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팩토리 - 공장은 어떻게 인류의 역사를 바꿔왔는가
조슈아 B. 프리먼 지음, 이경남 옮김 / 시공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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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을 진보시킨 프로메테우스인가, 새로운 계급을 탄생시킨 괴물인가

‘우리는 지금 공장이 만든 세상에서 살고 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이들의 하루는 공장에서 만든 것들로부터 시작해서 끝이 난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부터 이동수단, 소통수단, 심지어는 먹는 것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모든 것들을 만들어내는 공장이 어떻게 생겨났고, 그 속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관련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이 책은 <1장 자이언트 공장의 탄생>부터 7장 <21세기 폭스콘 시티>까지 총 7개의 챕터를 통해 근대를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일상을 바꿔놓은 공장의 역사를 거대 공장에 초점을 맞추어 그 변화와 사회의 미친 영향 등을 통해 공장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산업혁명은 인간의 삶의 모습을 크게 바꿔놓았고, 지금 현대의 모습을 만들어내는데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한 산업혁명을 만들어낸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공장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를 이야기하는데 있어 빼 놓을 수 없는 부분 중에 하나일 것이다.

18세기 영국에서 등장한 방적공장을 시작으로 미국의 19세기 섬유와 철강산업, 20세기 초 자동차산업과 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주의 국가들의 거대공장 탄생을 거쳐 21세기 아시아의 자이언트 공장까지 3세기에 걸쳐 공장은 그 규모를 더욱 더 키워나갔다. 재미있게도 처음 공장이 만들어진 이유 중 하나가 단순히 집중식 작업을 하기 위해서를 넘어 기계의 특허권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고 한다.

인간의 기대수명을 높이고, 엄청난 경제 발전을 이루어 낸 공장은 플로레타리아라는 새로운 노동계급을 만들어내면서 계급갈등을 심화시키고, 노동착취와 환경오염이라는 어두운 면 또한 만들어냈다. 또한 거대 공장이 생겨나면서 가혹한 노동 환경과 엄격한 규율,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조가 탄생하였으며, 공장 노동자의 많은 수를 차지하던 아이들과 여성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투쟁을 통해 큰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냈다.

거대한 찬사와 엄청난 비난을 한 몸에 받은 거대 공장은 한 도시의 모습을 통째로 바꿔놓기도 했다. 공장과 노동자들을 위한 기숙사가 들어서면서 농촌은 한순간에 공장 도시로 변모하고, 그 도시 속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미국의 포드 시스템은 대량 생산과 조립라인을 만들어내면서 자이언트 공장의 모습을 또 한번 바꿔놓았고, 그 영향은 예술에까지 미쳤다. 거대 공장을 예술로 표현하여 공장의 사진을 지면에 장식한 잡지 ‘라이프’나,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명인 디에고 리베라의 포드 공장 루츠의 대규모 벽화작업이나, 비판적인 시선으로 공장을 표현한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나 올더스 헉슬러의 ‘멋진 신세계’처럼 작품들을 보면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공장’이라는 요소가 가지는 시대의 상징성의 크기를 잘 알 수 있다.

방직기가 늘어선 18세기 영국의 공장에서 기업의 거대 공장, 21세기 아웃소싱을 통한 거대 수출업체까지 공장의 모습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본가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관계나, 어려운 노동환경은 커다란 기술의 발전에 비해 크게 변화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해진다.

현대성이 거대 공장을 만들어냈고, 그 현대성은 거꾸로 거대 공장을 무너트려왔다. 19세기, 20세기를 대표하는 거대한 공장들은 결국 문을 닫았지만, 21세기 탄생한 폭스콘 등의 또 다른 자이언트 공장들이 생겨났다. 자동화, 기계화, 인공지능의 발달 등으로 인해 거대 공장의 모습은 또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그만큼 기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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