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리커버 에디션) - 까칠한 글쟁이의 달콤쌉싸름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1
빌 브라이슨 지음, 김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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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여행기의 미덕이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글을 읽고 있으면 그 곳으로 떠나고 싶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빌 브라이슨은 나에게 있어 최고의 여행 작가다. ‘현존하는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는 저자의 글을 유쾌하게 읽고 있다보면 머릿속에 그 장소로 떠나는 준비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예전 유럽산책을 읽을 때에도 ‘오로라를 보러 가야겠어!!’라고 책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페이지까지 끊임없이 생각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여행기는 미국 아이오와 주에서 태어나 유럽을 여행하다 방문한 영국과 사랑에 빠져 20년을 거주하게 된 저자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남단에 위치한 도버에서 북단 존 오그로츠까지 영국 전역을 여행한 기록이다.

처음 영국을 도착했을 때처럼 이번 여행은 도버에서 시작된다.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가 담긴 건물, 유적지가 무수한 즐거움을 주지만, 그 만큼 불만도 사고도 끊임없이 일어나는 빌 브라이슨의 여행 속 호텔에서도 식당에서도 펍에서 대성당 앞 벤치에서도 끊임없이 쏟아지는 영국에 대한 주관적인 인상들은 읽고 있자면 ‘저...빌 브라이슨씨 영국 정말 좋아하시는거 맞죠??’에서 ‘정말 좋아하시는군요!’로 생각이 마무리된다. 까칠한 문장들 속에 저자가 이 고지식하지만 사랑스러운 나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져 글을 읽고 있는 나 역시도 영국에 대한 흥미와 호감이 솟아난다.

예전에 근무했던 ‘더 타임즈’를 비롯한 직장이 있었던 장소, 부인과 처음 만난 장소, 과거 방문했던 여행지들을 다시 방문해보면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 이 책이 처음 우리나라에 출간된 것이 1995년으로 저자가 40세 초반에 여행했던 기록이라고 생각하면 지금 그 장소들은 또 얼마나 많이 변해있을까 궁금해진다. 유감스럽게도 유쾌하지 않은 방향으로 변화해 있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이 슬프다. 과거 내가 여행했던 장소들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방문하게 되면 나도 이런 느낌을 받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 한쪽이 씁쓸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영국에서 거주한 20년을 정리하는 이 이별 여행 이후에 미국으로 돌아가지만, 결국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영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제2의 국적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니, 이 까칠한 할배의 영국사랑이 어느정도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

 

“전에도 말했고 앞으로도 다시 말할 이야기지만 나는 영국이 좋다.

말로 다 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한다.” (P509)

코로나로 인해 어딘가로 훌쩍 떠나지 못해 답답했던 찰나 유머와 사랑, 지식이 가득 담긴 영국 여행기가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만들어 주었다. 안개와 비가 연상되는 나라, 셰익스피어와 여왕의 나라, 수많은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 명소가 있는 나라, 멋진 자연을 담고 있는 나라, 엄격하고 고지식하지만 애정 넘치는 나라 영국으로 떠날 수 있는 날이 한시 빨리 오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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