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경계와 융합에 대한 사유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장자> 읽기
박영규 지음 / 푸른영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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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겨울부터 현재까지 2년째 발병이 지속되는 코로나19 전염병이 세상을 바꿔 놓고 있다. 전염력이 강해서 사람이 서로 모이는 것도 위험하고 심지어는 직장에서 일하는 방식에 재택근무라는 파격을 도입하고 있다. 또한 비대면 방식으로 소통해야 하고 공간의 이동 등 삶의 양식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기도 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유 패러다임은 “만물을 경계 짓고 구분 지어 나에게서 타인을, 사람에게서 자연을 소외시키는 분리형 패러다임을 나와 타인, 사람과 자연을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융합형 패러다임으로 바꿀 필요가 있어 보인다”에 저자의 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서양의 지적 전통은 내 가족, 내 나라의 풍요와 번영을 위해서는 남의 나라 영토와 자원을 수탈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당연한 가치와 윤리였기 때문에 시민들은 개인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공동체의 안전과 조화보다는 자신의 이기적 욕망과 권리를 앞세우도록 길들여졌다. 이에 비해 동양의 지적 전통은 개인의 시민적 자유와 권리보다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의무와 질서의식을 우선시하는 윤리적 태도를 배양시켰다. 코로나 국면에서 동양인들이 서양인들보다 마스크 착용률이 월등하게 높았다는 사실은 이러한 지적 전통의 차이로 명확히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예방을 위한 백신을 서양 국가 우선으로 접종하고 근본적으로 동?서양인이 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그들에게는 매우 부족하다. 경계가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배제와 구분선이 아니라 통합과 융합이라는 변증법적 지양과 창조의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계를 넘어 창조적 융합 현상이 발생할 수 있게 하는 조건들로 장자는 첫째는 공간의 한계, 경계를 돌파하라. 둘째는 종간 경계를 돌파하라. 셋째는 시간의 한계를 초월하라. 넷째는 기존 지식의 한계를 뛰어넘어라. “여행의 참된 가치는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는 데 있다"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이 되었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조금이나마 얻은 것 같다.

 

역사적으로 몽고제국은 자신들의 눈에 이상한 것으로 보이는 것을 무조건 파괴하고 약탈하고 초토화시켰던 통제 불가능한 세력으로 적대적이고 부정적으로 평가되었지만 칭기즈칸은 오히려 동양과 서양이라는 경계로 구분 지워져 있던 세상을 하나로 통합시켰다고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칭기즈칸은 동서양의 교역을 획기적으로 소통시켰다. 그래서 상품 교역의 공간적 경계가 옅어졌고 그것이 상업혁명을 촉진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한다. 몽골제국의 수도로 건설된 카라코룸은 당시 국제무역도시로서 기능했고 그곳에서는 인종이나 종교, 언어의 장벽이 문제가 되지 않고 중국 상인과 이슬람 상인, 유대인 상인들이 자유롭게 거래를 했으며 불교와 도교를 포함한 다양한 종교의 선교활동도 보장되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경계를 초월한 경제적, 종교적 포용 정책으로 동양과 서양을 떠나 천하 사람들과 짝이 되는 것이 온 인류가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본다.

 

장자는 세상을 인의 仁義라는 잣대로 구분 지어 사람을 차별하는 유교적 질서야말로 오히려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장자는 만물은 상대적이다. 내 기준과 잣대로 세상을 평가하는 태도를 버려야 만물을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바르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로마가 제국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오만함을 버리고 상대를 포용했기 때문이며, 카이사르는 유대인들의 관점에서 그들을 대했기에 유대인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었고, 아우구스투스가 제국의 평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이민족들을 로마의 관점이 아니라 이민족의 관점에서 바라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로마는 중국처럼 만리장성을 쌓아 이민족들을 경계 밖으로 내몰지 않고 경계를 없앰으로써 제국을 이루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마음에 새기고 현재를 살아가는 내 스스로 열린 마음으로 사물을 대하고 분석하며 살아가야겠다. 앞으로도 장자, 노자 등의 동양 고전 철학 책을 탐독하면서 인문학적 교양을 쌓고, 고전에서 가르침을 얻는 시간을 많이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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