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그림 읽기 - 고요히 치열했던
이가은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랑스를 사랑한다는 작가의 이야기가 생각나 표지 사진은 에펠탑과 함께 찍었다!  오래전에 잠시 그림을 그렸었기 때문일까? 개인적으로 그림과 이야기가 있는 책을 참 좋아한다.

미술을 전공할 만큼 실력이 뛰어나지도 않았지만 여전히 그림은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그런 주제이다.




저자인 이가은 님은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서양사를 공부하면서 만난 그림을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미술, 역사, 개인의 사색이 얽힌 다소 독특한 구성의 글이라고 한다. 에세이인 듯 아닌 듯, 학술서인 듯 아닌 듯 경계가 모호한 이 책이 그만큼 다채로운 즐거움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작가의 말대로 책을 읽는 내내 그런 다채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의 노력은 나에게만 치열할 뿐, 세상을 바꾸지도 누군가에게 유익이 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림 속 여인은, 그녀의 온 신경은 자기 자신에게 집중된 듯하다. 지금 이 순간 그녀에게는 타인의 인정과 환호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어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 그동안 연마한 기술을 성공하는 것, 그래서 스스로 선택한 줄 위의 삶에서 더 만족스러운 '내'가 되는 것, 이것만이 그녀의 유일한 관심사 같다. 시끌벅적한 공연장에서 아주 고요히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p.006

책의 이야기를 단 하나의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프롤로그에 소개된 이 그림이다. 그림 속의 여인은 그동안의 자신의 노력에서 불구하고 관중들은 그녀에게 관심을 표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 역시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그동안 노력하고 애쓴 자신의 노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작가 역시 줄 위의 숭고함을 유지하기 위해 글을 썼고, 독자들 또한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매일 고요하지만 치열하게 살고 있음을, 그 수고가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구석진 곳에 있다 해도 결고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 그렇게 매일 조금씩 쌓인 치열함이 언젠가 자신의 무기가 될 것이고 작가의 이야기가 그러한 이들에게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기억나는 역사 이야기

모든 경쟁자는 자기 실력을 갈고닦으며 탁월성을 향해 전진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과거보다 더 발전한 상태에 도달하고,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능력으로 더 뛰어난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들에게 경쟁은 신이 준 재료를 놀리지 않고 자신이 살아낼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니 결과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희극일 수 있었다. p.117-118



내가 그렸던 유화의 시작을 알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고 말렸다가 다시 덧칠하면서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지.

내가 좋아했던 유화 물감 냄새, 기름 냄새, 함께했던 친구들과 정겨웠던 추억들을 생각나게 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그림이 여러 개가 있는데 2개만 고른다면

장 베로 [샹젤리제의 원형교차로]

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나도 어딘가로 달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자체가 주는 느낌도 신비롭고 천문학자이자 성직자인 코페르니쿠스의 삶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이후의 일들을 읽어보니 더 잊을 수 없는 그림이다.

그림과 함께한 <고요히 치열했던 사적인 그림 읽기>는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책을 읽는 동안 작가가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그림을 그린 작가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 그리고 작가의 생각들을 읽는 동안 '나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너는 어때?'라고 물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 책 표지의 여인처럼 나 혼자 조용히 책을 읽는 것 같았지만 가끔은 작가와 둘이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도 들었다. 그리고 티 나지 않지만 매일 열심히 살고 있는 나에게 응원을 주는 것 같기도 했다. 진심으로 이 책을 만나는 다른 독자들도 나처럼 즐거움을 느끼길 바라본다.



      * 위 도서는 네이버 카페 [미자모]에서 제공받아 읽고 솔직한 리뷰를 작성한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