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철氏는 왜 요절했나? - 한 집념의 검사가 만든 지옥도
조갑제 지음 / 조갑제닷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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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집념의 검사가 만든 지옥도이다. 확신에 찬 수사는 수많은 반증들을 밀어내고, 무지막지한 고문으로 무고한 '진범'들을 만들어간다. 기자들이 이런 검사를 응원한다. (...)법집행자의 자기합리화나 변명, 또는 은폐는 타인의 행복을 앗아간다. 국법은 인간 존엄성의 구현을 목표로 하는데, 헛된 명예욕에 이용당하면 인간 파멸의 실천도구로 돌변하는 것이다.-12쪽

이런 보도 태도는 한국 언론의 사실 인식과 진실 확인의 수준과 도덕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기자들은 확정 판결 이전의 '무죄 추정인'들을 '범인'이라고 불러 스스로의 언론 재판에서 유죄를 확정시켜버린 다음 그들이 범인이란 전제 아래서 기사들을 써갔다.-104쪽

김 씨에게는 미안한 표현이지만 김기철 씨의 가족들이나 친구들은 김기철 씨를 '법이 없어도 살 사람', 김금식 씨는 '법이 없었더라면 벌써 전에 맞아 죽었을 사람'이라고 부르고 있다. '법이 없어도 살 사람'은 결국 '법이 없었다면 맞아 죽었을 사람'과의 운명적인 인연에 의해 요절해버렸다. -176쪽

많은 기자들은 검찰의 발표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치고 그 '사실'의 '진실' 여부를 확이하는 작업을 게을리 했던 것이다. 이 경우 언론은 '사실 전달'의 의무는 다 했지만 '진실 확인'의 의무는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기자가 사실 전달의 기능에만 만족하게 된다면 앵무새와 별 다름이 없을 것이다. 기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경찰이나 검찰이나 다른 어느 기관에도 자신의 판단 능력을 귀속시켜서는 안 되며 독자적인 판단력을 늘 유지하여 진실의 왜곡이나 조작을 검증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184쪽

칼과 저울로 상징되는 법은 어차피 폭력이다. 그러나 저울이 있기에 그것은 형평의 원칙이 적용되는, 그래서 정의의 칼, 정의의 힘, 정의의 폭력이다. 폭력의 행사를 규제하고 정당화 하는 이 저울, 곧 형평과 절차가 빠져 달아난 법은 이미 법이 아니다. 파괴력을 가진 힘 그 자체, 곧 폭력일 뿐이다.-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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