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난다, 화가 나! 제제의 그림책
티머시 내프먼 지음, 조 버저 그림, 노은정 옮김 / 제제의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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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꼬마 호수는 정말 달콤하지만 가끔 살벌하다. 친절하고 다정한 꼬마는 자신의 감정을 조리있게 목소리를 통해 전달하는 능력도 있다. 그런데 그런 호수도 무섭게 화를 낼 때가 있다. 분명히 화를 낼 이유가 차고 넘쳤을텐데 나는 호수의 화가 증폭되는 것이 두려워서 공감보다는 회피를 선택하는 쪽이다. 화가 나면 화를 내는 것이 건강한거라고 생각하고 나는 호수에게도 감정을 여과없이 표현하면서 나는 호수가 화를 내면 무슨 이유에서 인지 도망가고 싶다. 이런 모순투성이인 나의 잔소리만으로도 충분히 화낼 조건이 갖추어졌다고 인정하면서도 호수가 화를 내면 나는 일단 거리를 둔다.

오늘 저녁만 해도 그랬다. 잔뜩 화가 나서는 바닥에 뒹굴고 있는 쇼핑백을 걷어차길래 그렇게 화를 낼거면 침실로 가서 잠을 자는게 좋겠다고 했더니 그때부터 펑펑 울기 시작했다. 울면서도 자기가 한 행동은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고 했다. 생명도 아니고 그냥 쇼핑백을 걷어찬 것과 잠을 자야하는 것과의 상관관계를 따져물었다. 호수의 말이 맞다. 그냥 호수가 쇼핑백을 찬 이후 보여줄 행동들을 보고 싶지 않은건 나였다.

다행히 오늘은 온전히 공감하려 노력하는 아빠가 있었던 상황이라 쉽게 흘러갔다. 아빠에게 안겨 엄마밉다는 하소연과 함께 감정을 펑펑 쏟아냈기 때문에 우리 둘만 있었다면 꽉 막혔을 정체가 해소됐다. 하지만 내가 사과하지 않고 합당한 논리로 설득시키지 못한것은 꺼지지 않는 불씨로 호수 마음에 남아있을거다. 내일 호수가 눈을 뜨면 사과해야겠다. 어제 너가 쇼핑백을 찬것과 자는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고 소통하려는 준비가 부족했던 나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말해야겠다 #제제의숲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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