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과 부동명왕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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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미미여사님...책을 펼치자마자 조금만 더 조금만 더..결국 다 읽고 말았네요. 단편과 굿즈까지 대만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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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여행자를 위한 파리x역사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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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는 대개 파란만장한 역사를 품고 있다. 아름다운 도시, 낭만과 예술의 도시, 그리고 혁명의 도시. 유럽의 역사를 알려면 빼놓을 수 없는 장소인 파리는 수천년의 시간을 기억하고 있는 도시다.


마침 올해 2024년 올림픽 개최지이기도 해서 더운 여름을 파리에서 오는 소식과 함께 보냈다. 최초의 성평등 올림픽, 탄소중립, 충격적이었던 개막식 호명 실수나 센강 수질 문제,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올림픽이었지만 사상 최초로 경기장 밖에서 열린 개막식은 파리가 어떤 도시인가를 잘 보여주었다.

선수단은 센강을 통해 배를 타고 입장하고 성화는 노트르담 대성당과 루브르박물관 피라미드를 지나 튈리르 정원 한가운데에서 점화되고, 파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에펠탑에는 오륜기가 걸렸다. 도시 자체가 무대가 될 수 있다니!! 역사를 보존한 도시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개막식이었다.

경기장 역시 새롭게 짓지 않고 기존 건물과 장소를 활용하여 에펠탑 앞에서 비치발리볼 경기가, 프랑스 혁명의 중심지이자 단두대에 의해 수 천명이 처형된 콩코르드 광장에서 스케이트보드, 브레이킹댄스 등 어반스포츠 대회가 펼쳐졌고 로베르 두아노의 유명한 사진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의 장소 앞에서 육상 경기가 열리고, 태양왕 루이 14세가 건설한 베르사유 궁전에서는 승마 경기가 펼쳐졌다. 17세기 절대왕정에서 18세기 프랑스 혁명, 19세기 만국박람회, 1,2차 세계대전이 종전되고 다시 활기를 찾은 20세기까지의 시간을 상징하는 건물들이 올림픽 경기장으로 동시에 활용되었다.


기원전 3세기 중엽 갈리아인 일파 파리지족(Parisii)이 센강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파리라는 도시가 시작되었다. 로마제국에 편입되었다가 프랑크족의 왕 클로비스 1세가 파리를 점령하고 그 후 프랑스의 수도로서 번성하고 파괴되고 변화해온 도시 파리. 나폴레옹 3세 시대 조르주 외젠 오스만 남작에 의해 개선문이 있는 에투알 광장(샤를 드 골 광장)을 중심으로 12개의 방사형 도로가 뻗어 마치 별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지금의 파리의 모습이 만들어진 후에도 아름다운 벨 에포크 시대와 나치의 점령이라는 격동의 시간을 거져왔지만 파리는 항상 그 자리에서 조용히 기억을 더해왔다.


파리의 면적은 105 km2, 서울의 1/6면적 정도이다. 이 작은 도시에서 그렇게나 거대한 혁명과 화려한 예술이 탄생했고 그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왔기에 파리라는 도시가 이렇게나 매력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파리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상파, 벨 에포크, 수 많은 예술가와 작가들이 활동했고, 다양한 미술관과 박물관이 존재하는 예술적인 면이다. 헌데 이 책을 읽으며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장소들에도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머리속에 그려지는 파리가 더 다양하고 넓어진 느낌이다. 한결같으면서도 항상 변화하고 있는 도시 파리로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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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다 - 인간의 코딩 오류, 경이로운 문명을 만들다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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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결함과 능력은 모두 현재의 우리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400만 년 전 직립보행을 하는 원시인류가 출현한 후 긴 시간이 흘러 약 50만년 전 현생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했다. 언어와 도구의 사용, 농사를 시작하면서 저장과 재산의 개념이 생기고 사람들이 모이고 한 장소에 정착하면서 도시와 문명이 탄생했다. 저자 루이스 다트넬은 인간이 단시간에 이렇게 거대한 문명을 만들어내고 빠르게 발전한 큰 이유 중 하나인 진화에 존재하는 여러가지 결함이 만들어낸 격동적인 역사를 생물학과 세계사, 심리학 등 다양한 각도에서 풀어내고 있다.

