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의 두 얼굴
제정임 지음 / 개마고원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무리한 기업인 띄어주기, 일방적인 '미화', 인터뷰이에 대한 미검증, 상대의 설명과 주장을 그대로 수용, 취재원 익명으로 처리, 작문 기사, 기사로 위장된 광고, 자사 이기주의적 보도, 독자를 울리는 앞지르기 보도, 한 입으로 두 말, 무책임한 재테크 기사 등.

 

언론계에 들어가기 전과 후는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 아니냐로 구분하면 될까요? 경제뉴스에 관한 책이긴 하지만 다른 분야도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언론에 대해서 기대도 없고, 희망도 크지 않습니다.

 

'선진국 언론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둔 상황에서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우리 언론은 아직 후진성을 벗지 못한 가운데 치열한 자기 반성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가야 할 길이 멀다' (p.252)

 

이 책이 나온 2002년에서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 또한 영향을 미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올해는 '기레기'라는 말까지 듣게 됐으니 반성과 각성은 커녕 더 뻔뻔해졌다는 말이 맞을까요? 세월호 이후는 달라졌을까요? 사실, 공정, 균형, 품위를 지향하는 모 뉴스 프로그램이 제게는 그나마 이 사회의 작은 숨구멍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숨구멍을 만들고자 하는 대안언론도 있습니다.

 

지금 이 책이 시의성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당시의 뉴스 기사 그대로 믿고 지나갔을 사건을 다시 되짚어주고 있다는 면에서 저에게는 놀라웠고, 뒤늦게 분노스러웠습니다.

IMF 구제금융 신청을 일주일 앞둔 11월 15일 <동아일보>의 기사 제목은 '위기 너무 과장, 낙관론 우세', '대통령 선거 겹쳐 더 어려워졌다, 내년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반전'이었습니다. IMF 이후 우리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과 나 자신, 가족, 친구, 선후배 등 주변 사람들이 고통 받았던 시간을 생각하면 참 기가 막힙니다. 사실을 사실 그대로 파악하게끔 하는 것과 눈 가리고 환상을 심어주는 것은 그 다음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한보사태 : 건설 사기꾼의 농간에 춤춘 언론, 기아사태 : 나라를 죽일 뻔한 '국민기업' 살리기, 대우사태 : 빗나간 세계경영과 대우 장학생들, 현대사태 : 20세기에 벌어진 봉건 활극과 언론' 이 책의 차례에 실린 제목만 봐도 언론이 그동안 얼마나 국민들의 귀와 눈을 막아 왔는지 분통이 터집니다. 기업과 언론이 유착하는 행태를 봤을 때 최근에 터진 모뉴엘 사태 또한 그 연장선에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책에서 '벤처기업들에게는 기술력으로 인정받기보다 신문에 한 줄이라도 기사가 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위기'이고 '벤처 활황기인 지난 99년과 2000년 초에는 기자를 상대로 한 접대나 금품제공 등에 쓰인 홍보비 예산이 벤처기업 전체 예산에서 인건비 다음으로 많았다'고 되어 있습니다.

 

기업이나 사회 탓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기자들 스스로도 윤리와 양심, 책임에 대해 깊이 자각을 해야 합니다.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담당하는 분야의 현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쉬운 언어로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정도로 필요한 지식을 갖추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기레기'가 아닌 '기자', 날카롭게 보며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자가 우리 사회에, 제 옆에 꼭 있어주기를,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며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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