번 가보라고.

 

 

 

 

 

 이 책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책 속의 글이 커피의 맛과 향, 원두의 정도, 에스프레소 머신, 바리스타의 역량 서술에 그친다는 것이었다. 간혹 카페의 분위기에 대한 묘사도 있었지만 그도 극히 일부분이었다. 너무나 설명적인 글들이 많아서 커피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들은 읽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는 점이 아쉬웠다. 마치 바리스타들을 위한 교본서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사진들은 정~말 좋았다! 모두 가보고 싶은 곳들 뿐이다. 언젠가는 가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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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 공식 리뷰단 1기 강정민.

여덟 번째 도서 『카페 마실』

책은 지원받아 읽었지만 서평 내용은 온전히 저만의 생각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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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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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최초의 직업이 매춘, 그 다음이 소매치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그 두 가지를 결합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소매치기 이야기를 먼저 쓰게 됐고, 『쓰리』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바로 『왕국』이다.'

 

 

 이 책, 『왕국』의 저자인 나카무라 후미노리가 한 말이다. 매춘과 창녀라고 하는 소재가 워낙 흥미로워서 얼른 손이 갔다. 일본의 유신회가 '위안부가 전쟁의 매춘부'라느니 마느니 하는 헛소리를 계속해서 해대는 요즈음, 매춘의 '매'자만 들어도 화가 나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매춘이라고 하는 것이 인류 최초의 직업이라고는 하지만, 성을 사고 파는 것이 불법이고, 떳떳한 것이 아닌만큼, 직업이지만 직업이 될 수 없는 업종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매춘'이라고 하는 직업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나라마다 매춘의 역사는 각기 다르겠지만, 성을 사고 판다는 것은 모두 거부할 수 없는 인간의 본능 중 하나, 성욕때문일 것이다.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하나의 직업적 수단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종종 어떤 이들은 매춘이 사회의 '필요惡'이라고 한다. 좋지않은 것이라는 인식은 기저에 깔려있지만, 저 단어에는 '필요하다'는 인식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매춘의 행위는 어디까지로 정의할 수 있을까. 쉽게 말하자면 몸을 파는 것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생식과 관련한 성행위를 돈을 주고 하는 것을 매춘이라 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점점 좋지 않은 쪽으로 참 다양하게 발전해간다. 요즈음에는 '키스방'이라고 하는 것까지 생겨서는 매춘의 정의를 점점 모호하게 만들고 있달까.

 

 

 

 

  이 작품 『왕국 』속 주인공인 유리카는 매춘부로 보기에는 약간 무리도 있다. 그 이유는 그가 자신의 성적 매력을 팔고 그것을 이용하기는 하지만, 몸을 팔지는 않는다는(구체적 성행위는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실은 매춘부보다는 '사기꾼'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것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이 작품이 남성의 성적 욕구와 윤리적으로 잘못된 해소 방식을 꼬집고 있지만, 그런 점을 완벽하게 이용해 짜릿하게 속여버리고 마는, 영악한 여성을 역시 비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성이고 여성이고에 상관 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면속의 은밀한 욕망을 표면에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작품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성적 욕구 하나만이 아니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성과 매춘이라고 하는 것에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 그 속에는 꽁꽁 숨겨져있어 보이지 않는 어둠의 권력이 자리한다. 실은 그 어둠의 권력이 누군가의 운명을 조작하고, 지배하고, 누군가의 인생을 빼앗거나 다시 새로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매우 공포적으로 잘 표현해낸 것이 이 작품의 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 속에서 계속해서 드러나는 이미지로 '달'이 있다. 달은 주인공인 유리카의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잘 드러내주는 이미지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인생 전반을 비추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태양은 항상 같은 모습이지만, 달은 매번 모양이 달라진다. 작아졌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차 오르기도 한다. 달을 통해 자연스레 인간의 운명을 떠올려보게 된다.

 

 

_p. 230~231 ; 그때의 달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멍하니 생각한다. 나의 망상일까. 공포와 피로에 휩싸인 몸에 느닷없이 찾아온 환상. 그게 아니면 뭔가 나를 찾아왔고 나는 그것을 거부했던 것일까. 내가 줄곧 보았던 달, 그 빛은 선인지 악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중 어느 쪽도 아닌 것이리라, 하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달은 혼돈의 빛을 내뿜고 있을 뿐이다. 요요하게, 강하게. 그것은 분명 선도 악도 아니다. 이 세계의 법칙이 선만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부터 날이 갈수록 조금씩 기울다가 달은 이윽고 자취를 감춘다. 마치 스스로의 에너지를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것처럼. 옛사람들은 달이 사라질 때마다 불안해하며 재생을 기원하는 제를 올렸다. 달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초승달보다 더 가늘게, 하지만 확실하게 반짝이는 빛으로. 그래도 옛사람들은 마음을 놓지 못했다. 그 여린 빛이 하루 하루 가득 차는 것과는 반대로, 다시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했기 때문에. 그래서 다시 제를 올렸다. 자신들이 안도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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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 공식 리뷰단 1기 강정민.

