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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버스를 타다 ㅣ 사계절 그림책
존 워드 그림, 윌리엄 밀러 글, 박찬석 옮김 / 사계절 / 2004년 9월
평점 :
그림책으로 여는 수업과 관련된 연수에 참가했다가 한 선생님으로부터 소개받았던 책이다. 언젠가 인권과 관련된 수업을 하게 되면 아이들과 함께 읽어볼 생각으로 제목을 얼른 적어두었다가 도서 구입 신청을 해 두었었다. 오늘 마침내 차분히 앉아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책 머리에도 나와 있지만 '짐 크로우'라는 흑인 차별법이 존재하던 1955년, 미국 흑인 민권 운동의 촉발점이 되고,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이끌게 되는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의 시발점이 된 '로사 팍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이 법에 따라 미국에 사는 흑인들은 거의 모든 면에서 차별을 받았고 특히 차별이 심했던 미국 남부의 거의 모든 주에서 화장실, 병원, 음식점, 도서관 심지어 교회까지도 흑인과 백인이 다른 출입구를 사용하거나 흑인은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많았다고 한다. 이 책의 발단이 된 버스에서도 흑인과 백인의 자리가 구분되어 흑인은 앞자리에 앉을수가 없었다. 이야기의 주인공 사라는 '저 앞자리엔 뭐 특별한 게 있나?'알아볼 마음에 앞자리에 앉았고 일어나라는 강요를 받았지만 거부하였다. 결국 경찰관에 강제로 끌려 내려지게 되고 이 사건을 발단으로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이 계속되어 결국 버스에서의 흑백 차별은 폐지가 된다.
책에 실린 로사 팍스의 추천글이 이 책에 대한 특별한 힘을 더하게 한다. 로사의 어머니와 조부모님은 어린 시절부터 옳은 것을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 주셨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칠지라도,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을 지켜 나가야 할 때가 인생에 한 번은 꼭 온다고 말이다.
나는 내 아이와 아이들에게 물질적인 것 이외에 어떤 정신적인 것을 남겨줄 수 있을까? 부모로서 또 선생님으로서 수 있는 그 어떤 정신적인 것을 가치관이라고 한다면 난 내 아이와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이 세상 길을 걸어가라고 가르쳐야 할까?
책을 읽으며 계속 눈길이 머무는 곳은 사라의 표정이었다. 그런 점에서 그림을 그린 존 워드에게 정말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 바로 이런 표정이야. 사라는 분명 그 때 이런 표정이었을거야.'를 짐작케 하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표정이 이 그림책의 긴박감을 더 해주고 그만큼 감정이입을 도왔다고나 할까.
백인 아이에게 낼름 거리며 짜증을 낼지언정 결코 풀죽지 않는 생동감 넘치는 사라,
자리로 돌아가는 승객들의 말에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사라의 시선,
"문 닫으셔도 되요. 전 학교까지 타고 가겠어요." 외롭고 무서운 마음을 누르고 작지만 당당하게 말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 주위엔 사라들이 많다. 광우병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거리로 나선 아이들과 시민들, 학교의 종교 강압에 맞서 1인 시위를 펼쳤던 강의석 군, 비교육적인 학교의 비리를 폭로했던 아이들, 권리를 위해 온 몸을 사슬로 엮고 거리에서 시위하던 장애우들,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헌신하는 인권단체 사람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려는 끊임없는 저항들... 우리 사회의 사라들이 머리속을 스쳐지나간다. 나는 이런 현실 앞에서 '용기를 내'라고 응원하였던가, '콩밥을 먹어 봐야 정신을 차리지!'라고 비웃었던가, 모르는 척 눈감고 있었던가. 어떨 땐 참여하고 어떨 땐 내가 사라가 되기도 하고 어떨 땐 눈감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내 모습이다. 적어도 비웃지는 말고 살자 다짐하면서 말이다.
로사 팍스는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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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랜 길을 걸어왔으며, 앞으로도 먼 길을 가야만 합니다. 나는 우리 모두가 자유를 위한 싸움을 계속해 나아가리라는 위대한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나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옳은 것을 위하여 당당히 맞설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으며 과거를 되새기고, 모든 이들을 위하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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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용기를 내 저항하는 일은 맞는 말이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내 아이도, 내 아이들도 사라를 만나게 할 땐 사라처럼 살기를 염원하는 마음에서 일 것이다. 물론 엄마는,선생님은 사라 엄마가 되도력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포함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