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인생
데이나 스피오타 지음, 황가한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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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Innocents and Others 다.
순수함의 주변에 감춰진 다른 그 무엇들이란 뜻일까?
번역된 제목이 '순수한 인생'이어서 마치 『테스』처럼 순수하고 순진한 시골처녀가 등장할 줄 알았다. ^^; (물론 책을 읽고나니 그건 나의 큰 오산이었다)

 

책의 표지도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다.
사람들은 화가 고흐를 상당히 순수하고 평생을 그림에만 몰두한 인물로 여긴다.
그런데 실제는 과연 그러했을까? 우리는 고흐를 지나치게 신격화하는 것은 아닐까?
암튼 이 문제는 다음에 거론하기로하고 다시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는 드라마, 영화, 연극을 만들기 위한 토대라고 해야 어울릴 것 같다.
처음의 서두를 읽었을 때 도저히 상황이 이해가 안되서 몇번이고 다시 읽었다.
소설은 정형적인 기승전결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물론 요즘 이런 소설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여 이런 형식에 익숙한 분들은 괜찮겠지만 역시 나에겐 좀 익숙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놓을 수없었던 이유는 역시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갑자기 훅!하고 들어오는 반전이 있기 때문이었다.
초입 부분에 "이건 뭐지?"라고 고민고민하며 어려운 미로를  통과하고 나면 어느 순간 갑자기 "환~"하게 서광이 보인다. 이거였구나... 라고.

 



소설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메도 모리'. 그녀의 성장기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학창시절,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왔다갔다 좀 뒤섞여 나타난다. 메도 모리는 주로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삶을 다큐멘터리에 담아 왔고 그 소재를 찾아다니고 파헤치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가 보여주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과연 무엇이 순수인가를 재차 생각하게 한다. 메도 모리의 삶도 순수와 사기를 오가는 가운데 혼재해 있었다.

 또 다른 인물. 메도 모리의 절친이자 코미디 영화감독 '캐리 웩슬러'. 이들의 학창시절과 영화를 제작하며 서로가 서로에 대해 느끼는 감정들. 사건들이 다시 뒤얽혀 나타난다.
잘 나가던 다큐멘터리 감독 메도 모리가 왜 영화 제작을 그만두고 조용히 은둔하며 대학에서 영화를 가르치는 일만하게 되었는지. 캐리의 입을 통해 알게 된다.

메도와 캘리는 저자 데이나 스피오타의 분신처럼 보인다. 
데이나는 어린 시절 헐리우드 영화계에 몸담았던 그녀의 아버지로 인해 영화를 가까이 접했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그 영화를 제작하는 인물들의 행동반경에 대해 좀더 세심하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소설 속 글의 형식도 소설, 시나리오, SNS 등의 형식이 혼재해 있다. 
심지어 인터뷰했던 파일을 그대로 담아내 듯 대화 속에 타임코드까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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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에서 p278
메도가 했던 말이지만 캘리의 글을 통해 전해지는 예술가가 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
"예술가가 된다는 건 어떤 면에서는 사기야.  또 어떤 면에서는 마술이지. 하지만 뭔가를 만들려면 수집가도 되어야 해. 수집가가 뭐냐고? 음, 도둑을 좋게 표현한 거지. 아무도 원치 않는 것을 가져간다는 점만 제외하면. 특이한 생각이나 물건만 가져가는 게 아니야. 익숙한 것을 유심히 관찰해서 남들이 간과하거나 무시하거나 버리는 것을 찾아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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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된다는 것에 대한 메도의 말에서 "사기"라는 단어가 가슴에 와서 꽂혔다.
그래, 어쩌면 모든 것이 사기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사기와 마술을 오가는 예술이란 것에서 또 다른 삶의 순수함을 발견하고자 버둥거리고 있다. 과연 세상에 진정한 순수함이 존재할까? 우리는 순수함이라는 이상향을 내 마음 속에서 추구하는 것은 아닐까?  

* 이 서평은 출판사 은행나무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제 느낌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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