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우스 로마사 3 - 한니발 전쟁기 리비우스 로마사 3
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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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우스 로마사3>은 로마의 긴 역사에서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전쟁인 2차 포에니 전쟁을 다룬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가 생전에 쓴 142권 중에 35권만이 남아있고 그중에서 21권에서 30권까지의 내용이 이 책에는 담겨 있다. 로마 인이 아니지만 이 책의 주인공 격이라 할 수 있는 한니발은 해양강국 카르타고에서 태어나 1차 포에니 전쟁의 장군이었던 아버지 하밀카르의 유언에 따라 로마를 멸망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일생을 보낸다. 특히 육상 강국인 로마를 상대로 이탈리아 본토에 상륙하는 등 놀라운 발상과 용병술로 17년간 전쟁을 이끌었다.



‘역사는 결국 승리자의 역사’라는 말처럼 리비우스는 한니발의 뛰어난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성품이 비인간적이며, 카르타고인 자체가 신의가 없는 사람들인데 한니발은 일반적인 카르타고인보다 더 신의가 없는 인간이라고 평했다.


그가 보인 여러 미덕들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결점 역시 그에 못지않게 대단했다. 그는 비인간적이라고 할 정도로 잔혹했고, 일반적인 카르타고인보다 더 신의가 없었고, 진실, 명예, 종교, 맹세의 신성함, 다른 사람이 신성하게 여기는 모든 것을 철저하게 무시했다.



책의 내용은 주로 전쟁 기간 중에 전투 내용과 각 국가의 정치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카르타고는 로마와 친선을 유지하려는 ‘한노파’에 의해 한니발이 전쟁을 치르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다른 귀족들의 지지를 얻어 ‘한노파’를 무시하며 전쟁을 이어가는 모습 등이 나온다.

로마는 특히 독재관이나 집정관 사마관 등의 직책을 차지하기 위한 정쟁, 특히 집정관이 되기 위한 선거 과정 등에 관해서 전투는 아니지만 전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과정들을 서술하고 있다. 로마에서도 카르타고와 마찬가지로 군 사령관을 흔들고 자신이 권력을 잡으려는 인물들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한니발 하면 떠오르는 것이 알프스 산맥을 넘어서 로마를 공격한 내용일 것이다. 그러나 용병들이 주 세력인 한니발의 카르타고 군에게 전쟁 초기 로마 군보다 더 무섭고 두려웠던 것은 자연, 알프스산맥 그 자체였다.


카르타고 군의 일반 병사들은 로마 군을 두려워했다. 이전의 전쟁을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긴 행군을 해야 한다는 것에 훨씬 더 불안함을 느꼈고, 특히 알프스 산 고개를 넘어가야 한다는 건 거의 공포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 시도는 놀라울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이런 시도에서 대부분의 병력이 그를 따랐고(물론 만여 명의 병사들은 그렇지 않았지만...) 십 년 넘게 그들을 잘 이끌며 전쟁을 치렀다는 점에서 한니발의 놀라운 용병술을 알 수 있다. 물론 마지막 전투에서 누미디아 기병이 그의 곁에서 로마로 전향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실로 놀라운 지휘능력임에는 틀림없다.


한니발은 칸나이 전투에서 로마의 보병 45,500명, 기병 2700명이 전사시키는 큰 승리를 거두었다.

이후에도 이탈리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많은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그 당시 로마를 점령할 기회를 살리지 못했었기에 전쟁에서 진정한 승리를 거두지는 못하였다. 로마에서 한니발의 전술을 배운 젊은 스키피오에 의해 카르타고 본토가 점령당할 위기에 처하자 카르타고인들에 의해 소환되었다. 그리고 카르타고인들에 의해 다시 로마와 붙은 최후의 결전지 자마 전투에서 크게 패하고 만다.

전투 외적으로 특이했던 것은 신에게 의지하는 로마인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신에게 봉헌하고 점을 치는 행위 등이 자주 보였다. 또한 전투의 승리나 패배를 신의 뜻에 따라 이뤄진다고 믿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런 국가적 위기의 시기에 사람들은 호의적이든 적대적이든 모든 사건을 신의 섭리라고 여긴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많은 불가사의한 일들이 보고되었다. 타라키나의 유피테르 신전과 사트리쿰의 마테르 마투타가 벼락을 맞았다. 사트리쿰에선 그만큼 놀라운 일이 하나 더 일어났는데, 유피테르 신전 문을 통해 두 마리의 뱀이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안티움에선 곡물 이삭을 자르자 안에 피 같은 게 보였다. 카이레에서는 머리가 둘 달리 돼지가 태어나고 수컷고 암컷의 성기를 모두 지닌 양이 태어났다.



로마인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기 위해 카르타고인 개개인의 재산에서 배상금을 거둬야 하는 시점에서 한니발이 카르타고인들에게 전한 내용이 그의 절절한 심정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 정치적인 이야기 등에 있어서는 로마와 카르타고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지만 인간사의 내용은 어디서나 크게 다를 것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우리가 절박함을 느끼려먼 돈을 잃어야 하는구려. 패배한 카르타고에서 전쟁 전리품을 빼앗기고, 조국이 아프리카의 수많은 무장 부족들 가운데에서 헐벗고 비무장 상태로 있는데 아무도 신음 소리 한 번 내지 않더니 오늘에 와서야 개인 재산에서 배상금을 내야 하니 조국의 장례식의 온 문상객처럼 행동하는구려. 오늘날 그대들의 눈에서 눈물이 나게 한 이 문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을 날이 무척 빨리 찾아올 것이오. 난 그게 두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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