일곱 번째 도서 『왕국』

책은 지원받아 읽었지만 서평 내용은 온전히 저만의 생각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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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순간 (양장)
파울로 코엘료 지음, 김미나 옮김, 황중환 그림 / 자음과모음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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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는 <연금술사>,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브리다> 등의 책으로 유명한 작가. 물론 전세계적으로 '언어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문장력으로 인정을 받는 사랑받는 작가. 허나 그의 작품들은 내게는 개인적으로 매번 어렵게 느껴졌다. 때로 깊이 빠지게 되는 문장들은 많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읽기에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는 않던 그의 작품들 덕에 매번 매번 내 자신의 부족함에 애닳아 하고는 했다. 때문에 이번 책도 펼쳐보기 전에는 더럭 겁부터 났다. '또 나 혼자 어려워하면 어떡하지?'라는 한심한 걱정과 함께. 그런데 책을 펼쳐보고는 '우와~' 했다. 이번 책은 마치 '카툰 에세이' 같았다. 알고보니 그림은 카투니스트 황중환이 그린 것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양장본 하드커버.

속표지 속 저 사람 마음속에는 별도, 달도, 태양도 있다.

참 즐겁고 행복한 사람이겠구나.

 

 

 

 책 속에 삽입된 글들은 모두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왜 갑자기 그동안 써오던 형식의 글들이 아닌 이런 글을 작가가 썼을까 싶었다. 책 뒷표지를 보고 알게 된 것인데, 아무래도 파울로 코엘료가 트윗에 쓴 한 줄의 글들을 모아 엮어낸 책인 모양이다. 트윗의 140자라는 특성상, 작가도 하고 싶은 말들이 있으면 가지를 쳐서 140에 맞추어 짧게 적은걸까? 요즈음에는 트위터 소설가로 일컬어지는 이들도 있다던데. 라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멍하니 글을 읽어 내려갔다. 아주 쉽게, 슥슥 스쳐지나가며 읽을 수 있는 글이라 책장은 순식간에 넘어간다. 짧은 문장들을 주제에 맞춰 엮어내다보니 가끔 뚝뚝 끊기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책 속에서 단 한 줄도 가져갈 수 없다면 그것은 너무 슬픈 일 일테니, 지금 내 순간의 기분을 확 바꿔줄 문장을 찾길 바라며 읽는다.

 

 실은 요즈음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해야할 일은 너무도 많았는데, 하지 못하는 일들은 쌓여만 갔다.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남들은 다 제때에 해내는 것 같은데, 나는 모든 일에 있어 너무 느렸다. 그런 생각들은 매번 시작되면 끝도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기어코 난 내 자신한테 '멍청이'라 부르기에 이른다. 내 머리위엔 먹구름이 가득 끼었고, 내 시야엔 뿌옇게 안개가 끼었는데, 내겐 그걸 헤쳐나갈 눈이 없다고. 이 무슨 한심한 생각인가 싶지만, 어쩌겠는가. 사람이기에 가끔 이런 생각도 한다.

 

 

_p.95_

 매일매일 우리는 한쪽 발은 아름다운 동화 속에,

다른 한쪽 발은 끝을 알 수 없는 구렁텅이 속에 담근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_p. 100

 매일같이 햇볕만 쨍쨍하게 내리쬔다면

멀쩡한 들판도 사막이 됩니다.

 

 

 

 

 

 실은 나는 합리화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어서(만약 내가 합리화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난 우울의 늪에서 지금의 나처럼 쉽게 빠져나오는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위의 구절들과 같은 말을 참 좋아한다.

 

 

 그러고보면 이 책은 참 사람을 쥐락펴락 하는 매력이 있는데, 위와 같은 구절들에서 자기 합리화 하다가 아래의 글에서 뜨끔하는 경우가 그런 경우이다.

 

_p. 105 ;

당신의 꿈이 시들어가고 있다는 첫 번째 징후는

당신이 이런 말을 내뱉기 시작할 때 나타납니다.

"지금은 내가 너무 바빠서……." 

 

 요즈음 바빴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왜인지 핑계가 되어버리는듯 한 이 기분...

 

 

 뭐, 그래도 내가 앞으로도 잊지 않고 계속 가져가야 할 말들은 있다. 이를테면 내가 매번 우울의 늪에 빠질때면 하게 되는 생각에 대해,

 '당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대접하느냐가 남들에게 어떤 대접을 받느냐를 좌우합니다.'

 내가 나를 멍청이로 보면 남들도 나를 멍청이로 보겠구나, 라는 간단하지만 당연한 말을 얻어 가고

 

 '어느 날 아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린 이제 늙었나 봐."

  그래서 제가 대답했죠.

   "다행이지 뭐야. 난 젋어서 죽을 생각 없었거든." '

 이런 역발상의 지혜도 얻어 간다.

 

 

  마지막으로, 자칫하면 나태해질지도 모르는 다음날의 나를 위해 다음의 구절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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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만 먹으면 15분만에 뚝딱 읽어버리는 책이었다. 그러나 파울로 코엘료의 다음번 책을 접할 때에는, 이런 책이 아니라 비록 어렵게 읽히더라도 이전과 같은 그만의 고유한 이야기와 문장을 만나고 싶다. 너도 나도 쓰는 흔한 책 말고, 너도 나도 따라할 수 있는 문장들 말고.

 

 

 

 

 

자음과 모음 공식 리뷰단 1기 강정민.

여섯 번째 도서 『마법의 순간』

책은 지원받아 읽었지만 서평 내용은 온전히 저만의 생각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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