인간의 신체구조와 정신에는 큰 설계결함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결함들은 진화를 하면서 어떠한 능력을 가지기 위한 대가인 경우가 많다.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을 위해 변화된 목의 구조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질식사의 위험성을 크게 만들었다. 의사소통이냐 질식사에 대한 안전함이냐. 이렇게 놓고 보면 나 역시 의사소통이 가능한 진화를 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생물학과 세계사. 얼핏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족의 탄생부터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까지 인간들이 쌓아온 역사라는 시간에는 생물학과 유전학, 심리학의 측면들이 거대한 영향력을 미쳐 지금의 현재를 만들었다. 가족이란 정서적인 유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보면 직립보행을 하면서 오히려 작은 골반으로 출산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인간은 탄생 이후 다른 동물들보다 훨씬 오랜 기간 의존 상태로 성장을 해야 하고, 그 결과 가족이라는 결합의 형태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관계가 원활하게 유지되고 정서적 애착을 만들어내기 위한 중요한 호르몬이 바로 옥시토신이다. 물론 애정과 사람간의 유대, 타인과의 협력, 이타성과 호혜성 같은 감정이 생식, 생명과 종의 유지를 위해 몸 안에서 생성되는 옥시토신과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에 의한 화학적 작용이라고만 보는 것은 너무 삭막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인간이 생존을 위해 생물학적으로 필요한 호르몬을 만들어낸다는 것 또한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가족, 감염병, 유행병, 인구 등 생물학과 세계사를 연결하는 각 챕터들은 모두 흥미로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나 눈길이 갔던 지점은 풍토병, 점염병이 만들어낸 역사의 큰 흐름과 인지 편향이었다. 감기와 대상포진, 독감, 홍역 같은 전염병은 동물 질환에서 사람에게 전파된 질병들이며, 농업혁명으로 동물과 같이 살게 되고 집단을 이루고 정주화하면서부터 광범위하게 급속도로 전파된 유행병들이라고 한다. 문명의 발전과 상업의 번성은 우리에게 전염병의 위험 역시 가져왔다는 것이다. 미국의 독립이나 독립왕국을 유지하던 스코틀랜드 의회를 흡수한 영국,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몰락같은 역사의 큰 사건들 뒤에는 풍토병, 유전병이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었다.

원활한 집단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꼭 필요했던 수 많은 인지 편향들은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확립된 믿음을 바꾸는 것을 거부하고, 그것을 부정하는 증거는 무시하는 확증 편향은 누구나 크고 작게 가지고 있는 인지 편향 중 하나일 것이다.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이 나날이 발전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선호하는 콘텐츠를 제공받는 오늘날, 확증 편향이 가속화 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에 오싹해지기까지 한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실 회피 편향 때문에 이득이 낫더라도 확률이 높을 쪽을 선택한다고 한다. 큰 이득보다는 손실을 최소화해서 위험을 줄인다는 것이다. 물론 인지 편향들 역시 제한된 뇌의 연산 능력으로 빠른 결정을 내려 생존에 유리한 판단을 내리기 위한 진화의 결과지만, 그 역시 결함으로 인해 항상 이익되는 방향으로 결정하지 못한다는 점이 재미있다. 그야말로 인간적이지 않는가.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나의 생각은 어떤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작동하는가. 항상 궁금해하는 질문들에 대해 과학은 철학과는 또 다른 방향의 답을 던지고 그 사이에서 나라는 더 다양한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는 점이 흥미로워서일까 최근에는 뇌과학이나 생물학에 점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인간의 진화가 완벽하다가 아니라 오류 투성이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라니. 신선하고 흥미로운 저자의 시각에 또 다른 방식으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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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청춘 청춘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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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를 알게 된 첫 작품 <인간 실격>알베르 카뮈의 <이방인>과 함께 20대 초반 나에게 가장 크게 인상을 남긴 작품이었다. 작가의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기에 더욱 충격이었던 것 같다. 타인에게 숨기고 싶은 자신의 부끄럽다던가 나약한 모습, 자기혐오적인 속마음을 저렇게 섬세하면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다니.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에게 한순간에 빠져버리는 순간이었다.

