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병 - 사회문화 현상으로 본 치매
김진국 지음 / 시간여행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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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현상으로 본 치매

 

나의 친할머니와 친할아버지는 아빠가 어릴때 돌아가셨다. 외할아버지는 내가 어렸을때 돌아가셨다. 외할머니는 내가 첫아이를 낳고 나의 아이를 보신 후 돌아가셨다. 나의 신랑의 할아버지는 결혼얘기가 오가기 직전 돌아가셨고, 친 할머니는 내가 첫 아이를 낳고 몇 달이 지났을때 돌아가셨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내 곁을 떠나셨지만 난 아직 치매가 생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을 본적이 없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자신의 밥을 챙겨드실만큼 건강했던 외할머니, 나와 내 딸아이가 시댁에가면 무척이나 반겨주셨던 할머니 모두 호상이라고들 하였다. 자연스럽게 난 치매에 관한 고민들을 해볼 기회조차 없었으며 나의 부모님이?...혹시? 라는 생각도 해본적이 없었다. 내가 치매에 관한 책을 보게된건 작년 친정엄마의 얘기를 듣고 난 후였던듯 하다.

 

"너희에게 물려줄것도 없는데 짐까지 지울 수 없어"... 라 말씀을 하시며 일전에 치매검사를 받았다는 얘기를 하셨다.

 

그 당시 내가 받은 충격은 너무 컸다. 나이가 들고 있다는것도 알았고 이젠 할머니가 되었다는것도 알았다. 나이가 들어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지만 스스로 치매가 걸릴까 걱정하고 있었다는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줄게없으니... 짐도되고 싶지 않다던 엄마의 말은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그당시에 엄마 괜찮아. 엄마가 나 돌봐준 것처럼 나도 돌봐주면 되지~ 라며 웃으며 얘기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난 그저 멍~ 엄마만 바라봤다. 멍때리고 있는 나에게 오히려 엄마는

 

"엄마는 치매걸릴 확률이 엄~~~청 낮데~" 라며 활짝 웃어주셨다.

 

기억의 병」이 책을 받고 표지를 봤을때 활짝 웃으시던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어쩌면 우리엄마도?...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치매에 관한 설명들과 예방법 정도를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볍게 책에 다가갔던 것과는 달리 여는글 부터 심~각함이 묻어나는 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빠르게 진행되는 치매인구의 증가에 대한 이야기나, 보건당국의 부실한 대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있다. 어려운 책이라기보다는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 많은 책이었다.

 

정보통신기술이 몰고온 변화중 가장 혁명적인것이 경험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 것이라 한다. 노인들만이 가질 수 있는 재산인 경험을 디지털 기술이 약탈하듯 빼앗아 가버려 노인들은 사회의 '잉여'가 되어버렸다. 우리에겐 너무나 편한 세상이 노인들에게 있어 혼란스럽고 불편한 세상 이라고도 말한다.

 

'지식정보사회','무한경쟁시대','소비사회' 이런 변화에 충격을 받은 노인들은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할 줄 모르며, 경쟁력도 없다. 또한 유행의 변화를 따라잡지도 못하고, 소비를 할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도 없다. 한줄 한줄 읽어내려가며 '아 정말 그렇겠구나.. 우리에게 참 좋은 세상인데 나이가 많은 분들은 답답한 세상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였다.

 

사용하던 핸드폰이 고장나 핸드폰을 바꾸며 돈 걱정을 하는 나의 부모세대들과 달리 최신폰이 나오길 기다리며 줄을 서서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우리세대들을 생각해봤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최신 기기에 적응하는데 불과 10분의 시간도 걸리지 않는 우리 세대들과 달리 우리 부모 세대들은 같은 종류의 외형만 다른 2G 폰을 사면서도 매번 기능들을 익히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런 노인들에게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을 들이밀며 사용하라고 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여태껏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내용들 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 다른 방법으로 치매에 접근하며 치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기억의 병」덕분에 한동안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노화(老化)'라는 단어를 보면 일반인들은 늙어가는 과정을 떠올릴 것이다. '화(化)'라는 접미사가 단어 끝에 붙게 되면 어떤 물질의 성질이 원래의 성질과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43쪽) 이 단어 자체가 인간이 늙어감을 표현하기엔 맞지않는 단어라고 말한다. 그저 나이가 들어 주름이 생기고 늙어갔을 뿐인데 어떻게 화학반응을 떠오르게하는 단어를 사용했냐 말한다. 이와 비슷한 예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5장, 수용,격리되는 삶에선 할머니들의 실제 사례들을 읽어볼 수 있었다. 구수한 할머니들의 말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그런데 내용까지 구수하진 않았다. 나도 정말 이런 며느리가 이런 딸이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만드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이야기들 이었다. 술을 먹고 찾아온 아들의 이제 그만 가시라는... 말에 여러날 곡기까지 끊어가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할아버지, 화장실을 사용한 후 물을 내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치매라 판단 해달라며 입원시킨 며느리. 세상이 정말 이렇게까지 각박해졌나 싶은 내용들이었다.

 

이책은 전체적으로 치매라는 것만을 다룬 책은 아니었다. 어렵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무척이나 좋은 내용들이었다.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들이 과연 진짜 치매(알츠하이머)환자일까 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알츠하이머라는 병 자체가 살아있을땐 알아낼 수 없다고 하는데.. 뇌를 해부해 봐야만 알 수 있는 병이라는데.. 그저 함께 살기 힘들고 뒤치닥거리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그들만의 공간에 몰아넣어둔건 아닐까 싶어졌다. 치매에 관한 책을 읽기 위해 선택해도 좋을 책이지만 누구든 꼭 읽어보며 많은 생각들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된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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