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정원 보림 창작 그림책
조선경 글 그림 / 보림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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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사서교사가 권해 준 책입니다. 자리에 앉아 읽고는 한참을 그대로 앉아 있었습니다.

검었던 머리가 어느새 희끗해진 모스 아저씨가 청소도구를 들고 "지하 정원으로 익숙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몇 장 앞을 되넘겨 지하정원 옆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모스 아저씨를 또 한참 봤습니다.

너도 나도 좋은 점수,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쫓아 발버둥을 칩니다. 마치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애벌레들이 오르려 오르려 애쓰는 모습을 보듯이 끔찍하고  떠밀리고 짓밟혀  떨어져 나가는 애벌래들이 우리 아이들, 우리 모습 같아 가슴이 아리고 씁쓸하기만한 시절입니다.

모스 아저씨는 지하철 승강장 청소부입니다. 아무리 청소를 해도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코를 움켜쥐는 지하철 승강장 청소부입니다. 뒷산에 쓰레기와 버려진 작은 나무의 뿌리 내릴 자리도 걱정하는 지하철 승강장 청소부입니다. 

모스 아저씨 덕에 나무는 땅위로 통하는 환기구 밑 터널벽에 늘 푸른 넝쿨과 뿌리를 내리고 마침내 딱딱한 바닥을 걷어내고 새로 심은 나무들과 함께 작은 쉼터가 됩니다.  그리고 지하철 승강장은 더 상 냄새나는 승강장이 아니라 풀 냄새 가득한 정원덕에 자연의 향기를 머금게 됩니다.

좋은 점수,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모스 아저씨 보다 만족스러울까요?  행복할까요? 아니 행복을 나누며 살까요?

누구나 더 높은 곳으로 지금 보다 더 나은 곳으로 올라갈 자유는 있지만 밀치고 짓밟고, 밀쳐지고 짓밟히고 사는 것이 과연 행복일까 자꾸 되물어 봅니다. 그림책 맨 뒷장에 실린 짧은 글이 행복한 삶이란 무얼까 자꾸 자꾸 답을 해 보랍니다. 답을 못 하겠거든 "너 지금 행복하니?" 자꾸 물어보기라도 하랍니다.

   
  1990년 뉴욕에서 그림 공부를 하던 시절, 나는 맨해튼과 호보켄 사이 홀랜드 지하철 터널을 총소하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 모스를 만났다. 그의 집에 들렀을 때, 책장 가득 꽂혀 있는 다양한 책들, 미술 교육은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는 그가 그린 800여점의 그림들, 틈나는 대로 작곡에 몰두한다는 그의 피아노를 볼 수 있었다. 늦은 밤 고된 일을 묵묵히 해내면서도, 일 이외에 또 다른 자신만의 세계를 일구어 가는 청소부 모스의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현실의 모스가 어두운 터널 속에서 달빛이 새어 드는 널찍한 환기구를 발견했다면, 틀림없이 그곳에 나무를 심었을 거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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