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1차 세계대전 - 유럽의 종말과 새로운 세계의 탄생 ㅣ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세계대전 1
A. J. P. 테일러 지음, 유영수 옮김 / 페이퍼로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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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들의 번뜩이는 전술 혹은 그들의 영웅적인 면모, 숨 막히는 전황과 뒤이어 찾아오는 통쾌함 또는 안타까움 ….

굳이 영웅사관에 빠진 사람이거나 ‘밀리터리 덕후’가 아니더라도, 전쟁사를 읽어 나가는 독자라면 기대할 법한 스토리텔링이다. 전쟁사에 대한 공부가 일천한 필자에게 있어서, 이와 같은 짜릿함을 느끼며 읽어내려갔던 책으로 기억에 손꼽히는 책은 그 옛날,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그중에서도 제2권 「한니발 전쟁」이었다. 물론 그녀의 저작이 낳은 수많은 논쟁거리를 여기서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전쟁사라는 이유로, 그녀의 책을 읽어 나갔을 때 느꼈던 회고를 기대하며 본서를 집어 든 것은 꽤 큰 오판이었다. A. J. P. 테일러의 이 저작은 필자가 생각한 것과는 꽤 다른 성격 혹은 매력을 가진 책이다.


테일러가 서술하는 제1차 세계대전의 경과 속에서, 정치가들과 군사 지휘관들은 번뜩이는 전술 혹은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보다는 오히려 착각이나 오판을 거듭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가까울 듯하다. 사실, 전쟁의 발발부터가 누군가의 치밀한 의도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 측면에서 A. J. P. 테일러의 잘 알려진 또 다른 명저(『준비되지 않은 전쟁,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의 ‘준비되지 않은 전쟁’이라는 수식어는 제1차 세계대전에도 충분히 붙일만하다.


“독일과 영국은 우호적인 관계”였고, 사라예보의 총성이 울리기 수개월 전에 치러졌던 프랑스의 총선에서는 “평화를 지지하는 급진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이 다시 과반을 차지”했으며, 독일인들은 “순전히 경제력만으로도 곧 유럽 제일의 강대국이 되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독일이 왜 전쟁으로 일을 그르치겠는가?” 독일은 오스트리아로 하여금 세르비아를 강하게 압박할 것을 종용하면서, 이것을 과거처럼 “위협으로 위신도 세우고 평화적인 성공도 이루”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이 세르비아에 전쟁을 선포하던 시점까지도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이는 “외교적 술책”이었을 뿐 “진짜 전쟁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 모두들 걷잡을 수 없는 전쟁 속으로 떠밀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여기서 테일러가 통찰하는 바는 보불전쟁 이후 수십 년간 유럽 본토에서 전면전이 없던 시기에, 철도의 시대를 맞아 수립된 작전계획들이었다. 각국에서 외교적 술책 정도로 여겨되던 동원령이나 선전포고가 각국의 밀실에서 수립되었던 작전계획 속에서는 철도시간표와 촘촘하게 엮여 있었고, 마치 도미노의 첫 블록을 밀어뜨린 것처럼 전쟁은 걷잡을 수 없이 치닫게 되었다.


개전 이후에 펼쳐지는 제1차 세계대전의 전역들에서도 전술·정치적 오판, 예상치 못한 전화위복(혹은 전복위화)과 새옹지마, 나비효과의 향연이 펼쳐진다. 책장을 펼치기 전에 기대했던 것처럼 가슴이 웅장해지기는커녕 테일러의 스토리텔링은 참 냉소적일 따름인데, 이따금 실소를 안겨준다. 어느 것을 사례로 고를 것인지도 참 고민스럽지만, 1916년의 전역을 엿보기로 한다.


1916년 초, 독일의 육군참모총장 폰 팔켄하인은 전황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베르됭 요새의 공격을 결심한다. 베르됭 요새는 프랑스의 전선에서는 “난처하고 쓸데없이 튀어나온 부분의 맨 앞”에 위치했으므로 전술적으로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을 법했다. 따라서 프랑스의 장군 조프르는 베르됭에서의 철수를 결심했지만, 프랑스의 수상 브리앙이 정치적인 곤란함을 우려하여 반대하자 조프르는 다시 베르됭을 사수하기로 입장을 선회한다. 테일러에 따르자면 “조프르가 이제까지 없었던 분별있는 결정을 내리려던 찰나”였는데, 정치수반의 개입으로 다시금 그는 “잘못된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하지만 독일의 승부수 또한 성공적이지 못했다. 팔켄하인은 “늘어나는 독일군 사상자를 보며 낙담”했고, 이윽고 베르됭 전선을 포기한다. 결과론적으로는 “베르됭은 프랑스의 승리인 것으로 보였”고, 이 전역의 사령관인 페탱은 그 후광으로 훗날 프랑스의 국가수반이 되었다.

