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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클 - 제1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34
최현진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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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 유리는 5년 전 화재 사고로 한쪽 눈을 잃고, 각막을 기증받아 다시 세상을 보게 된 중학생이다. 겉보기에 기적 같은 이식이었지만, 동생 대신 혼자 멀쩡하다는 죄책감, 그리고 아무도 묻지 않는 유리의 마음은 그대로였다. 유리는 “눈만 다쳤으니 감사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에 짓눌려 의대라는 강제로 정해진 길을 억지로 따라가며,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잊고 살아간다. 그러던 중 우연히 기증자의 흔적을 쫓기 시작하면서, 유리는 처음으로 자기 삶의 핸들을 잡는다. 기증자에게 편지를 남길 수 있는 사이트, ‘하늘로 보내는 편지’에서 기증자와 친밀한 관계였던 ‘시온’과의 만남은 유리로 하여금 자신만의 여정을 시작하게 만든다. 기증자의 발자취를 따라간 제주도 여행, 눈송이처럼 흐릿하고 무거웠던 유리의 내면은 그 여행 속에서 점차 녹아내린다.

기적이란 누구의 희생이 아니라, 내 삶을 스스로 선택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상처 역시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 소설은 청소년 문학이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조용한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나요? 아니면 누군가의 기대 속에서 걷고 있나요?
주인공 유리의 여정은 현실과 상처 속에서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 그리고 그 느릿한 속도가 오히려 큰 울림을 준다.

수학과 과학을 삶의 은유로 삼은 독특한 이야기 전개와 느릿하지만 따뜻한 울림을 주는 책이다.

* 책을 읽은 후 작가님의 편지를 한 번 읽어보세요.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썼는지가 더 잘느껴져서 좋아요.
* 창비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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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란 미래의 문학 11
데이비드 R. 번치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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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심장! 심장아!”
마치 이 책이 끝내 묻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이 과연 심장을, 다시 말해 감정과 연민, 후회와 사랑을 남긴 채로도 기계가 될 수 있느냐고.

데이비드 R. 번치의 《모데란》은 단순한 SF 소설이 아니다. 전쟁과 쾌락, 폭력과 권력이 전부인 디스토피아의 세계 안에서, 끝내 '작은 살점 하나'를 남겨둔 존재들을 통해, 인간성과 비인간성의 경계에 대해 고통스럽도록 예리하게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우화다.

총 5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불멸을 쫓아 몸을 기계로 바꾸고 요새의 주인이 되어 전쟁을 반복하는 ‘신금속 인간’들의 연작이지만, 단편들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서사시처럼 작동한다. “우리는 교체된 자들이오. 우리의 천성은 증오와 전쟁이오.”라고 선언하는 이 세계에서, 주인공은 아이의 투정에 무너지고, 떠난 애인을 그리워하며, 사라진 흙과 풀을 찾아 해바라기를 심겠다는 명령을 내린다. 이미 모든 장기를 금속으로 바꾼 기계적 인간이, 도무지 죽지 않는 삶을 살며 꿈도, 웃음도, 신도 없는 세계 속에서 느끼는 정서적 균열. 바로 그 균열이 ‘모데란’이라는 이름의 이 디스토피아를 비로소 ‘인간적인 이야기’로 만든다. 이 작품이 놀라운 건, 이 모든 서사가 1971년에 쓰였다는 사실이다. 플라스틱으로 덮인 지구, 감정을 제거한 인간, 데이터화된 윤리.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가 마주한 현실과 너무 닮아 있다. 번치가 그린 모데란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시대를 지나 도착한 예언처럼 보인다.

사실 이 책은 '친절하게' 읽히지는 않는다. 때로는 시적이고, 때로는 난해하며, 설정은 과장되고 낯설다. 그러나 그 문장과 이미지들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독자의 감각을 찌르고, 잔상처럼 오래 남는다. 철저히 디스토피아적이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성의 마지막 불꽃을 놓지 않으려 애쓰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과연 먼 미래의 이야기인가? 혹은 이미 시작된 현재의 자화상인가?

이 책은 무섭고, 슬프며, 동시에 아름답다. 무쇠 같은 문장 사이로 흐르는 미세한 체온을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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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인사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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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밤을 향해, 잘 자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길을 지나고,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그 모든 만남이 선명하게 새겨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순간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의미를 가지게 되고, 어떤 이름은 한참이 지나야 입 밖으로 불려진다.밤 인사는 이러한 만남과 헤어짐의 순간들을 포착하며, 새벽의 감각을 되살리는 이야기다.

소설 속 미나, 장, 윤중은 각자의 속도로 서로에게 다가가지만, 결국 완전히 닿지는 못한다. 간절곶, 파리, 부르고뉴, 페르피냥, 포르부까지 이어진 여정, 그 길 위에서 그들은 사랑과 우정, 기억과 상실 사이를 헤맨다.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서로를 발견하는 과정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더욱 어긋나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수많은 인연을 맺고, 또 헤어진다. 때로는 그 관계가 무엇이었는지조차 정의하기 어렵다. 밤 인사는 그 흐릿한 경계를 이야기한다. 새벽녘에 불현듯 떠오르는 어떤 기억들처럼, 이 소설은 우리에게 남아 있는 흔적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 열림원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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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줄리애나 배곳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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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을 통해 포털과 당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아요를 먼저 읽어 보았다.

두 작품은 전혀 다른 이야기 같지만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 포털 속에서 잊으려 했던 감정과 기억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 -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고 관계를 지속하는 법을 배우는 것 결국 두 이야기 모두 '감정을 직면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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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는 도끼다 -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는 지성의 문장들
김지수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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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는 ‘책은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는 도끼’라고 했지만 이제 그 도끼는 ‘필사’가 되어야 한다고 김지수 기자는 말한다. 100인의 인터뷰에서 엄선한 문장을 따라 쓰며, 내 것이 되는 경험. 읽고 쓰며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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