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밥집 - 따뜻한 한 끼, 새로운 삶의 디딤돌
김현일 지음 / 죠이북스(죠이선교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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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에서 식사로, 홈리스에서 식구로

김현일. 『바하밥집』(죠이북스. 2017)

 

레이먼드 카버가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김현일 바하밥집 대표의 『바하밥집』은 카버의 문장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노숙인을 위한 무료 급식소 바하밥집은 ‘별것 아닌 것 같은’ 컵라면 다섯 개와 빵, 우유 그리고 약간의 밥으로 시작해 지금은 “일주일에 700명이 넘는 분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규모를 갖췄다. 또한, 주거, 법률, 의료, 직업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소개소-김현일의 말을 빌리자면 ‘통로’- 역할을 한다. 예수의 오병이어 기적이 이천 년이 지난 현재 ‘바하밥집’에서 재현되고 있다.


바하밥집은 내가 지금껏 먹은 게 마음이 깃든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치열하게 먹어치운 전투‘식량’임을 깨닫게 했다. 처음에는 김현일 대표도 나와 같았다. 다섯 개의 컵라면을 들고 노숙인을 찾아간 그는 “무척 추웠고 배도 고팠을 테니 기분 좋게 컵라면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컵라면을 바닥에 팽개쳐 버”리는 노숙인의 반응에 당황했다. 사실 노숙인들은 친절한 척을 하면서 접근해 주민 등록 정보를 알아내고, 대포통장을 개설하는 사기꾼 때문에 경계심이 많다. 잠시 후 다시 찾아간 그 노숙인은 버렸던 컵라면을 다시 주워 담았고 이를 보며 “마음속 깊이 베인 상처를 먼저 볼 줄 알아야 했는데, 그저 배고픔만 채워 주려 했”다며 반성한다.


이 경험은 “식사하러 오는 분들을 예수님의 손님으로 대한다”는 바하밥집의 대원칙으로 자리매김한다. 덕분에 김치볶음밥에 김이 안 들어가는 불상사가 있었을 때 “예수님이 이곳에서 이 음식으로 식사하신다고 생각해 봐라. 김 떨어졌다고 그대로 있겠냐?”고 기준을 엄하게 지키고, 언제나 풍성한 음식을 가장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준비하면서도 수저 짝을 잘 맞추는 디테일을 확보해 손님으로서 대접하는 느낌이 들도록 신경 썼다.


그러나 바하밥집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고시원을 얻어주고, 기초 생활 수급비 신청, 의료, 법률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렇게 마음이 열린 분들이 찾아오면 우선 자신이 밥을 먹은 바하밥집에서 봉사하면서 자활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만든다. 예를 들어 바하밥집에서 큰형님이라 불리는 손성일 씨는 살인과 각종 범죄로 24년을 복역한 노숙인이었다. 주폭 단속기간에 걸려 구치소에서 들어간 그는 바하밥집을 통해 알게 된 김현일 대표에게 그림을 보냈다. 그리고 그의 그림을 본 만화가가 예술 교육가 류재훈 대표를 소개해주어 그림 수업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사진과 미술 치료 수업도 추가되었다. 이 수업으로 손성일 씨는 봉사를 하다가도 화가 나면 국통을 차고 나가버리던 감정을 성숙하게 처리하게 되었고 교회에서 세례를 받고 결혼식도 올렸다.


밥집 봉사, 자활프로그램을 거친 분들은 최종적으로 일자리를 알선받는다. 이 또한 멀리 있는 공장보다 밥집이 위치한 보문동의 봉제 공장을 중점으로 연결한다. 지속적인 관심을 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바하밥집은 이미 밥을 먹는 행위를 일자리로 제공했다. 식사食事의 말뜻처럼 먹는 행위는 칼로리의 숫자로 환원될 수 없는 일事의 한 종류다. 또한, 식사는 집 없는 자homeless를 오직 먹는 것 아래서 같은 식구食口로 퉁 쳐버린다. 김현일 대표가 김형국 목사와 호형호제를 하는 것도, 손성일 씨가 ‘큰형님’으로 불리는 것도 모두 식탁 위에서 벌어진 일이 아닌가. ‘오직 그리스도만으로’ 구원을 장벽을 허문 초대교회 공동체와 같이 ‘오직 밥 한 끼만으로’ 바하밥집에서는 “노숙인과 노숙인이 아닌 사람이 함께 하는 공동체” 식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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