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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일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9월
평점 :
인생은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도 한다. 예술가 각자의 삶을 살펴보면 고통, 고뇌, 고독 등을 뼈저리게 체험할수록 더 높은 예술의 경지에 오르는 것 같다. 저자의 목록 중에 먼저 "잊히지 않을 슬픈 전설 천경자 화가” 제목이 눈에 띈다. 천경자 작가하면 떠오르는 <미인도> 진위 여부 스캔들로만 기억이 남았는데... 천경자는 “내가 그린 작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진품이다”라며 반박했다. 그림을 자식처럼 아낀 화가는 “자식을 몰라보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라며 <미인도>가 위작임을 주장했고, 미술계는 오히려 화가를 두고 “자기 그림도 몰라보는 정신 나간 작가”라고 공격했다고 한다. 이에 천경자는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마음을 다쳤고 결국 절필을 선언했으며 딸이 있는 미국으로 이주해 눈을 감았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대명천지에 화가 본인이 그린 그림이 아니라고 하는데 소위 전문가들이 오히려 작가를 비난하다니... 그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하고 사필귀정되어 작가의 아픔이 사후에라도 추모 받았으면 좋겠다.
삼권분립이 실현된 현재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판결한다는 법의 정신을 말하지만 ‘전관예우’, ‘유전무죄 무전유죄’, 선택적 기소, 별건 수사, 여론재판, 피의 사실 공표 등등 수사 편의주의나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고 판결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나 지금이나 ‘법’도 중요하지만 법 적용을 위탁받은 ‘집행관’의 공정한 마음도 자세가 어찌 보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현재의 판사와 검사들에게는 어느 누구보다도 엄격한 책임감, 도덕성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의 판례들을 보면 자신에게는 엄격한 법 적용을 하지 않으면서 일반 시민들에게 엄격한 법 적용을 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
스페인 여행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축가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를 떠올린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에 스페인 여행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에 가우디 1일 투어를 하며 바르셀로나 곳곳에서 가우디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여행 전까지만 해도 '천재적인 건축가 가우디'라는 말을 종종 들어보긴 했으나, 가우디의 업적과 그가 왜 천재라고 불리는지 대해서는 몰랐었다. 스페인을 여행을 하고, 가우디 건축물 하나하나에 세세한 설명을 해주신 전문 투어 가이드 덕분에 가우디의 천재성과 그의 삶과 그가 남겨놓은 건축물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어서 여행이 정말 만족스러웠다. 사업가이자 귀족이었던 구엘은 “가우디, 네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봐” 하며 자율권을 주고 지원했다고 한다. 또한, 가우디는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삶을 벽돌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듯 설계했다고 한다. 가우디는 평생을 수도승처럼 살았고, 결혼도 안 했고, 육식도 하지 않았다. 본인의 재능을 과시하지도 않았다. 거대한 건축물을 지으며 이름값을 높일 때도 본인은 조그만 집에서 보냈다. 옷차림마저 초라했기에,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트램 사고를 당했을 때 아무도 이 노인이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가우디의 삶은 건축을 향한 헌신으로만 가득했다. 스페인은 가우디 사망 100주기인 2026년까지 성당을 완공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이 완전히 완공되면 바르셀로나를 한 번 더 방문해 보고 싶다.
많은 사람이 꼽는 가우디 대표 건축물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다. 가우디는 이 거대한 성당을 쌓아 올리는 데 40년 이상을 쏟아부었다. 생전에 완공이 불가능한 것이란 사실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 이후에야 완성될 건축물에 매달리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쉬이 가늠하긴 어렵다. 가우디는 삶이 허락하는 마지막 날까지 묵묵히 벽돌 하나를 더 쌓는 데 집중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오로지 가우디의 머릿속에 설계도와 조감도가 있었기 때문에 그가 죽고 나서 성당 건축은 여전히 더디게 현재 진행 중이다. 스페인은 가우디 사망 100주기인 2026년까지 성당을 완공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이 완전히 완공되면 바르셀로나를 한 번 더 방문해 보고 싶다. 다시 한번 스페인을 방문하게 되면 ‘카사 밀라’ 등 오로지 가우디 건축물만을 가우디의 삶의 자세를 상상하며 찬찬히 바라보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술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난해하다고 생각하며 가까이하지 않는 것 같다. 단순히 예술 작품을 해설하는 책뿐만 아니라, 예술작품들과 더불어 작가들의 삶과 인생을 풀어내는 책과 대중들에게 조명 받지 못한 다양한 예술가들에 대한 책도 많이 편찬되어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진입장벽이 낮아졌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는 대부분의 대중들에게 알려진 샤갈, 프리다 칼로, 천경자, 가우디 이외에도 작품을 보면 알만한 예술가를 포함하여 예술 초보자에게는 생소한 시대의 아이콘 33인의 이야기를 쉽고 짤막짤막하게 하고 있어서 책을 읽기가 굉장히 편했고 이해하기도 쉬웠다. 당대에는 괴짜, 이단아로 불리며 혹독한 인생을 살았으나 현재는 이름이 곧 예술이 된 이미 떠난 예술가들의 사연을 좀 더 깊이 알고 그들의 작품을 종종 음미하면서 예술을 보는 안목도 키우고 나의 삶도 예술과 함께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