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슐리만 자서전 - 트로이를 향한 열정
하인리히 슐리만 지음, 김병모 옮김 / 일빛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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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태양이 빛나면 먼지도 빛나게 된다. 어리석은 사람아! 만일 불이 났다면 불을 꺼라. 다 타버렸다면 다시 피워라. 인간은 순간적인 것을  영원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괴테의 <괴테어록> 중에서

 

 

책과는 별개로 만난 말이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하인리히 슐리만의 삶을 보여주는 적합한 문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푸른책들 대표 신형건님이 초등학교 5학년 때 만난 슐리만 자서전에 대한 글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에 간절한 꿈을 꾸고,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여 꿈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고, 마침내 그 꿈을 실현한 독일 고고학자 슐리만의 인생은 나에게 진정한 꿈의 의미를 일깨워 줬다. 꿈은 단지 그 자체만으로 소중한 것이지만 그 꿈을 언젠가는 '꼭 이룰 수 있는 현실'이라고 굳게 믿었던 슐리만에게 나는 가슴 벅찬 감동을 받았다."

 

하인리히 슐리만은 여덟살에 아버지에게 불타오르는 고대 그리스의 '트로이'를 그린 역사책 한 권을 선물 받는다. 아버지는 그 삽화가 상상일 뿐이라고 말해 주지만 슐리만은 트로이가 실제로 존재할 것이라고 믿으며, 나중에 커서 트로이를 꼭 발굴해 내겠다는 꿈을 품게 된다. 슐리만은 가정 형평이 어려워 대학에도 못 가지만, 그 꿈을 한시도 저버리지 않고 독학으로 외국어와 고고학을 공부했다. 마침내 마흔 한 살에 사람들이 그 존재를 전혀 믿지 않던 트로이를 발굴한 위해한 고고학자가 된다.

 

이 자서전 대부분의 내용은 유물 발굴과 유물, 고대 유적지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돼 있어 고고학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시간적인 거리감이 느껴지고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슐리만의 정열적인 삶을 따라가 보면 고고학의 신비로움까지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어릴 적 한 때 세계사 책에 나오는 사진들에 담긴 피라미드니 미이라를 보면서 고대 유적 발굴에 대한 호기심을 가졌던 적이 있다. 어린 하인리히가 아버지의 선물과 이야기에서 만났던 '한 순간'이 그의 꿈이 되고, 현실이 되고, 그가 죽은 이후에도 인류의 '영원'한 보물이 된 것과는 달리 나에게는 아침이면 사라지는 이슬 같은 찰나였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또다른 세계를 만났다.

 

신화가 꿈만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온 몸으로 보여준 참으로 열정적인 사람이 바로 이 책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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