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시크릿 - 레시피를 연마하는 셰프의 삶을 살아라
심은일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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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용감히 휴학을 '때리고' 나서, 한가지 도전해 본 일이 있다. 바로 음식점 알바. 남들 스무 살 넘으면 누구나 하는 건데 왜 도전해 본 일이냐 함은, 나는 성인이 되고 나서 운 좋게도 '몸 편한' 일만 계속 했었기 때문이다. 도서관 알바, 과외, 뭐 이런 것들 말이다. 언젠가 고삼이었을 적에는 카페나 음식점 알바가 꿈이었을 적이 있었으나, 다른 친구들이 앓으면서 알바를 다니는 걸 보며 '안 하길 잘했던 것 같다' 하고 슬며시 생각했었더랬다. 그럼에도 휴학을 하고 시간에 여유가 생기자 슬그머니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을 보아 완전히 미련을 버리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나는 어찌저찌 브런치카페에 불쑥 지원했다가 덜컥 붙어 3개월 동안 일하게 된다. 


알바처에서 배운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로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비싼 돈을 내어 가며 구매할 만한 음식을 만들고 꾸밀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고, 둘째는 사람들이 어떤 음식들을 어느 시간대에 선호하는지에 대한 것, 그리고 셋째는 고객이 어떠한 때에 기뻐하고 불쾌해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런 걸 한 2개월차쯤 깨우쳤을 때 즈음, 오만한 자신만만함에 차 이후 작은 음식점을 차린 내 모습을 상상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더운 여름에 뜨거운 팬 앞에 서 있는 것이 싫어 알바를 그만두고 나서도 이런 막연한 생각은 여전히 머리 한 구석에 가지고 있던 참이었다. 말단 알바생으로서 내가 어깨너머로 야금야금 배운 것들 말고, 진짜 프로 요리사가 식당을 경영하며 배우고 느낀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었기에 <셰프의 시크릿>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딱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와. 이분 정말 자기 일에 진심이구나... 이 사람의 셰프로서의 마음가짐보다는, 직업인으로서 가지는 마음을 정말 배우고 싶었다. 어떤 활동에 임할 때 어떻게 하면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백방으로 고심해 보고, 생각한 대로 최선을 다해 실행으로 옮기는 사람은 세상에 몇 없기 때문이다. 언제 어떤 손님이 오시는지 관찰하고 그 손님에 맞춘 메뉴를 준비하는 것, 시급 따지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만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 백방으로 시도한 레시피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 등등. 셰프라는 직업을 가졌을 때 할 수 있는 101가지는 전부 달성한 사람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초밥집은 예상할 수 있는 고객님을 8가지로 나누어 생각한다. 남성과 여성 그리고 10대, 20대, 30대, 40.50대의 8가지 예상 고객으로 나누고 고객님에 따라 초밥의 밥양과 요리의 간을 수시로 조절하고 있다.'


'중급 실력자라면 남들보다 30분 일찍 출근하고 30분 일찍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주방 책임자라면 남들보다 30분 일찍 출근하여야 한다. 요리 실력을 높이고 싶다면 요리 실력을 높이고 싶은 만큼 일찍 출근해라.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은 만큼 남들보다 일찍 출근한 사람만이 실력을 높일 수 있다. 정확히 노력한 그것만큼 요리 실력이 향상될 것이다.'


'가게가 바쁘거나 손님들로 가게가 꽉 찼을 때는 누구나 친절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게가 바쁘거나 손님들로 가게가 꽉 찼을 때 미소를 잃지 않고 본인이 맡은 일은 물론이고 일손이 부족한 곳까지 신경을 써줄 수 있는 사람만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셰프의 삶이 더 알고 싶어서 책을 펼쳤건만, 키워드만 조금씩 바꾸면 어느 맥락에나 대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상세한 현장에서의 인생관을 엿본 기분이었다. 작가가 깨달은 삶의 조언들 사이사이에 풍성하게 묘사되는 음식점에서의 사건들은 마치 내가 그 바쁜 일상을 함께 뛰었던 듯한 느낌을 전달해주었다. 때문에 진심을 다하는 셰프로서 일하는 것을 꿈꾸는 사람, 혹은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싶은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첨언하자면 나는 '나중에 인스타카페나 차리지 뭐' 하고 어렴풋이 생각하던 사람이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포기했다. 이유가 궁금하다면 책을 펼쳐 작가의 단단한 신념을 살펴보길 바란다. 


아, 나중에 심 셰프의 '스시웨이'도 꼭 가보고 싶다. 고객에게 나가는 요리 한 조각에도 열과 성을 다하는 사람이 만드는 요리가 정말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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