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마리암 마지디 지음, 김도연.이선화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약간 의아했다.
이란인인 저자가 여섯살 때 프랑스로 이주한 후 프랑스인으로 성장하며 자랐고 이란인이자 프랑스인인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들었다. 그런데 책 표지에는 '마리암 마지디 장편소설'이라고 적혀있었다.
엥? 소설? 에세이 아닌가?

책을 다 읽고 나서 왜 소설이라고 썼는지 알았다.
저자는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마치 타자가 된 듯 소설처럼 때로는 시처럼 썼다.

 

 

240여 페이지로 이루어진 책은 정말 순식간에 읽혔다.
그런데 서평을 쓰려니 좀처럼 시작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저자의 삶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기에 내 짧은 글 안에 무엇을 어떻게 담아내야할지 고민했던 것 같다.

이란의 테헤란에서 태어난 1980년에 태어난 마리암.  그녀는 여섯 살에 프랑스로 이주해서 지금은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프랑스인이다.
마리암 마지디 이외에 내가 좋아하는 영화감독이자 만화작가인 마르잔 사트라피 역시 이란 출신인 프랑스인이다.
1969년생인 마르잔 사트라피는 마리암과는 띠동갑 정도 차이가 난다.
그래서인지 이란정권의 혼돈 시기를 바라 본 이 두 작가의 경험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끊임없이 내란이 일어난 혼란 속의 이란.
마치 우리나라와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자유와 민주를 추구하는 운동을 했고, 정부는 강력하게 이를 저지했다.
이란의 여인들은 히잡을 써야했고, 인권은 거의 말살당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1980년생인 마리암은 그때 막 태어났고, 공산주의를 꿈꾸었던 부모는 한창 피끓는 청춘의 20대였기에 학생운동 한 복판에 있었다. 하지만 1969년생이 마르잔은 좀 달랐다.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혼란한 이란에서 삶을 뒤로하고 잠시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방황하다 다시 이란으로 돌아온다.

마리암의 부모는 우리도 주변에서 많이 보아 온 전형적인 급진 운동권 인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아직 아기인 자신들의 아이 마리암을 운동권의 연락 수단으로 활용할 만큼 급진파 운동권이었던 마리암의 부모. 
싸움이 길어지면 약자 쪽은 점점 지칠 수 밖에 없다.
오랜 민주화 투쟁. 그러나 빛은 점점 더 멀어져갔고.... 마리암의 부모는 결국 이란을 떠나 프랑스로 망명했다. 마리암을 데리고.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부모의 뜻에 의해 삶의 터전을 바꿔야했던 아이 마리암.
내 주변에 비록 망명은 아니지만 부모의 의지에 의해 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언젠가 그들에게 물어 본 적이 있다.
"만일 이민 가지 않았다면 어땠을 것 같아?"
"글쎄... 어차피 어린 아이였던 나에게 선택권은 없었으니 생각해 봤자지."  
마리암 역시 그런 기분이었을까?

p101
어디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입을 다물고 싶다. 지어내든, 거짓말을 하든, 무엇이든 좋으니 다른 얘기로 돌리고 싶다. 다른 질문을 해줬으면 좋겠다. 설령 그 질문이 너무 터무니없어서 나를 당황하게 만들고 놀라게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국적인 나만의 작은 세계에 취해 살면서 자부심을 느끼고 행복해한다. 자부심의 정체는 남들과 다르다는 우월감이다. 하지만 그건 진짜 내 모습이 아니다. 나는 다만 낭만적인 망명자의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을 뿐. 이를 일깨우는 내면의 목소리는 늘 거북하다. 당신에게 이 가면을 드린다. 받으시라. 당신의 두 손에 내려놓는 이 가면을.

마르잔 사트라피를 통해 이란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났다면
마리암을 통해서는 이란뿐만 아니라 디아스포라들의 대해 보다 좀더 깊게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란인의 얼굴을 하고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마리암에게 페르시아어는 어떤 의미인가?
이 소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나라 반대편에 자리한 한 여성의 삶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지금도 상상하기 어렵고 쉽게 갈 수 없는, 하지만 신비한 고대 문명을 간직한 페르시아 여인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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