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에 핀 꽃 꿈꾸는 문학 2
김경옥 지음 / 키다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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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믿는다.

흔들리며 커 가는 그들의 아름답고도 빛나는 청춘을!


빈 집에 핀 꽃

학창시절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다. 덕분에 난 어린시절부터 늘 어두운 집안에 가장 먼저 들어가야 했고, 열쇠는 수도계량기 한켠에 숨겨놨었다. 어느날 오랜만에 쉬던 엄마가 집안에 있는 사이 누군가 수도 계량기속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일이 일어났고 이후 난 열쇠를 목걸이로 만들어 차고 다녔다. 당시 난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들어가야 한다는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집에 혼자 있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심하게 북적거리는 걸 싫어하는 걸 보면 당시의 기억으로 인해 혼자있는게 싫으면서도 혼자있는게 익숙해져 그런게 아닐까 싶다.


주인공 범이 역시 늘 혼자인게 익숙하다. 집은 어둡고 고요하다. 아무도 없다. 늘 이렇다. (24쪽) 이 문장만으로도 범이의 상황이 눈에 그려진다. 그런 범이내 아랫집엔 같은학교에 다니는 선배인 나은호가 산다. 동네의 소문에 의하면 나은호의 형은 영재로 유명하지만 동생인 나은호는 그렇지 못해 학대를 받는다고 한다. 범이가 이사오고 얼만 되지 않았을때 아랫집에선 남자아이의 울음소리가 이틀에 한번꼴로 들려왔고 이를 궁금해하던 엄마가 이웃들로부터 아랫집에 대한 소문을 캐기 시작해 알게된 사실이었다. 엄마의 이야기속 나은호는 착한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범이가 아는 나은호는 학교 일즌 그룹 속에서도 빛이나는 인물이었다.


범이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럴때면 컵라면 하나와 컴퓨터 그리고 머릿속에 수만가지 상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컴퓨터를 켜면 가장먼저 인터넷 소설방에 접속한다. 같은반 친구인 해리가 샤이니란 닉네임으로 인터넷 소설방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걸 알게된 이후 수시로 드나들게된 사이트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컸기에 자신이 해리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고, 이를 알게된 해리 역시 범이에게 친근함을 표현했기에 새로운 소설이 올라올때마다 범이는 해리의 소설을 읽곤 했다.


범이는 나은호의 연애사에도 관심이 많다. 수시로 마주치는 나은호는 늘 다른 여자들이 곁에 있었고, 어느날 해리의 소설속에 나은호가 등장한다는 걸 알게된다. 나은호의 곁에 있던 여학생이 해리의 언니였고, 해리는 언니가 나은호를 만나는 것 자체가 싫어 저격하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컨테이너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 안의 콘텐츠가 중요한 거지." (89쪽) 해리가 범이에게 한 말이다. 자신이 살아가는 집의 겉 모습 보다는 자신의 내면이 중요하다 이야기 하는 모습이 무척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렇듯 어른스러운 해리에게도 언니의 연애사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늘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준 언니였기에 언니가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어 그런게 아니었나 싶다. 


범이가 좋아하는 해리는 가정환경이 많이 안좋은 아이였다. 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무척이나 밝은 아이었고, 겉모습보다는 사람의 속 마음을 볼 줄 아는 착실한 아이였다. 하지만 엄마처럼 따랐던 언니가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걸 이해할 수 없는 해리는 언니와 자주 부딪쳤고, 언니는 해리에게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 하지만 해리는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렇게 쓰기 시작한 나은호를 저격하는 소설은 욕과 저격글로 넘쳐났고, 해리는 그동안 쌓아온 인기를 한순간에 털어버리듯 작가로써 글을 쓸 수 있는 권한을 박탈당한다.


주인공 김범, 범이의 주변인물인 검휘형, 해리 그리고 나은호.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완전하다 느껴지는건 해리의 언니인 주리뿐인 듯 하다. 다른 등장인물들은 완성되지 않은 불완전한 존재로 어디에서 무슨일을 벌일지 모를만큼 불안하기만 하다. 책이 끝나갈 즈음 모든 아이들의 변화가 눈여겨 볼만 하지만 아이들에게 불안함을 느낀 원인이 어른들임을 알기에 안타까운 마음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은 마치 내 아이가 성장하듯 뿌듯함이 느껴졌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고 의견을 나눠보기에 좋은 책인듯 하다. 등장인물마다 느껴지는 아픔과 아이들의 변화를 보며 아들녀석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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