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 - 조선시대 살인사건 수사일지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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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선생은 오랜 유배생활에도 학문에 정진하였고 유배 말기와 해배 후에 학문이 완숙한 경지에 이르러 ‘1표 2서(一表二書)’라 불리는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를 완성하였다고 한다. 이 책은 흠흠신서(欽欽新書)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정치인이 곧 법관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법관이 전문적인 관직으로 따로 있지 않았고 사법, 입법, 행정의 권력 분립도 제도화되어 있지 않았다. 형사 사건의 경우, 특히 살인을 저지른 중범죄자에 대한 사형 판결만큼은 왕의 전결 사항이었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관찰사가 왕에게 보고하고 최종적인 판결을 지시받아 대리 집행할 수 있었다. 사형 판결만큼은 지방 수령이나 형조판서 등이 있었어도 왕이 직접 주관하였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정조 왕의 애민사상이 여러 판결에서 다소 주관적인 형태로 구현된 이야기들이 나타났다. 조선시대 형사 사건을 조사할 때는 드라마 단골 대사인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으로 다짜고짜 곤장부터 치고 보는 비인간적인 조사가 횡행하였다고 하니 현대 사회의 법률 시스템 구축과 인권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삼권분립이 실현된 현재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판결한다는 법의 정신을 말하지만 ‘전관예우’, ‘유전무죄 무전유죄’, 선택적 기소, 별건 수사, 여론재판, 피의 사실 공표 등등 수사 편의주의나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고 판결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나 지금이나 ‘법’도 중요하지만 법 적용을 위탁받은 ‘집행관’의 공정한 마음도 자세가 어찌 보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현재의 판사와 검사들에게는 어느 누구보다도 엄격한 책임감, 도덕성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의 판례들을 보면 자신에게는 엄격한 법 적용을 하지 않으면서 일반 시민들에게 엄격한 법 적용을 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


전근대 시대의 왕정에서 민심을 고려하여 일반 백성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판결을 내렸다는 사실은 매우 인상적이다. 최근에 재벌 총수를 ‘가석방’하였는데 법치국가에서 유전무죄를 적용하는 것 같아 다소 씁쓸하며, 보수와 진보 진영논리에 따라 찬. 반 입장이 다소 다르겠지만 일반 시민들이 쉽게 수긍할 수 있을까 자문자답해 본다. 판결은 무엇보다 공평해야 하는데,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 마음속에 자기만의 저울이 있다면 어떻게 정당하게 사건을 처리할 수 있을까? 다산 선생의 물음처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법과 올바른 양심에 따라 철저한 법 집행을 하도록 주권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법집행관들의 잘잘못을 감시하고 비판하며 관심을 갖는 노력들이 필요할 것이다.


다산이 <흠흠신서>를 지은 이유는 백성들에 대한 ‘흠휼(欽恤)’의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흠(欽)’은 굽히고 공경하다는 뜻이고, ‘휼(恤)’은 가엾이 여겨 돌본다는 뜻이다. 즉 인본주의가 흠흠신서를 지은 배경이라는 뜻이다. <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는 법 집행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경찰관, 검사, 판사 그리고 공무원 뿐만 아니라 교양서적을 탐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교양과 상식을 쌓아가는 필독서로 일독하기를 추천한다. 법 집행관들이 '흠휼'의 정신을 늘 가슴에 새기고 만인에게 법을 평등하게 집행하여 풍자의 말인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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