한편, 동시기에 러시아도 독일에 대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남부 사령관 브루실로프가 주도했던 이 작전(일명 ‘브루실로프 공세’)은 “러시아인들이 늘 그렇듯 허둥지둥 실수투성이”였고, “러시아 병사들은 아무 목적도 없이 산화”했다. 러시아 군대는 이 공세에서 100만 명의 사상자를 냈다. 그럼에도 이 작전은 결과론적으로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장군 개인의 이름이 붙은, 유일하게 성공적인 작전”일 정도로 “눈에 띄는 성취”였다.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은 이 공세 이후 “마침내 싸울 의지를 상실”했다. 한편, 브루실로프는 본국의 지원을 충실히 받지 못했던 것이 큰 불만이었다. 그는 이후 왕조로부터 몸을 돌렸고, “트로츠키 휘하에서 더 행복하게 복무”하게 된다. 테일러는 브루실로프 공세가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가와 러시아의 로마노프가를 모두 파멸시켰다고 평가한다.

뒤이은 솜므 전투에서는 또다시 무자비한 살육이 이루어졌다. 이 전역에 참전한 영국 보병대에 대해서 테일러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엄격한 군대였고, 가장 호된 규율과 가장 심한 처벌이 있는 군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실패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고 “어떻게 해서 그 실패를 대규모로 반복할 수 있는지를 배웠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테일러는 이처럼 군사 지휘관들과 정치가들에 대해 일견 냉소적인 시선을 비치면서도, “무명의 병사들이 제1차 세계대전의 영웅들”이었다면서, 그들에 대한 관심을 잊지 않고 서술해나간다. 예컨대, 1914년 크리스마스 날에 있었던 하룻밤의 비공식적인 휴전은 널리 알려진 일화이다. 이날만큼은 최전선에서도 총성이 멎은 채 영국과 독일의 병사들도 서로 만나 담배를 피우며 농담을 나누고 축구도 했다고 전해진다. 테일러는 담담하게 서술한다. “어쩌면 각 나라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은 작가들이나 정치인들보다는 이러한 전망(양국에 대한 증오)과 거리가 먼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한편, 서두에 말했듯이 본서에서 숨 막히는 전황과 뒤이어 찾아오는 통쾌함 또는 안타까움은 느끼기 힘들다. 테일러는 전쟁의 세부적인 전황을 서술함에 있어서는 그의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발휘하지는 않았다. 전쟁 묘사에서 오는 박진감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아쉬울 법하다. 필자는 사실 제1차 세계대전에 잘 알지 못했던 문외한으로서, 유일하게 익히 들어본 전투가 개전 초기의 마른 강 전투였다. 그랬기에 독일군이 마른 강을 건넜다는 서술 이후, 이 전투의 전황이 언제쯤 생생하게 묘사될 것인지를 기대하다가 문득 마른 강 전투에 대한 서술이 끝났음을 알고 당혹감에 페이지를 다시 뒤적인 바 있다. 개별 전투에 대한 구체적인 서술을 원하는 독자들은 간단한 온라인 검색으로도 본서보다 충분히 많은 정보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본서는 고전적인 명성만큼이나 제1차 세계대전을 알기 위한 좋은 길잡이임에 틀림없다. 테일러의 스토리텔링이나, 특히 본서의 제목이 시사하는 풍부한 지도와 사진이 분명한 강점이다. “유럽의 종말과 새로운 세계의 탄생”을 알린 이 전쟁을 조감하고픈 독자 제현들의 많은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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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의 세계사 - 서양이 은폐한 '세계상품' 인삼을 찾아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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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홍차, 술, 커피 등 특정 재화를 매개로 역사를 관조하는 ‘00의 세계사’가 유행하는 요즘이다. 사실 이런 범세계(?)적인 재화들의 역사 속에서 한국이 당당히 한 장을 차지하는 장면은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인삼’이라면 왠지 기대해 볼 만한 소재이지 않은가. 국사 교과서를 공부한 이들이라면 동아시아 교역체계 속에서 인삼이 한국의 전통적인 수출품으로 수 차례 언급되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양란 이후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큰 이득을 취했던 조선의 중계무역 이야기 속에서 이 무역의 축을 이루는 중국의 생사, 일본의 은, 조선의 인삼에 대해서도 들어보았음 직하다.

