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한세상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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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생 아저씨, 태옥 언니, 부칠씨, 정옥,경희, 정희 언니, 그리고 이네들과 한 판 우꾼하게‘멋진 한세상’풀어낸 우리 공 선생님~ 이렇게 한 번 불러 보고 싶었습니다. 공 선생님 뽑아 놓으신 제목들이 유행가 제목 뺨치는 것 같아요. '그것은 인생', '정처 없는 이 발길', '나비', '홀로 어멈', '고적', '이 한 장의 흑백사진'……. 싸구려 유행가에 선생님 훌륭한 작품을 빗대어 맘 상하신 건 아니지요? 말해 놓고 보니, 싸구려라니! 그 속에 인생의 짠물과 쓴물, 로맨스와 사랑의 상처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걸요. 선생님 작품도 그래서 좋답니다.

선생님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멋진 한세상'에서 읽은 부분이 생각나네요. 스무 살 처녀가 '선데이서울'에서 본 가정부 일자리 구하러 서울행 완행열차를 탄 여름밤. 일곱 시간 입석, 통로에 신문지 깔고 앉을 공간조차 없이‘공간이란, 내가 섰는 딱 그 자리, 그만큼 뿐이다. 한마디로 옴도뛰도 못하겠다.’했던 부분이요. 그것이 열차 안에서만의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우리 사는 세상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네요. 누구나가 자기 선 자리만큼만 욕심 내지 않고 공평하게 가지고 살면 더없이 좋을 텐데요.

시골 폐교에서 아이 셋 홀로 키우는 정옥 언니,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거의 존재감을 찾을 수 없는 남편 대신 두 아이를 키우는 경희 언니, 과외를 생계로 어머니, 딸과 함께 살고 있는 '나'. 저야 아직 결혼도 안 했으니 우리 사회에서 애를 키운다는거, 더군다나 안정된 직장 없이, 남편 없이 애를 키운다는 게 얼마만큼의 무게로 어깨를 짓누르는 것인지 잘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경제적 부담을 온몸으로 받아낼 결심을 굳게 먹지 않고서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도 언니들 사시는 모습이 쨘한 것으로만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이 시대에 여성으로, 어미로 살아가는 것의 고달픔 속에서 뭔가 단단함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도시적이고 물질적인 것들을 물리고 자연속에서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정희 언니의 모습에서도 새로운 길을 보았습니다. 자, 우리도 '한 몫' 챙기는데만 빠지지 말고 '한 세상'을 챙겨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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