청춘의 열병, 부끄러움, 내면의 흔들림을 글로 이렇게나 마음 속 깊이 다가올 수 있는 작가를 꼽을 때 그는 언제나 나의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작가 중 하나였기에 이번에 북다에서 나온 다자이 오사무와 청춘의 조합을 보는 순간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 당연했다. 다섯 번의 자살 시도 끝에 서른여덟살에 연인과 동반 자살로 생을 마친 다자이 오사무. 그의 파란만장한 삶 덕분일까 사소설적 성격이 강한 작품들이 많음에도 각각의 작품이 다른 개성으로 읽힌다. 일본 교과서에 수록될 정도로 유명한 '달려라 메로스'부터 자신의 자살 시도 경험을 투영한 '어릿광대의 꽃'과 '우바스테'를 비롯한 열두 편의 단편은 주제에 걸맞게 청춘으로 가득했다.

'우바스테'에서 동반자살을 하기 위해 예전 함께 여행했던 온천마을로 떠난 부부의 결말은 마치 희극을 보는 것도 같다. 다자이 오사무 특유의 해학과 섬세함, 마지막 씁슬한 여운이 잘 드러나 외도, 자살이라는 소재임에도 어둡지만은 않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여학생' 처럼 그의 작품들 속에는 세상의 법칙과 사회의 평균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포함될 수 없는 이들의 괴로움이 항상 어딘가에 깔려 읽고나면 마음이 헛헛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우리는 결코 찰나주의자는 아니지만, 너무 먼 산을 가리키며 저기까지 가면 경치가 좋을 거라고들 말한다.

그건 분명 맞는 말이고, 조금의 거짓도 섞이지 않았다는 걸 알지만, 지금 이렇게 심한 복통을 앓고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모른 척하며 그냥 조금만 더 참아라, 저 산꼭대기까지 가면 다 해결된다, 하고 그저 그렇게만 가르친다.

분명히 누군가가 틀렸다. 나쁜 건 바로 당신이다.'(P262)

1939년 발표된 작품 속 글은 지금도 유효하다. 아마도 지금의 많은 청춘들의 상황이고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내가 나약한 게 아니라, 괴로움이 너무 무거운 거야'(P184)

정말이지 그런 것 아닐까. 나약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젊은 세대를 나약하다고 말하기엔 기성세대도 자신의 청춘을 돌이켜보면 나약했고 부끄러웠으며 흔들렸을텐데 말이다. 내가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부끄러움과 절망을, 자기혐오에 몸부림치면서도 그것을 글로 탄생시키고 타인에게 보여주는 강인함 때문이다. 북다의 좋은 기획 덕분에 오랫만에 만난 다자이 오사무의 글은 역시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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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청춘 청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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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청춘. 생각해보지 못한 조합이지만 막상 이렇게 완성된 책으로 보니 무척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20대에 대표작인 라쇼몬을 발표하고 나쓰메 소세키에게 '문단에 유례없는 작가가 될 것'이라는 격찬을 받으며 문단에 등장해 활발한 작품활동을 해오다 막연한 불안을 이유로 35세에 자살로 그 생을 마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청춘'은 젊음, 열정, 도전, 사랑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불안, 흔들림, 막연함과도 친숙한 단어이지 않는가. 청춘의 시기에 작품할동을 한 그의 작품 속에서 자주 보여지는 불안감, 방황과도 닮아있다.

책에 담긴 열두 편의 단편은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짝사랑>, <게사와 모리토>처럼 첫사랑의 덧없음, 사랑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점귀부>, <톱니바퀴>, <어느 바보의 일생>은 저자의 불안하고 흔들리는 감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소설처럼 읽힌다. 한걸음, 한걸음 불안이 나를 쫓아오는 것만 같은 실제 작가의 초조와 고뇌가 물씬 느껴지는 것만 같다. <귤> 처럼 서정적인 감성의 글도 있는 반면 <피아노><늪지>는 매우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야말로 단편소설의 대가라고 불리는 이 답다고나 할까.

우연히 갓파의 세계에 다녀왔다고 믿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갓파>도 흥미로웠다. 부모가 아닌 아이가 스스로 탄생의 여부를 선택하고, 인간이 진지하게 여기는 것을 우스워하고, 인간이 우스워하는 것을 진지하게 여기는 갓파의 습관은 현실사회에 대한 비판의 시선을 보여준다. '옳다'의 관념의 기준 역시 사회가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표지는 너무나도 봄! 청춘! 같이 산뜻하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청춘은 막연하고 불안하며 섬세하고, 모든 것에 흔들리며 나약하다. 그야말로 청춘의 양면을 모두 담은 책이지 않은가.

'나약한 마음이 창피해서 우울해져 버렸다.'

누구나 청춘의 시기 이런 생각을 한번쯤 떠올려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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