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같은 하루 다른 행복 - 부처 핸섬, 원빈 스님과 함께 가는 행복의 길
원빈 지음 / 이지북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도대체 글자가 왜이리 어렵냐며, 투덜 투덜대며 한자를 쓰고 있는데 옆에 밀어두었던 이 책『같은 하루 다른 행복』이 보인다. 가만보니 책표지에 계신 분이 스님이셨다. 한자랑 절이랑 스님이 참으로 가깝게 느껴진다는 뜬금없는 생각과 함께, 한문공책을 접고 책을 펼쳐든다. 이렇게 할 일을 또 미루고 말았다.
'부처 핸섬' 이라니, 스님과 어울리지 않는 유머코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순간 나의 편견이라는 생각을 깨달았다. 나는 얼마나 많은 쓸모없는 상식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다니는가 하고 생각을 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짧은 순간일지 모르지만 나의 기존의 상식의 벽이 조금 흐물흐물해진다.
내가 비록 무교이긴 하나, 불교라는 종교를 매우 존중하고 좋아한다. 어렸을 적 할머니를 따라 절에 몇번 가보았을 때의 편안함 때문이기도 하고, 소박하고 검소한 무욕의 삶을 사시는 스님분들, 모든 이들을 존중하고 남에게 자신의 것을 강요하지 않는 모습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절을 찾아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큰 산에 갔을 때 절이 보이면 지나치지 않고 꼭 들른다. 그냥 산에 오르는 것보다는, 절에 들렸을 때가 마음이 훨씬 평온한 기분이 든다. 절에서는 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내려놓고 반성하게 되고, 행복한 기분이 들면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어진다. 나는 조금 더 여유로워지고, 조금 더 느려지고, 그러면서도 그에 대한 불안감은 사라진다.

실은 스님의 설교글이겠거니 하며, 옳고 바른 짤막한 글들이겠거니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있어서 금방 읽을 뿐만 아니라 내 자신에게 창피한 생각마저 든다. 시작도 하기전에 그러한 생각을 저변에 깔고 가다니, 내 자신에게 실망스럽기도 하다. 아무튼 원빈 스님의 글이 재미있는 것은 이 분께서 소통의 방식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상대방에게 거부감 들지 않게 조언하는 방법도 알고 계시고. 게다가 법사, 주지스님으로 활동하시면서 겪은 일화, 신자들의 고민 상담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거리감없이 읽을 수 있었다.
예전에는 스님이라 하면 그저 삶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말 완전히 무욕의 세계로 들어가서, 혼자 조용히 산 속에 들어가서 사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세속적인 모든 것과 연을 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 것은 분명 내가 그리 배웠기 때문이었다. 나는 학교를 다니며, 역사와 문학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그런 인식을 나의 인식으로 삼은 것 뿐이었다.
요즈음 스님분들은 페이스북도, 나도 잘 안하는 트위터도 열심히 하신다. 책도 많이들 내시고. 이는 그분들이 세속적인 것과 미련을 끊지 못해서가 아니고, 남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착한 마음, 착한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소설가가 아닌 이상, 끊임없는 명상에서 쏟아져 나오는 글들은 거짓되지 않고 진실하다. 글은 그 사람의 성품을 온전히 내보이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 동안 명상을 많이 할 때가 있었다. 원래 명상하는 것을 좋아해서, 항상 자기 전 침대에 누워 한 두 시간씩 명상을 하고 자고는 했다(불면증 때문이 아니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베개에 머리대고 5분 이내에도 잘 수 있다). 물론 그 명상이 망상이 되고, 몽상이 되는 순간들도 많았지만.
명상은 하루를 정리해주었다. 안좋은 감정들은 최대한 털어버리도록 해주고, 다음날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어 주었으며, 꿈을 되새기게 해주고, 나 자신을 다독이도록 하는 것은 명상의 힘이다. 이런 좋은 명상을, 내가 꽤 오래 쉰 것이다. 위의 원빈 스님께서 쓰신 글을 읽는데, 저 글 속에 등장하는 신도가 하는 말이 꼭 내가 하는 말 같았다. 물론 내 삶이 지옥같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다음말들이 어쩜 내가 요즈음 하는 말들과 닮아있던지.
근래에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그 말 뒤에 항상 따라붙는 말이 뭐였느냐 하면, 바로 '스트레스 쌓인다'라는 말이었다. 나는 의도치않게 바쁜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그러한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었다. 스님의 말씀대로 마음의 오염물인 스트레스.
그럴수록 더욱 명상하는 시간을 가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오염물이 쌓이고 쌓인 것이다. 얼른 마음의 찌꺼기를 제거해주었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내 마음은 더욱 무거워지고, 더욱 가빠지고, 그에따라 우울해지고, 자신감이 사라지고, 나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다행이다. 내가 나를 아주 아래에 있는 땅끝까지 끌고 내려가기 전에, 이 책에서 얻은 것이 있어서. 다른 말들은 그냥 재미있고 유익하게, 쭉 읽고 지나간다고 쳐도, '명상'이라는 한 단어는 확실하게 건졌으니까.
다시 명상을 시작해야겠다. 나는 다시 명상을 시작하고, 그 때문에 잠을 자는 시간이 조금 줄어들지는 모르지만, 오늘부터 명상을 시작한다면 오염된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에너지를 채워넣어서, 매일같은 하루지만 다른 행복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

자음과 모음 공식 리뷰단 1기 강정민.
아홉 번째 도서 『같은 하루 다른 행복』
책은 지원받아 읽었지만 서평 내용은 온전히 저만의 생각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