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미학과 한국 현대미학의 탄생 - 캉유웨이, 야나기, 고유섭 인물세계철학 1
정세근 지음 / 파라아카데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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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이라. 참 멋있는 단어라고 생각하고, 한번 공부해보고픈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 호기롭게 선택한 책이었는데... 솔직하게 말하겠다. 조금 어려웠다. 그래도 제 3장인 '조선의 예술은 인류의 비극을 담는다' 는 꽤나 재미있었다. 그래도 한 명쯤 있지 않았을까?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 이 진짜로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3장은 다쿠미와 야나기에 대한 장이다. (개인적인 감상으론... 조선 문화를 사랑하게 된 '덕후' 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랬다. 생활비를 털어 소반을 샀다는 다쿠미의 이야기를 보고 밥값 아껴서 블랙핑크 앨범을 산 나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에...)

아래는 다쿠미(1891~1931)가 남긴 글이다.

"산 위에서 바라본 경복궁 내의 신축청사는 정말로 어이가 없어 화가 난다.

백악이나 근정전이나 경회루나 광화문 사이에 고집스럽게 비집고 들어서 있는 것은 너무나 뻔뻔해 보인다.

(...) 백악산이 있는 한 영구히 일본인의 수치를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선신사도 영구히 일본과 조선민족의 융화를 도모하기는커녕 오히려 이것들이 문제가 될 것이다."

-<조선의 흙이 된 일본인> 재인용

개인적으로 화 내는 모습이 재미있는 것은 바로 지식인들이 화를 내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욕설이나 물리적인 폭력이 섞인 분노보다는 고상하고 우아하게 왜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 어떤 부분이 저급한지 논리적으로 요모조모 반박하는 모습이 어느 누구보다 신랄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당시의 사상적 분위기가 있다.

그것은 무정부주의로 흔히 테러리스트로 알고 있는 아나키스트다. (...)

당시 일본은 이러한 사상의 용광로였다. (...)

1910년 고토쿠 슈스이가 일왕 암살을 기도한 이른바 '대역 사건' 이 벌어진다."

p.122

일제 강점기의 역사를 의무교육으로 받은 한국인의 입장에서, 일제 강점기 당시의 일본의 모습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한국인이 할 짓이냐?!' 정도로 분류된다는 암묵적인 룰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때문에 함부로 관심을 가지지 못했고, 어떻게 접해야 하는지 감조차 잡지 못했었기에 책을 통해 처음 읽어보며 상당히 흥미롭다고 느꼈다.

<동양 미학과 한국 현대미학의 탄생> 책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다고 느꼈던 장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는데, 제2장의 '한나라의 옛 글씨로 돌아가자', 제4장의 '너희는 탑의 힘참을 보았는가' 장도 천천히 차근차근 읽다 보면 꽤나 재미있는 장이다. 조금 어렵지만... 한국의 미학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에게 내밀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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