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이펙트
페터 회 지음, 김진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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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래도 뭐든 몸으로 익히는 것이 우선하는 인간인가보다.
초중고시절 지리과목이 싫었다. 싫어했으니 당연히 잘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니 못했다.
생전 가보지도 못한 나라에서 어떤 광물이 많이 나고, 무슨 산업이 발전했는지....
그런 걸 무작정 외우는 것이 재미없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는 이과반과 문과반으로 나뉘어지는데 이과반이었던 나는 그 이후로 선택과목이었던 지리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대학생이 되고 처음으로 유럽배낭여행이란 걸 갔다.
이후로 내 지리 감각은 달라졌다.
한번 익힌 길은 감각적으로 잘 찾았고, 지도도 잘 보았다.
 
예전에  엘런 피즈의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라는 책이 있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을 이야기한 책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존 그레이가 쓴『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더 유명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가 더 잘 알려진 것 같다. 그래서 인지 종종 내 일본친구들은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라 이야기하며 남녀의 차이를 논하곤 했다. 뭐 어쨌든 난 이 책 제목에서 '지도를 읽지 못하는 사람'으로 여자를 간주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 중 하나다.  
지도를 읽는 것은 역시 감각, 체험의 문제다.

현대문학의 <문학독후> 서평, 그 세번째 책은 덴마크 작가가 덴마크를 배경으로 쓴
『수잔 이펙트』다.  요렇게 예쁜 엽서와 함께 도착한 새 책.
초판 1쇄 펴낸 날이 2017년 4월 20일로 찍혀 나온 책을 그 이전에 먼저 받아서 읽어보는 기분은
역시 좋다. ^^  



『수잔 이펙트』를 읽으며 처음 힘들어했던 부분은 내가 태어나서 단 한번 밖에
그것도 20년도 전에 가 본 덴마크가 무대 배경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 동물적 감각이 닿지 않는 곳인 덴마크라는 지역, 언어, 문화는 역시 낯설었다. 
게다가 작가 페터 회의 이야기 전개방식은 더 낯설었다.

처음 100페이지 정도를 읽을 때까지도 "엥? 그래서 도대체 이야기의 전개가 어떻게 되는 거야?"하고 
앞부분으로 돌아가 다시 읽는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
그러나 장점도 있었다.
한쳅터 한쳅터가 상당히 짧게 구성되어 있어서 한쳅터를 읽고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 쳅터를 읽기에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아무튼 평범하지 않은 소설이다. ^^;
나는 페터 회의 소설을 처음 읽었기에 그의 문장이 원래 이런 건지, 이번에만 이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쉽지는 않으나 매력은 있는 문장이다.

주인공 수잔이 지닌 독특한 능력.
수잔 앞에 가면 사람들은 솔직해 진다. 자신의 이야기를 마구마구 떠든다.
생각해 보면 이런 능력은 좋을 것도 같지만 귀찮고 좀 두려울 것도 같다.
굳이 내가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까지 어쩔 수 없이 들어야한다면... 그건 좀.... --;

인도에 간 수잔의 가족은 정말 한마디로 막장 가족이다.
폭행으로 감옥에 간 수잔,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져 도주하는 남편, 남녀 쌍동이인 자녀 중 딸 역시 사랑의 도피를 감행하고, 아들은 밀수로 쫓기는... 참 가지가지다.
그런 그들에게 덴마크 국가기관은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어찌보면 추리소설같은 구성방식인데, 끝까지 읽다보면 가족이야기다.
덴마크의 국가기관에서 의뢰한 '미래위원회'에 대한 자료를 찾아다니면서도 글의 전개 대부분은 가족들의 행동반경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참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러니 이것은 맡겨진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주요 포인트가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가족들의 모습이 주 내용이다.  가족이란 참....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페터 회의 범상치 않은 문장을 보니 왠지 번역가가 한 말이 무지무지 공감되었다.  나 역시 가끔 번역이란 작업을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이전에 페터 회의 글 원문을 읽은 적은 없지만 번역서만 보아도
그는  결코 번역가에게 녹녹한 작가가 아닐 것 같다. ^^;
 
- 번역가의 글-
" 문체가 강한 작가를 만나면 번역가는 조심스러워진다.
페터 회의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간결하고 서늘하고 '시크'했다." (p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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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늘'하다는 표현이 왜 이리 공감이 갈까.... ^^;

조금 더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페터 회의 다른 책들을 차근 차근 읽어보고 싶을 만큼
흥미로운 문장구성을 하는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이 글은 제 블로그에 작성한 글과 동일합니다. 무단도용금지! 

http://blog.naver.com/boteroart/220989226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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