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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인간을 말하다 - 권력에 지배당한 권력자들의 이야기
리정 지음, 강란.유주안 옮김 / 제3의공간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절대권력은 부패한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풍미하던 사극 『무인시대』의 캐치프라이즈 문구이다.
이런 엄중한 경고가 아니더라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옛 속담도 말해주듯, '권력'은 인간의 심성과 언행을 좌우하는 여러모로의 속성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저자는 당 왕조의 역사를 통틀어서, 권력의 속성을 풀어낼만한 11개의 일화를 끌어냈다. 물론 다소 장광설이 긴 문체 탓에 속시원한 글솜씨를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 있겠다. 하지만 충분히 음미해볼만한 소재들이다.
- 권력이 심판하려 할 때 부패가 시작된다. (타락 / 이융기)
- 사람은 자신이 가진 편견의 노예다. (정보통제 / 이임보)
- 권력은 언제나 측근을 통해 사용된다. (그림자권력 / 환관집단)
위와 같은 명제들은, 필자가 고금을 막론하고 역사를 공부하며 느꼈던 진리이기도 했다.
반면 다음의 명제들은, 마치 당신이 권력자가 되고자 한다면 이것을 명심해두라는 충고처럼 들리기도 한다.
- 도덕성을 갖춘 권력만이 장수한다. (후계자 선정 / 이세민)
- 질서라는 면역체계의 맞서지 마라. (무질서 / 무측천)
- 충성에 답하는 것은 의무다. (보상 / 곽자의, 이광필, 복고회은)
- 권력을 옹호하는 자 안에 반역자가 있다. (합법성 / 황소, 주전충)
한편, 본서가 이것만으로 끝을 맺었다면 필자는 재미있는 이야기집 정도로 평가하며 책을 덮었을 것이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11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중국의 전통적 정치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유가사상, 황제권력, 관료정치라는 세 축을 설정하여 분석하고 있다. 충분히 곱씹어볼만한 분석이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이를 두괄식으로 풀어주었다면 개별 에피소드를 음미하는데 더 좋은 안내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저자는 '고대 중국에는 시간이 없다'는 헤겔의 평가에 반박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중국의 옛 성현들은 ... 각 분야에서의 성취는 모두 가히 독보적이었으며 인류 문명의 밤하늘에 별처럼 찬란한 빛을 비추었'으며, 중국이 '문명의 타락을 겪고 다시 부흥한 유일한 국가'이므로 그 역사가 '중화민족이 세계에서 우뚝 설 수 있는 자신감과 저력의 근원'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그러나 '돌직구'적 서술은 독자가 듣기에 때로는 거북한 법이다. 중국문명이 이루었던 성취를 부정하는 이는 없을진대, 독자들이 스스로 음미할 수 있도록 담담하게 서술했더라도 충분히 독자들이 저자의 문제의식을 읽어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