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횔덜린의 광기 - 거주하는 삶의 연대기 1806~1843
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문정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7월
평점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탈리아의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이 프리드리히
힐덜린의 삶과 작품, 특히 그가 정신병을 앓으며
튀빙겐 탑에 은둔했던 37년간의 침묵과 광기를
철학적으로 해석한 짧고도 밀도 높은 에세이다.
아감벤은 힐덜린의 침묵과 광기가 단순한 병리적
증상이 아니라, 시인이 존재와 언어의 경계를 넘나들며
'거주하는 삶'의 한 방식으로 도달한 어떤 존재 방식임을
역설한다.
그는 힐덜린이 언어의 붕괴 이후에도 시의 언어를 통해
인간의 존재를 증언했다고 말한다.
"광기는 소멸이 아니라, 다른 질서의 탄생이다.'
아감벤은 힐덜린의 광기를 부정의 언어로 읽지 않았다.
그는 광기를 통해 세상의 중심에서 벗어나 '살며 사라지는
존재'의 새로운 형식을 제안한다.
힐덜린은 시인으로서, 더 이상 시대와 언어의 요구에
순응할 수 없을 때 침묵 속으로 거처를 옮긴 자이다.
그침묵은 패배가 아니라, 존재와 시, 언어의 가장 근원적인
자리에서 머무는 방식이었다.
"시인은 언어가 사라진 자리에서도 언어의 그림자를 들고 걷는다. 그 길은 침묵이고, 그 침묵은 또 다른 시다."
힐덜린의 광기는 단지 한 시인의 몰락기가 아니라, '거주의
철학'을 성찰하는 아감벤의 탁월한 독해다.
광기와 침묵 속에서 피어난 한 존재의 조용한 저항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역시 언어 너머의 세계에 조심스레
발을 들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