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2만 리 1 ㅣ 비룡소 클래식 25
쥘 베른 지음, 드 뇌빌 외 그림, 윤진 옮김 / 비룡소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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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괴물이 사실은 잠수함이었다는 반전부터, 인간 세상과 인연을 끊고 바닷속에서 살아가는 네모 선장의 모습까지. 해저 2만리는 처음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였다.

특히 노틸러스호 안에서의 생활이 흥미로웠다. 해초로 만든 향수, 고래수염으로 만든 펜, 먹물로 만든 잉크처럼 바다에서 얻은 것들로 일상을 꾸려간다는 발상이 신선했다.

물론 모든 부분이 흥미진진했던 것은 아니다. 네모 선장이 노틸러스호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마치 과학책을 읽는 듯했다. 세세한 설명이 이어지다 보니 조금 지루하기도 했다.

그런데 책을 읽어나갈수록 생각이 달라졌다.

이토록 방대한 바다에 관한 지식을 얻기 위해 작가는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을까. 그리고 그 지식을 하나의 모험소설로 풀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까.

단순히 지식이 풍부하다는 사실보다, 그 지식을 바탕으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 놀라웠다. 과학적 지식과 문학적 상상력이 만나 만들어 낸 노틸러스호의 세계는 실제로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도 바다를 묘사하는 문장들은 무척 아름다웠다.

✏️ 태양의 애무를 받으며 깨어나고 있습니다.

이 문장을 읽었을 때는 잠시 책장을 넘기는 것을 멈췄다. 바닷속 생명들이 햇빛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을 이렇게 낭만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니.

과학적 지식으로 바다를 생생하게 그려내면서도, 그 안에서 시적인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편, 노틸러스호의 세계가 구체적으로 그려질수록 네모 선장은 오히려 더욱 미스터리한 인물로 느껴졌다.

그는 어느 순간 홀연히 나타났다가 다시 모습을 감춘다. 노틸러스호의 주인이면서도 정작 그 안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아로낙스 박사가 이 모든 것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네모 선장이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라 박사의 꿈속에 나타난 허상의 인물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노틸러스호는 실제로 존재할 것만큼 생생한데, 정작 그 안의 네모 선장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이 묘했다.

1권을 덮고 나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처음에는 이야기의 반전에 놀랐고, 노틸러스호의 생활에 호기심을 느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이 모든 세계를 만들어 낸 작가가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동안 지루하게 느껴졌던 설명들조차 돌이켜 보면 이 세계를 생생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과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네모 선장의 정체도, 그가 인간 세상을 떠난 이유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

이토록 현실적인 바닷속 세계에서, 이토록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네모 선장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2권을 빨리 펼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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