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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 뭔가 다른 선생님들의 가슴 찡한 실화들
에스더 라이트 엮음, 유시주 옮김 / 푸른나무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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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뭔가 다른 선생님들의 가슴 찡한 실화들'이라 되어 있는데, 멀리 미국땅 선생님들의 이야기들이 꼭 이 땅 선생님들과 같아 참 진솔하게 다가왔지요.

'그는 기대하지 않고 가르치며, 명성을 얻지 않고 성공하며, 자신이 남보다 하나도 나을 게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Pamela K.Metz,'The Tao of learning')'

'끝없는 배움'이라는 글의 일부입니다. 뭔가 다른 선생님이란 '없으면서 있는'선생님 같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맴돌았답니다. 한 번 볼까요? 어떤 아이들 때문에 선생님들이 마음 아파하시는 지를요. 자리에 앉아 있을 때보다 없을 때가 더 많은 서니, 하루에도 몇 번씩 교실을 뛰쳐나가곤 하는 매튜, 열 받을 때 미친 듯이 화를 내는 제프, '왕말썽꾸러기'라는 말로도 부족한 린제이, 폭력 조직 왕초 제이슨, 화장에 온 정신을 다 내주고 학교 수업에는 손톱만큼의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 카를라... 이름만 낯설 뿐이지 우리 아이들 이름을 갖다 붙인다 해도 어색하지 않을 '골칫덩이'들 족보가 되겠지요.

그렇지만 선생님들의 가슴속에 남아 가끔 소식이 궁금하고, 그리운 친구들 또한 요녀석들입니다. 우리 속담으로 보자면 '병 주고 약 주고'쯤 될까요? 사실 공부 잘 하고, 선생님들 말 어김없이 듣는 착한 친구들이 오래 남아야할텐데 참 이상합니다. 위에서 말한 '골칫덩이' 녀석들은 정말은 나쁜 아이들이 아닙니다. '뭔가 다른 선생님들'은 그걸 아시는 분들이겠고, 이 책에는 그런 선생님들의 사랑이 가득 차 있습니다. 힘들어하던 한 아이의 영혼까지 감싸 안아 주었던 그 선생님에게 대학생이 된 학생이 이렇게 편지를 써 보냈더랬습니다. '선생님께서 저를 한 사람, 그리고 한 학생으로서 존중하며 기울여 주신 관심은 곧 희망과 열정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의 사랑으로 닫혔던 마음을 열 듯이, 선생님들 또한 아이들의 사랑으로 큰 에너지를 얻습니다. 봐도 봐도 이쁜 아이들 이야기 하나 끝으로 소개해 드릴게요. 첫 아이를 임신하고 유산하게 된 5년차 교사이야깁니다. 너무나 상심하여 학교를 이틀 쉬고 갔는데, 이미 다른 선생님께서 반 아이들(1학년)에게 이 소식을 전해 주며 그 일을 묻지 말라고 당부하셨대요. 화장실에서 어린 1학년 아이가 자기에게 귀를 빌려 달라 하고 속삭이듯이 '나도 잃어버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요. 나도 길을 잃은 적이 있거든요. 혹시 잡화점에서 나오기 전에 잘 찾아보았나요?' 이 얘기를 들은 선생님은 그 후론 슬픔을 마음 속에서 씻어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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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그리는 무지개 창비아동문고 181
손춘익 지음, 김세현 그림 / 창비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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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때는 하루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벗겨 주면서 마음의 때는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다. 어머니가 물에도 (찌꺼기와는 또 다른)때가 있다며 싱크대 구멍에 물때 제거하는 것을 끼우시는 것을 보았다. 모양도 색도 없이 흘러가는 물도 오래 한 자리에 흐르면 미세한 때가 끼이는데 하물며 마음이야...

생활의 힘겨움,스트레스 같은 것과 비교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때 쯤이야 잊어버리면 그만일지도 모른다.

마음의 때, 그 때를 조금이나마 벗겨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어린 시절 떠올리기'가 아닐까. 자기의 어린 시절을 억지로 떠올려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그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보는 것 말이다.

나는 그 매개를 책에서 많이 얻었다. <어린왕자>,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모모> 같은 책들에서... 그리고 1년여 동안 초등학생들과 함께 하면서 접하게 된 동화책들에서... 어떤 책은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목적으로 읽기도 했지만 어떤 책을 읽을 때는 나를 잊어버릴 정도로 몰두한 적도 있었다.

내가 읽은 이 책 <땅에 그리는 무지개>도 후자의 경우였다. 성장동화라고 이름 붙여져 있었지만 사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와 비교해서 감동의 폭은 그만큼 넓지는 않았다.

이 책은 동화작가로서 좋은 글을 많이 쓰시는 손춘익 선생님의 작품이다. 머리말에 '고달픈 삶에 쫓기는 어린이들에게'라는 말이 있는데 요즘 이야기 같지 않다는 느낌부터 들게 한다. 요즘 많은 어린이나 청소년, 젋은이들은 심각하고 힘겹고 고달픈 것들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부모님이 겪으셨을 그런 고달픈 삶을 이해시키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그런 경험들이 앞으로의 삶에 더 큰 힘이 될 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시궁창 속에 있다네.
그러나 우리 중 몇 사람은 별들을 바라보고 있지.'
(-오스카 와일드)

이 책의 주인공, 14살 영호도 그런 소년이었다. 영호는 오색 찬란한 무지개 꿈을 만져보고 싶어하고 별처럼 빛나는 꿈을 이루는 것이 소망이다. 아주 가난한 시골 마을 서산에서 일찌감치 일자리를 찾아 대구로 온 영호. 문방구 도매점에서 힘들게 일하는 가운데에서 공부를 하고 책을 사서 읽기도 한다. 영호는 그렇게 꾸준히 생활하면서 진짜 작가가 된다. 그 영호는 바로 손춘익 선생님의 어린 시절 모습이라는 것을 금새 눈치챘을 것이다.

이 책은 창비아동문고로 나왔다. 초등학생들과 접하는 기회가 없다면 찾아 읽기도 어려울지 모른다. 아니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들의 책을 건성으로 읽어 볼 지도 모른다. 어떤 때는 아이들의 책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코 끝이 찡해오고 눈 아래가 후끈후끈 달아오르면 그건 벌써 마음의 때가 반쯤은 쓸려나갔다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잊고 살았던 것을 돌이켜 보자.

책 속에 이런 시구절이 나온다.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별을 바라보자.'
그래서 힘들고 어렵지만 별처럼 빛나는 것을 마음 속에 간직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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