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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피부 - 나의 푸른 그림에 대하여
이현아 지음 / 푸른숲 / 2022년 7월
평점 :
품절
이현아라는 작가. 그리고 이슬아, 이와, 최혜진 추천.이라는 문구에 “우아!” 하고 탄성을 내뱉는 사람도 보았지만, 나는 작가를 포함한 4명 중 단 한 명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보통 책을 추천하는 사람의 경우 작가와 관련 분야가 비슷하거나 인지도가 있을 텐데, 내가 이런 쪽으로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지와 제목이 주는 느낌에 이끌려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의 피부>는 작가가 노트에 좋아하는 그림을 붙여놓고 마음 가는 대로 글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책에는 정해진 형식도 순서도 없다. 이 책을 읽는 누군가도 마음 가는 곳, 어떤 곳이든 읽으면 푸름에 빠져들 수 있다.
작가가 소개하는 그림들은 처음 보는 것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그림에 담긴 색의 공통성 때문일까.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았다는 것도 좋았다.
책에 나온 글과 그림을 매치하며 글을 읽는 것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좋은 방법이라 꼼꼼히 확인하며 읽는 편인데, 조지아 오키프의 <문>에 대한 그림 시리즈를 볼 수 없어서 궁금했다. 그 문을 열면 무엇이 있을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림을 보고 싶다.
<여름의 피부>를 읽는 동안 푸름이 내 곁을 감싸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내 유년 시절이 생각났다. 유화 물감이 짜인 나무 팔레트와 오일통에서 나던 기름 냄새, 캔버스에 채워져가던 붓질. 그리고 그려낸 그림들.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시간이 지나갈수록 나무 팔레트 위에 물감색이 진해지곤 했었다. 그리고 그 시기에 내가 그린 그림과 나의 삶이 푸름. 과 닿아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 푸름은 포카리 스웨트 광고처럼 상큼하고 발랄한 이미지가 아니라 채도가 낮고 선명한 푸름이었다. 책에서 나의 푸름을 닮은 그림을 골라보았다. 에드워드 호퍼의 <등대 언덕>
작가가 말했지, [어떤 저녁 식탁]을 초대해 주었던 누군가처럼 자신도 그런 식탁을 관장할 수 있는 사람으로 늙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고. 아니, 소망이라고 말하기에 작가는 부끄러운(?) 사람이니까 소망을 슬쩍 올려놓는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 저녁 식탁은 작가에게 하나의 그림처럼 남아 있다고. 아마 작가는 저녁 식탁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는 나나 누군가에게 하나의 그림을 선물해 준 셈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나중에는 작가처럼 그런 저녁 식탁을 관장하고 싶다는 소망도 가지고 있고.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삶 속에서 푸름을 발견한 것처럼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푸름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가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푸름을 글로 써 내려간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삶의 푸름을 알지 못하거나 혹은 푸름에 깊이 빠져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 푸름을 글로, 그림으로 꺼내놓는 순간. 푸름을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생긴다는 느낌이 들었다.
* 위 도서는 네이버 미자모 카페에서 제공받아 읽고 솔직한 리뷰를 작성한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