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미술관 - 큐레이터 첼리스트 윤지원의 명화X클래식 이야기
윤지원 지음 / 미술문화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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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술을 가장 섬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예술이다.’(P12)

 

 

책 표지의 저자의 이력부터 눈길을 끈다. 대한민국 최초 큐레이터 첼리스트로 다양한 시도로 음악과 미술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노력해온 윤지원은 이 책을 통해 명화와 클래식을 조화롭게 엮어 서양 예술사의 큰 흐름을 개괄하고 있다.

 

 

예술이란 그 시대와 문화를 담고 있다. 그렇기에 같은 시대적 배경을 가진 미술과 음악은 많이 닮아있다. 원시시대 동굴 벽화부터 고대 이집트 벽화, 기독교의 영향이 강했던 중세 종교미술, 십자군 전쟁 이후 종교의 힘이 약해지면서 인본주의의 대두와 함께 시작된 르네상스를 거쳐 바로크,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인상주의, 표현주의와 현대 추상미술까지 서양미술의 흐름을 예술사의 큰 틀을 이해하기 좋게 각 시대별로 하나의 주제를 잡아 대표적인 미술 작품과 함께 동시대의 음악 사조를 접목시켜 미술과 음악, 두 예술 모두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의 가장 큰 재미는 그림과 음악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 장이 시작되는 페이지 하단에 삽입된 QR코드를 통해 해당 장에서 소개하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 번거롭게 따로 음악을 검색해 볼 필요가 없다보니 편리할 뿐만 아니라 작품과 음악을 함께 보게 되니 기존에 알고 있던 작품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고대 이집트 음악을 재현한 라파엘 페레스 아로요의 음반에 수록된 <피라미드 텍스트의 찬가 567>을 들으며 기원전 1275년경 제작된 <후네페르의 사자의 서>를 보면 마치 고대 이집트의 제의 장면이 눈앞에 떠오르는 것 같은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또한 두 예술을 함께 들여다보니 미술만큼이나 음악도 시대별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음악이 종교를 위해 활용되었던 중세시대의 <그레고리오 성가>를 들은 후에 조스캥 데 프레의 <아베 마리아>나 오페라의 시작이라고 불리는 야코포 페리의 막간극 <에우리디케>의 한 장면을 들어보면 르네상스 시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만큼이나 음악 역시 입체적으로 변화하고, 주제도 다양해 진 것이 여실히 보인다.

 

 

훌륭한 명화 만큼이나 작자 미상의 세이킬로스의 비문이나 라파엘 페레스 아로요처럼 생소한 음악부터 시대별 음악사조를 대표하는 비발디,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차이코프스키, 드뷔시, 현대적 음악을 시도한 에릭 사티까지 다양한 음악은 책을 읽는 내내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새로운 장을 시작할 때 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음악이 나올지 기대감이 가지고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미술도 음악도 뛰어난 작품은 그 작품만으로도 큰 감동을 준다. 하지만 좀 더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면 작품은 더욱 풍부하고 다채롭게 다가온다. 이 책을 통해 예술을 즐기는 좋은 방법을 또 하나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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