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을 위한 성경 묵상법
김기현 지음 / 성서유니온선교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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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읽어라'.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만난 김기현 목사님의 생애도 그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진경 교수님의 책 『삶을 위한 철학 수업』(문학동네, 2013) 130쪽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어느 건축가가 바우하우스의 총장이었던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를 사사했습니다. 나중에 그가 건축가로 활약하며 회상하기를, 미스는 그를 기억하지도 못했지만, 그는 미스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긴장하며 좋은 건축가가 되기 위해 공부했다는 것입니다. 저에게 김 목사님은 미스 반 데어 로에 같은 분입니다. 교회에서뿐만 아니라 같이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실 때,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시거나 카톡을 할 때면 성경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하시지 않았는데 어쩐지 성경을 읽지 않은 제가 생각나 괜히 성경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모든 사람을 위한 성경 묵상법』을 김기현 목사님의 소위 말하는 인생작이라고 표현한다면 그건 『죄와 벌』이나 『논어』와 같은 희대의 역작이어서가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목사님의 인생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책이 김기현 목사님이 얼마나 성경을 사랑하는지 증언하는 책이자 그 사랑을 참지 못해 터져 나오는 고백록처럼 보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성경을 읽어야 한다는 간절함이 읽힙니다. 그래서 '성경을 읽어라'는 말을 300쪽에 걸쳐서 풀어놓아도 부족한 느낌입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무엇을 고백하고 있을까요? 먼저 성경을 왜 묵상해야 하는지 동기를 부여하고(1부 묵상의 기초) 어떻게 묵상하는지 난이도(초, 중급자)별로 상황(목회자, 직장인)별로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2부 묵상의 방법) 이에 그치지 않고 묵상을 적용, 기도, 나눔, 예배로 확장하고 지속하는 실천적 방법을 제시하며,(3부 묵상의 실천) 마지막으로 끝까지 우직하게 묵상을 놓지 않기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와 응원의 말을 남깁니다.(4부 묵상의 문제) 완독을 추천해 드리지만 필요에 따라 자신이 묵상을 왜 해야겠는지 모르겠다면 1부를, 묵상을 하고 싶지만 그 방법을 모른다면 2부를, 묵상을 하지만 실천이 어렵다면 3부를, 4부는 묵상을 하다가 지친 상황에서 읽으면 좋을 듯합니다.


예를 들어 저한테는 묵상의 이유를 찾을 1부가 필요했습니다. 직장인은 아니지만 바빠서 읽지 못한다고 생각해 또 부모님에게 권하고 싶어 2부의 직장인을 위한 한 줄 묵상을 읽어봤습니다. 교회에서라도 묵상 나눔을 잘해보려고 3부의 나눔을 집중해서 봤습니다. 4부는 묵상이 힘들어질 때 다시 읽으려고 개략적으로만 읽었습니다.


그중 1부에 등장하는 문장 "신앙의 선배들은 성경을 줄줄 외웠습니다"(21쪽)가 기억에 남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 때문인데요. 이마미치 도모노부의 『단테 『신곡』 강의』(안티쿠스, 2008)에서 이마미치는 신곡을 읽기 전에 먼저 서양문화의 원류로서 호메로스를 집고 넘어갑니다. 그러면서 그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각각 1만 5693행, 1만 2110행이나 되는데 문자로 기록되기 전에는 분명히 음유시인이 다 외워서 읊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게 도대체 가능한가 싶은데 이어진 장에 그는 키릴 열도 인근에 거주하는 아이누 민족의 서사시 유카라를 기록한 긴다이치 교스케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긴다이치는 녹음기 없이 낭송자의 말을 필사합니다. 그렇게 한 명에게서 받아 적고 다른 부락으로 가서 또 다른 낭송자의 말도 받아적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 필사본을 비교해 보니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긴다이치는 이것은 기적이라고 말합니다. 거기다 노예를 해방하고 빚 문서를 불태우는 실천까지 했으니 초기 한국 교회에 일어난 일은 이런 기적이 폭격처럼 쏟아지던 때가 아니었을까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이유는 성경을 줄줄 외던 것에서 시작합니다. 성경을 번역해 자녀에게 가르쳤다는 이유로 화형을 당했던 시기에 루터는 번역본 성경을 내놓습니다. 루터 또한 "달달 외울 정도로 반복해 읽었습니다." "도저히 성경을 읽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루터는 성경에 쓰인 대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19쪽) 도대체 성경에 뭐가 있기에 저렇게 목숨 걸고 외우고 읽었는지 궁금하다면 직접 경험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래서 '묵상 이전'에서 '묵상 이후'로 넘어가고 싶은 분들에게 『모든 사람을 위한 성경 묵상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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