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극장 - 막이 내리고 비로소 시작되는 아버지, 어머니의 인생 이야기
노명우 지음 / 사계절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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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극장.
무슨 공영 TV에서 방송하는 프로그램 제목처럼 느껴진다.
이 책은 사회학자인 노명우교수가 1924년생인 자신의 아버지와 1936년생인 자신의 어머니의 인생 삶에 빗대어 우리나라의 역사적 순간을 흝어내려가는 이야기다.
처음 책 소개에서 접한  "아들이 쓴 아버지의 자서전"이란 문구가 내겐 오히려 거북하게 다가왔다.
주변에서 행해지는 자서전, 평전 등의 작업이 그다지 객관적이지 못한 시각과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 것을 종종 보아왔기에 한 인물에게 있어 가장 객관적이기 어려운 가족이 쓴 자서전이라는 점은 내게 신뢰성을 주기 어려웠다.  


하지만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이 책은 자서전이라기보다는 우리네 근현대사의 흐름을 20세기 한국 영화와 중첩시키며 이끌어낸 보편적인 삶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다.

물론 저자의 부모님이 살아온  삶의 시공간적 배경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충청도 송곡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나고야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그것은 한 개인의 삶에만 치중된 것이 아니라 시작은 아버지의 이야기로 물고를 틀면서도 전반적 흐름은 그 시대상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아버지는 보통학교만 졸업하셨다로 시작해서 일제강점기 소학교, 보통학교, 국민학교의 변천사를 역사적 기록을 통해 알려준다. 이런 측면은 상당히 사회학자로서의 깊이가 느껴진다.
논문처럼 일일이 각주를 달지는 않았지만 저자가 참고한 다수의 문헌들만 보아도 그가 이 '인생극장'이란 영화아닌 영화를 개봉(?)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하고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아직 정식 출판되기 전 가제본으로 받아 읽었다. 그래서 표지가 이렇다. ^^;
작년에 소설 『꿀벌과 천둥』을 가제본으로 받아 읽어본 후, 내 생애 두 번째로 읽어보는 가제본 책이다.  (왠지 인생을 걸어가는데 필요할 것 같아서 얼마전 친구에게 선물로 받은 녹색 구두 열쇠고리와 한 컷!)



2000년대 후반부터 3-4년 정도 한국영화박물관에서 에듀케이터로 일한 경험이 있다.
한국영화사와 영화제작원리 등에 대한 수업을 진행했기에 이 책에 등장하는 우리나라 초기 영화들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가제본 책이기에 실제 책에도 흑백 도판으로 나올 지 아니면 칼라 도판으로 나올지 잘 모르겠다.

미군의 언어 영어. 이승만 전대통령의 언어 영어.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어로 뒤덮혔던 우리나라가 해방 이후 영어로 뒤덮히게 된 현실.  
옛날 영화 보는 것을 즐겨서 지금도 상암동에 있는 영상자료원에 가끔 간다.
이 영화도 본 기억이 있다. 고 강재구 소령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신성일씨가 주연한 영화다.

신상옥 감독의 <빨간 마후라>.
1960년대 신상옥감독은 영화계에서 거의 독보적인 존재였지.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신여성도착하다》전에도 등장하는 영화 <자유부인>.
《신여성도착하다》전에서는 영화 <자유부인> 속에서 나타난 당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각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 『인생극장』에서는 주인공 선영이 춤을 배우게 된 상대 '춘호'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에 주목한다.  1950년대 우리나라에 들어온 미국문화에 경도된 나머지 세련된 지식인은 영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묘사된 영화의 장면들.
춘호는 종종 영어 단어를 섞어 쓰고 세련된 직업여성으로 대변되는 미스 박은 영어로 "프레젠트"를 말하면서도 한글을 잘 몰라요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선영의 남편은 국문과 교수로 등장하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는 이미 영어는 상류사회의 언어임을 암시해 준다.
저자는 이 영화 속 장면들을 통해 1950년대 우리나라 사회상을 그대로 꼬집고 있다.

이 책의 아이디어는 2014년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있는 저자 노명우가 자신의 강의 '영상 사회학'에서 시도한 내용에서 시작했다. 사회, 역사, 문화를 아우르는 노명우 교수의 강의 기법이 참 재미있었을 것 같다. 
내 강의를 준비하면서  이런  사례를 보고  반성하고 좋은 귀감으로 삼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보다 친근하고 재밌게 느껴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더불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금상첨화가 아닐까? ^^

* 본 글은 사계절 출판사에서 제공해 준 가제본 책을 읽고 쓴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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