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는 소녀들의 평범한 일상, 소소한 고민이 잘 그려져 있다. 단짝 친구와 같은 반이 되지 않아서 서운하고, 거울 속 내 모습에 삐져나온 머리카락이 너무 잘 보이고, 새 학기에 새 친구를 어떻게 사귀어야 할지, 그렇다고 혼자 있는 건 좀 그렇고, 새로운 선생님에 대한 인상, 동아리 활동에 대한 이야기, 등등 그 시절을 보내온 어른과 그 시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공감할 내용들이 가득하다.
아이들이 친구 다음으로 고민하게 되는 것은 꿈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매년 진로계획서를 작성해야 하고 꿈을 대학 진학을 위해 그럴듯한 수단처럼 취급해야 하는 현실과 순수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그냥 해볼 수 있는 삶. 사이에서 고민할 여유가 없다. 이제 20년도 살지 않은 아이들이 무언가를 결정하기엔 고민하고 탐색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나는 흔들리지 않는 확신 하나를 갖고 있고, 유림은 확신을 얻기 위해 착실히 나아가고, 소영은 하나의 확신보다 아주 많은 가능성의 세계를 수집하고 있다.
'그럼 난......?'
다들 각자의 이유와 판단으로 열심인 구석이 있겠겠지.
p.111
자신이 원한 미래를 한 번도 가져보기 못한 아이들에게 미래는 불공평한 게임에 계속해서 강제로 참여하는 약속에 가까웠다. 미래를 위해서 공부해야지, 지금은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시기야. 세상은 아이들에게 겉으로나마 그 말을 성실히 따를 수밖에 없는 만든다. 그러면서 교과서 밖의 질문들, 일테면 지금 당장 행복할 순 없는 걸까 하는 의구심은 죄다 자습의 영역으로 밀어두게 한다.
p.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