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모임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붉은 표지에 드리운 검은 산맥은, 마치 인간 심연의 그림자를 조용히 드러내는 듯합니다. 그 속으로 끝없이 이어진 터널은 이성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공포와, 미스터리의 차가운 논리를 동시에 품고 있지요.이마무라 마사히로의 [디스펠]은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호러와 미스터리의 경계선에서 춤추는 그림자와도 같아, 독자를 현실과 비현실 사이로 이끔니다. 사건의 이면을 추적하는 지성의 빛은 있지만, 그 빛조차 닿지 못하는 어둠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이 소설은 말합니다.읽는 내내 나는 끝없이 이어지는 붉은 터널 속을 걸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뒷걸음질칠 수도, 앞으로 나아가길 멈출 수도 없는 채, 오직 끝을 모르는 긴장 속에서 불가해한 공포와 마주해야 했지요.이 책은 말합니다.진정한 미스터리는 추리가 다 풀린 후에도 남아 있는 '어둠'에 있다.공포와 추리가 만나 빚어낸, 인간 존재의 그림자를 비추는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