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질투
이자벨 라캉 지음, 김윤진 옮김 / 예담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고종황제의 밀사와 프랑스 여인과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소설이라고 소개되어 있어서 많이 기대를 하고 봤던 작품이다..그런데 나의 기대가 너무 높았던 걸까? 왠지 이들의 사랑에 공감이 가지 않았다..비극적이라고 하지만 별로 비극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일환은 고종 황제의 밀사로, 프랑스를 동경하는 개혁적인 사상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그러나 외국문물을 받아들였다고 해도 그는 선비이며 유교적인 도덕관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한 인물이 자신의 부인을 나두고 외국의 여인과 쉽게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물론 양반은 첩을 들을 수 있고 풍류를 즐기기 때문에 그런 부인에 대한 정조라는 개념이 희박할 수 있다..그렇다면 남의 부인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어떠한가? 유교적이든 아니든 모든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불륜은 용서할 수 없는 죄가 아닌가? 특히 구한 말 많은 개화된 사상을 받아들였다고 해도 그 뿌리는 유교에 머물러 있을 선비인 일환이 남편이 있는 여자 엘레나와 정신적인 사랑도 아닌 육체적인 사랑까지 나눴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엘레나와 사랑에 빠지는 것도 아무런 고뇌도 없이 쉽게 일어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점을 봤을 때 이자벨 라캉은 프랑스에 살고 있는 한국계 프랑스인이기때문인지 우리민족의 정서라든지, 우리 조상들의 사상, 생각 들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것으로 보여졌다..또한 일환의 부인인 순희를 그려낸 것에도 불만이 있다. 일환과 엘레나의 이야기가 주가 된다고 하지만 순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 아닌가? 일환의 처로, 일환이 사랑해야하는 여인이고, 일환을 사랑하는 여인이다. 순희가 일환이 돌아온다는 것에 집안을 쓸고 닦고, 일환을 위해 뽀쪽구두를 구하는 등의 노력만 봐도 순희가 일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13년 정도가 흐른 뒤 일환의 짐가방에서 찾은 엘레나와 일환의 사진에 의문을 느낄지언정 아픔이라든지, 슬픔, 또는 질투를 느끼지 않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한 술 더 떠서 첩으로 삼을 생각까지 한다는 것은 더욱더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되었다. 투기가 죄가 되는 교육을 받았다하더라도 겉은 표현을 하지 않을 지언정 속까지 질투나 투기의 마음이 없을 수는 없는 것이 여자가 아닌가? 어째서 순희는 이렇게밖에 그려지지 않는것인가? 또한 일환은 왜 순희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것인가? 초반에 순희에게 다정한 남편으로 그려진 일환이라면 당연히 아내에게 죄책감 내지 미안함을 느끼는게 인지상정이 아닌가? 또한 고종 황제의 밀사라는 아주 중요한 임무를 띄고 우리나라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떠난 길인데 일환은 그러한 절박함이라든지, 비장함이라든지, 애국심이라든지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인물이었다..조국이 일본에 잡아먹히느냐가 걸린 중대하고 긴박한 상황에 있는데 일환은 새로 접하는 문물에 빠져들거나 여유를 부리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과연 그 당시 고종 황제가 보낸 특사들이 그러한 모습이었까? 그들은 매일 좌불안석에 안달복달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지 않았을까? 여유있게 소설책을 읽는 다든지, 작가들을 만나려고 한다든지 하는 행동을 보이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된다..이러한 등장인물들의 이해할 수 없는 심리와 행동이 멋지 소재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더불어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기에 비극적인 사랑이라는 느낌도 별반 받지 못했다..그런 점에서 정말 아쉬운 소설이 아닐 수 없다...소재는 정말 매력적이어서 기대가 많았었는데..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던 소설인거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