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색이 없으면 민트색도 괜찮아 - 구한나리 문구 소설집 꿈꾸는돌 31
구한나리 지음 / 돌베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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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는, 이, 가에 동그라미를 치며 핵심을 못찾는 학생이었다 해도 딱히 내세울것 없는 내게 최고의 치장은 필통과 그 속 내용물이었다. 연예인 굿즈(그땐 굿즈라는 말이 없었는데 뭐라 불렀지?)나 패션으로 멋을 부리는 등 각자의 깔롱 중에 나는 필기감이 좋은 볼펜을 찾아 다이어리를 예쁘게 꾸미고, 머리에 들어가는 공부보다 형형색색과 가지런한 필기형 학습에 열정을 불태우는 쪽이었다.

문구소설집이라는 재미있는 장르의 이 책은 학교 속에서 문구라는 매게를 가지고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루었다. 문구류에 대한 추억이 있는 성인독자들이 읽어도 좋을 이 소설은 표지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가늘게 부서지는 섬세한 감정의 선을 아기자기 담아냈다. 그 속에 있을 때는 큰 동요였지만 지나고 꺼내어 보면 더 없이 풋풋한 청소년기 일기 같은 이야기들에서 내 공감의 포인트를 찾아가며 읽어보면 좋겠다.

#올리브색이없으면민트색도괜찮아 는 덕선이가 독서실에서 책과 필기구를 정리하고 시간표를 열심히 짠 뒤 깊은 잠에 빠지는 장면을 마주했을 떄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 만약 당신이 응답하라 1988에서 그 장면에 가장 내 가슴에 와 박혔던 누군가라면 이 책과 함께 가을의 독서를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연필 뒤에 칼집을 내어 이름을 쓰고, 모나미 볼펜의 똥을 닦고, 모나미 볼펜에 몽땅연필을 끼워 써본, 일제 펜의 필기감에 환호했던 그 시절 우리의 낭만에 건배를 건네는 책을 만났다. 고맙습니다 #돌베개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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