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양장)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잎싹, 결국에 네가 이루고야 말았던 그 희망은 어땠니?

생명이 위험한 상황까지 기꺼이 감내한 것이었지만 놓아버리지 않고 이루었으니, 쓰고 시면서도 달콤한 맛이 아니었을까? 너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는 잎사귀라는 네 이름 ‘잎싹’에서 정말 아름다운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단다. 그런데 내 희망은 싹을 내기는커녕 제대로 물을 줘 볼 생각을 마지막 해 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는 것 같구나. 그렇다고 내 희망이 없었냐고, 없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거든. 왜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초라한 꿈이 되어 버렸을까…….

사실 네가 아니, 너 같은 닭이 양계장을, 마당을 나오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로 이렇게 어른을 위한 동화로까지 쓰여졌는지 시시하기도 하고 따분할 것 같기도 했단다. 나도 동화를 좋아하는 어른이라고 하면서도, 이런 동화가 이런저런 세상 일 다 겪어 본 어른들에게 무엇을 느끼게 해 줄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했었지.

너는 알을 얻기 위해 기르는 수많은 난용종 암탉들 중 한 마리에 불과했지만, 감히 그 어떤 암탉도 생각지 못한,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겠다는 소망을 품고 양계장의 철망우리를 벗어나겠다는 ‘반란’을 꿈꾸면서부터 이 세상에 하나 뿐인 ‘잎싹’이 되었지.

난 이 세상에 하나 뿐인 ‘나’라는 걸 무엇으로 증명해 보일까? 겨우 모습이 다르다는 것으로?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고, 비슷한 것으로 고민하고, 아웅다웅거리고……, 그럴 뿐인데. 정말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은 이것이 책을 읽는 순간에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강하게 느껴졌단다.

바람과 햇빛을 한껏 받아들이고, 떨어진 뒤에는 썩어서 거름이 되는 잎사귀, 너는 그 잎사귀의 삶을 온몸으로 보여 주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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