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순간 (양장)
파울로 코엘료 지음, 김미나 옮김, 황중환 그림 / 자음과모음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에서는 <연금술사>,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브리다> 등의 책으로 유명한 작가. 물론 전세계적으로 '언어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문장력으로 인정을 받는 사랑받는 작가. 허나 그의 작품들은 내게는 개인적으로 매번 어렵게 느껴졌다. 때로 깊이 빠지게 되는 문장들은 많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읽기에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는 않던 그의 작품들 덕에 매번 매번 내 자신의 부족함에 애닳아 하고는 했다. 때문에 이번 책도 펼쳐보기 전에는 더럭 겁부터 났다. '또 나 혼자 어려워하면 어떡하지?'라는 한심한 걱정과 함께. 그런데 책을 펼쳐보고는 '우와~' 했다. 이번 책은 마치 '카툰 에세이' 같았다. 알고보니 그림은 카투니스트 황중환이 그린 것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양장본 하드커버.

속표지 속 저 사람 마음속에는 별도, 달도, 태양도 있다.

참 즐겁고 행복한 사람이겠구나.

 

 

 

 책 속에 삽입된 글들은 모두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왜 갑자기 그동안 써오던 형식의 글들이 아닌 이런 글을 작가가 썼을까 싶었다. 책 뒷표지를 보고 알게 된 것인데, 아무래도 파울로 코엘료가 트윗에 쓴 한 줄의 글들을 모아 엮어낸 책인 모양이다. 트윗의 140자라는 특성상, 작가도 하고 싶은 말들이 있으면 가지를 쳐서 140에 맞추어 짧게 적은걸까? 요즈음에는 트위터 소설가로 일컬어지는 이들도 있다던데. 라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멍하니 글을 읽어 내려갔다. 아주 쉽게, 슥슥 스쳐지나가며 읽을 수 있는 글이라 책장은 순식간에 넘어간다. 짧은 문장들을 주제에 맞춰 엮어내다보니 가끔 뚝뚝 끊기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책 속에서 단 한 줄도 가져갈 수 없다면 그것은 너무 슬픈 일 일테니, 지금 내 순간의 기분을 확 바꿔줄 문장을 찾길 바라며 읽는다.

 

 실은 요즈음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해야할 일은 너무도 많았는데, 하지 못하는 일들은 쌓여만 갔다.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남들은 다 제때에 해내는 것 같은데, 나는 모든 일에 있어 너무 느렸다. 그런 생각들은 매번 시작되면 끝도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기어코 난 내 자신한테 '멍청이'라 부르기에 이른다. 내 머리위엔 먹구름이 가득 끼었고, 내 시야엔 뿌옇게 안개가 끼었는데, 내겐 그걸 헤쳐나갈 눈이 없다고. 이 무슨 한심한 생각인가 싶지만, 어쩌겠는가. 사람이기에 가끔 이런 생각도 한다.

 

 

_p.95_

 매일매일 우리는 한쪽 발은 아름다운 동화 속에,

다른 한쪽 발은 끝을 알 수 없는 구렁텅이 속에 담근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_p. 100

 매일같이 햇볕만 쨍쨍하게 내리쬔다면

멀쩡한 들판도 사막이 됩니다.

 

 

 

 

 

 실은 나는 합리화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어서(만약 내가 합리화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난 우울의 늪에서 지금의 나처럼 쉽게 빠져나오는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위의 구절들과 같은 말을 참 좋아한다.

 

 

 그러고보면 이 책은 참 사람을 쥐락펴락 하는 매력이 있는데, 위와 같은 구절들에서 자기 합리화 하다가 아래의 글에서 뜨끔하는 경우가 그런 경우이다.

 

_p. 105 ;

당신의 꿈이 시들어가고 있다는 첫 번째 징후는

당신이 이런 말을 내뱉기 시작할 때 나타납니다.

"지금은 내가 너무 바빠서……." 

 

 요즈음 바빴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왜인지 핑계가 되어버리는듯 한 이 기분...

 

 

 뭐, 그래도 내가 앞으로도 잊지 않고 계속 가져가야 할 말들은 있다. 이를테면 내가 매번 우울의 늪에 빠질때면 하게 되는 생각에 대해,

 '당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대접하느냐가 남들에게 어떤 대접을 받느냐를 좌우합니다.'

 내가 나를 멍청이로 보면 남들도 나를 멍청이로 보겠구나, 라는 간단하지만 당연한 말을 얻어 가고

 

 '어느 날 아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린 이제 늙었나 봐."

  그래서 제가 대답했죠.

   "다행이지 뭐야. 난 젋어서 죽을 생각 없었거든." '

 이런 역발상의 지혜도 얻어 간다.

 

 

  마지막으로, 자칫하면 나태해질지도 모르는 다음날의 나를 위해 다음의 구절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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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만 먹으면 15분만에 뚝딱 읽어버리는 책이었다. 그러나 파울로 코엘료의 다음번 책을 접할 때에는, 이런 책이 아니라 비록 어렵게 읽히더라도 이전과 같은 그만의 고유한 이야기와 문장을 만나고 싶다. 너도 나도 쓰는 흔한 책 말고, 너도 나도 따라할 수 있는 문장들 말고.

 

 

 

 

 

자음과 모음 공식 리뷰단 1기 강정민.

여섯 번째 도서 『마법의 순간』

책은 지원받아 읽었지만 서평 내용은 온전히 저만의 생각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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