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 ㅣ 머묾 세계문학 자아 3부작
버지니아 울프 지음, 정해영 옮김 / 머묾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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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잡기도 어려웠고, 몇 번이나 문장을 되짚으며 읽었다.

그러다 남성이었던 올랜도가 여성이 되는 장면에 도착했다.

놀라웠던 것은 성별이 바뀌었다는 사실보다 올랜도의 반응이었다. 너무나 무덤덤했다. 이렇게 큰 변화가 일어났는데도 올랜도는 자신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억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책의 표지가 다시 보였다. 처음에는 시대적 배경에 맞는 옷이 있는 표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성으로 변한 올랜도를 만난 뒤 다시 보니 얼굴은 보이지 않고 남성과 여성임을 드러내는 옷만 선명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겉모습이 달라진다고 그 안의 사람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올랜도는 정말 많이 변한다. 남성에서 여성이 되고, 수백 년의 시간을 살아간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도 달라지고 올랜도의 생각과 행동 역시 그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그 모든 변화 속에서도 올랜도는 계속 올랜도였다.

우리는 흔히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 대부분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하는 말이지만, 올랜도를 읽으며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게 됐다.

사람은 분명 변한다.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기도 하고, 관계를 겪으며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나 역시 어릴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똑같지는 않다. 어릴 때는 지금처럼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살아가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사회의 영향을 받으며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렇게 변했다고 해서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른 사람인 것은 아니다.

올랜도 역시 성별도, 시대도, 관계도 계속 달라지지만 기억은 이어지고, 오랫동안 문학과 글쓰기를 향한 마음을 놓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생각, 행동은 변하면서도 그 모든 시간을 관통하는 무언가는 계속 남아 있었다.

어쩌면 사람에게는 쉽게 바뀌지 않는 본질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변한다는 것은 이전의 내가 사라지고 새로운 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나를 품은 채 새로운 모습들이 계속 더해지는 과정일 수도 있다.

나는 계속 변한다.
그래도 나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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