저자인 설혜심 교수가 인삼을 소재로 고른 이유도 이러한 독자들의 기대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지역적 범위를 한정 짓지 않더라도 세계적인 인삼 교역망에서 핵심부는 동아시아였으며, 서구는 그들의 욕망과 달리 주변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요컨대, 저자는 인삼을 “월러스틴의 유럽중심주의적인 접근법이 틀렸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선택했다.


본서는 한국의 독자들이 대체로 인지하고 있을 법한 동아시아 교역사 속에서의 인삼을 충실히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구의 인삼 교역망을 복원해내고 인삼에 대한 서구의 문화적 담론까지 공들여 파헤치고 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 특히, 필자가 흥미롭게 읽었던 것은 인삼(화기삼)이 미국의 첫 해외 수출품이자, 이후로도 꽤나 큰 비중의 효자 수출품이었다는 점이다. 저자 역시 “이 사실은 역사가들조차 잘 모르고, 미국 역사에서도 잘 다루지 않는 이야기”라며 인삼의 미중 교역 서술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본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양서이지만,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서양이 은폐한 ‘세계상품’ 인삼을 찾아서”(부제)라든지 “서양은 왜 인삼의 역사를 숨겨왔을까”라는 등의 과도한 수사들이다. 이는 저자가 제시한 인삼에 대한 서구의 담론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생각이 든다.

서구에서는 인삼의 유효성분 추출이 어려웠던 탓에 근대 약학 시스템에 더디게 포함되었고, 미국의 화기삼은 인삼의 국제교역망에서 ‘2등품’의 지위에 머물러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서구인들은 인삼의 효능이 사실 대단치 않다고 서술하거나, 인삼을 동아시아의 전제성·미신·사치과 같은 전근대성을 담지물로 묘사하는 등 이솝우화의 ‘신 포도’식 사고 혹은 오리엔탈리즘적인 사고를 드러내기도 한 듯하다. 하지만 본서에서 서술하듯, 서구는 해독제·정력제 등 인삼의 효능을 여전히 주목했으며 대중(對中)무역에서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야생삼의 채취 또는 재배삼의 개발에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서양의 많은 나라에서 “인삼은 여전히 열등하고 비합리적인 동양성에 갇혀 있”으며 “동아시아가 구심점인 인삼의 세계-경제체제”를 “부정하고 싶은 서구중심주의”로 인해 “서구 역사학이 인삼의 존재를 은폐”했다고 서술한 것은 서구의 의도로 과도하게 환원한 것이 아닌지 의문스럽다. 특히 근대 동서양 교역 네트워크에서 실상에 비해서 인삼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유는 당시 세계교역을 이끌어가던 영국에게 인삼이 주력상품이 되지 못했던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이와 같은 아쉬움은 저자가 제시하는 통찰력에 비하면 작은 편린에 불과할 뿐이다. 특히 인삼을 통해 비서구 지역이 주체가 되는 또 하나의 세계체제를 독자들에게 소개한 것은 본서의 큰 성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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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30년, 일본 정치를 꿰뚫다 - 아베의 아름다운 일본은 있는가
이헌모 지음 / 효형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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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베 신조 총리의 '내가 국가다(私が国家ですよ)'라는 발언이 세간의 이슈가 되었다.

물론 그의 성급한 발언은 자국 내에서도 호의적인 여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었으나 

어쨌든 일본정치의 특질을 어느 정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저명한 거물 정치인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이자 3대 세습의원. 즉, 세습정치의 후광.

창당(1955년) 이후 단 6년 밖에 정권을 내주지 않은 자민당의 일당독주.

고이즈미에 의해 이루어진 자민당 파벌정치의 형해화.

수상의 '전가의 보도', 중의원 해산권을 적절히 활용한 것과 같은 아베의 정치적 노련함.

그리고 일본 시민사회 특유의 정치적 무관심.


상기의 요건들은 아베의 장기집권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으며,

'집단적 자위권'의 허용, 즉 '개헌'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우경화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 한일 양국 간의 혐오감정도 그 해소의 돌파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

그럴수록 와 닿는 출판사 리뷰의 글귀는

그저 일본에 맞서는(反日) 것이 아니라, 일본을 알고(知日) 넘으려(克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본서는 그 첫 계단으로 인도하는 아주 쉬운 가이드라인으로써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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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인간을 말하다 - 권력에 지배당한 권력자들의 이야기
리정 지음, 강란.유주안 옮김 / 제3의공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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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권력은 부패한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풍미하던 사극 『무인시대』의 캐치프라이즈 문구이다.
이런 엄중한 경고가 아니더라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옛 속담도 말해주듯, '권력'은 인간의 심성과 언행을 좌우하는 여러모로의 속성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저자는 당 왕조의 역사를 통틀어서, 권력의 속성을 풀어낼만한 11개의 일화를 끌어냈다. 물론 다소 장광설이 긴 문체 탓에 속시원한 글솜씨를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 있겠다. 하지만 충분히 음미해볼만한 소재들이다.

