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페미니즘하다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11
이은용 지음 / 씽크스마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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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과격하다? 피하고 싶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제 친구들은 대학생이 되며 하나같이 본인에게 페미니스트라는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친구의 SNS 소개란에 붙은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에 저는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페미니즘에 대해서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은, 단어가 거칠고 종종 입이 떡 벌어지는 범죄가 가끔 있는 그런 것이었거든요. 이성적이고 좋은 친구들이 주창하는 것이니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왠지 꺼려지고 그 주제의 대화를 피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었습니다.

 

  제가 간과했던 것은, 어떤 결과에는 반드시 앞선 원인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페미니즘이라는 결과는 왜 나오게 되었을까? 무엇이 사회의 여성들로 하여금 목소리를 높이게 만들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 페미니즘하다책에서는 그동안 우리 사회의 수면 위로 떠올랐던 굵직한 사건들을 골라 설명하며 그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줍니다.

 

  첫 장을 펼치면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앞서 들어온 여섯 명의 남자는 그냥 보내고, 그 후에 들어온 여자를 32센티미터짜리 칼로 찔러 죽인 살인자 김성민의 이야기였습니다. 뒤이어 홍익대 미술 수업에서 찍힌 것으로 추정된 남성 모델 누드사진이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하자, 공공화장실에 설치된 몰래카메라 범죄 가해자는 잡지 못하고-혹은 않고-있던 경찰이 순식간에 (여성이라 추정되었던) 범인을 검거했던 사건도 나옵니다. 이는 자신의 성추행 피해 경험을 어렵게 이야기했던 양예원씨와, 개인 SNS로 그에 연대하는 뜻을 밝힌 수지가 해명문을 올려야 했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82년생 김지영을 인상깊게 읽었다는 아이돌 아이린의 사진을 자르고 불매하겠다고 화를 냈던 일부 네티즌들의 이야기를 읽어가며, 저는 파편적으로 조금씩 알고 있었던 이 사건들의 퍼즐조각이 맞춰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시끌시끌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도 이 책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나 합니다. 아마 책이 조금 더 늦게 출간되었다면 분명히 이 사건도 책에 실렸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전히 여성을 향한 범죄는 너무나 빈번하고, 세상에는 아직 올바르게 고칠 수 있는 손길이 필요하고, 그래서 페미니즘이 필요하며, 이러한 책들이 더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반 대중들 자신이 아는 대로의 페미니즘 말고, 조금 더 논리성을 갖추고 있고 사실 위주의 글을 쓰는 작가들이 쓴 책들이요. , 페미니즘하다책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페미니스트들의 모든 행보들에 완전히 동의하긴 어렵더라도, 페미니즘에 대해 조금 더 친근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왜 이런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면서요. 저 또한 그랬거든요.

 


페미니즘은 오랜 가부장제 때문에 비틀어지거나 잘못된 걸 바로잡으려는 생각이자 움직임입니다. 누구나에게 고르고 판판한 민주주의를 노래했음에도 여성만은 끝까지 집 안에 가두려 한 짓을 돌이켜 보는 거. 사람 몸 생긴 게 성에 따라 다르되 그게 곧 권력 있고 없음을 가르는 기준일 순 없다고 깨닫는 거. 그리 기운 세상을 올바르게 고치는 거.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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