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의 세계 (합본)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장영은 옮김 / 현암사 / 199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대개 철학이란 것을 어렵게만 생각하고 삶에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들에 당치도 않는 확신에 사로잡혀 있거나 아니면 무관심한 것이 지금 우리들의 모습일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대부분의 철학사는 남성이 결정해 왔으며 여성은 소외되는 존재로 인류 역사에서 늘 억압당해 왔다.

그런 점에서 ‘(…)어른들은 세계를 당연하게 여기지. 확실히 어른들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일상 생활이라는 깊은 잠을 자고 있는게 틀림없어.'라고 생각하는 소녀 철학자 소피의 모습에 놀라우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꼭 들어맞는 표현이기 때문이었다. 어른들 뿐만 아니라 학문의 전당이며 자유의 성역이라고 하는 대학에서조차 끊임없는 사유와 의심은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에게 정말 이것이 위기가 아닐런지.

소피는 그리스의 자연 철학자들에서부터 20세기의 실존주의 철학, 유물론, 생태 철학에 이르기까지의 기나긴 철학적 탐구를 하면서도 결코 현실 생활과 멀리 떨어지지는 않았다. ‘삶이란 임신과 출산으로 시작되는데 지금까지는 그들의 철학 세계 속에는 아기 귀저기나 빽빽거리는 울음 소리가 없었어요. 또 어쩌면 사랑과 우정이 적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이 대답에 이르러서는 어린 아이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을 만큼 소피가 기특하고 대단해 보이기 조차 했다.

무엇보다도 소피는, 내가 섣불리 결론내리고 싫증냈던 바로 그 삶을 찾기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용기를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내 삶을 단단히 움켜지면서 나를 둘러싼 사회와 세계에 꾸준히 의심 가지고 항상 열린 마음과 더운 기운이 흐르는 가슴을 가지도록. 소피와의 만남이 늦었지만 소피는 예전부터 나의 마음 속에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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