- 권력이 심판하려 할 때 부패가 시작된다. (타락 / 이융기)
- 사람은 자신이 가진 편견의 노예다. (정보통제 / 이임보)
- 권력은 언제나 측근을 통해 사용된다. (그림자권력 / 환관집단)
위와 같은 명제들은, 필자가 고금을 막론하고 역사를 공부하며 느꼈던 진리이기도 했다.

반면 다음의 명제들은, 마치 당신이 권력자가 되고자 한다면 이것을 명심해두라는 충고처럼 들리기도 한다.
- 도덕성을 갖춘 권력만이 장수한다. (후계자 선정 / 이세민)
- 질서라는 면역체계의 맞서지 마라. (무질서 / 무측천)
- 충성에 답하는 것은 의무다. (보상 / 곽자의, 이광필, 복고회은)
- 권력을 옹호하는 자 안에 반역자가 있다. (합법성 / 황소, 주전충)

한편, 본서가 이것만으로 끝을 맺었다면 필자는 재미있는 이야기집 정도로 평가하며 책을 덮었을 것이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11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중국의 전통적 정치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유가사상, 황제권력, 관료정치라는 세 축을 설정하여 분석하고 있다. 충분히 곱씹어볼만한 분석이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이를 두괄식으로 풀어주었다면 개별 에피소드를 음미하는데 더 좋은 안내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저자는 '고대 중국에는 시간이 없다'는 헤겔의 평가에 반박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중국의 옛 성현들은 ... 각 분야에서의 성취는 모두 가히 독보적이었으며 인류 문명의 밤하늘에 별처럼 찬란한 빛을 비추었'으며, 중국이 '문명의 타락을 겪고 다시 부흥한 유일한 국가'이므로 그 역사가 '중화민족이 세계에서 우뚝 설 수 있는 자신감과 저력의 근원'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그러나 '돌직구'적 서술은 독자가 듣기에 때로는 거북한 법이다. 중국문명이 이루었던 성취를 부정하는 이는 없을진대, 독자들이 스스로 음미할 수 있도록 담담하게 서술했더라도 충분히 독자들이 저자의 문제의식을 읽어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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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가지 발명품으로 읽는 세계사 - 술, 바퀴, 시계에서 플라스틱, 반도체,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조 지무쇼 엮음, 고원진 옮김, 이케우치 사토루 감수 / 시그마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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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경제학에서 경제성장을 이야기할 때 고려하는 주요한 두 요소는 '노동'과 '자본'이다. 그러나 이 두 투입요소는 제약없이  투입된다고 하더라도 '한계생산성'에 의해서, 결국 성장은 제약을 받게 된다. 이 때 이 트랩을 깨뜨리는 하나의 요소는 바로 '기술'발전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다. 그리고 '기술'의 혁신은 특히 중요한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써, 오늘날 주목을 받고 있다.
본서에서 소재로 다루는 '발명품'은 물론 그 자체로 '기술'의 혁신을 의미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는 '기술'과 동일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발명품'은 분명 세계사의 진보에 분명 기여했다. 본서 역시 이러한 관점에 입각해서 서술되고 있다.
이 책은 쉽다. 무려 30가지의 발명품이나 다루기에 일종의 '옴니버스'식으로 내용이 구성되고, 그렇기 때문에 지루하지도 않다. 다만 그 내용의 깊이는 다소 아쉽다. 어떤 소재의 경우에는 '흥미'로운 일화나 사실 정도만 나열될 뿐, 세계사적 함의를 담아내기에는 얕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출판시장에서는 한동안 '~의 세계사'라는 이름의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 필자는 일상 속 소재에 대해 색다른 역사적 고찰을 통해서 역사에 대해 보다 풍부한 이해를 끌어냈다고 느꼈기에, 이 일련의 붐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만약 이 책의 저자도 비록 '발명품'의 개수를 5개로 줄이더라도, 보다 심도있는 해석을 전달하고자 했다면 더 유익한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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