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박물관

침묵 박물관
오가와 요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박물관 기사인 '나'는 박물관을 만들고 싶어하는 의뢰인에게 초봄에 면접을 보러 오게 된다. 어린 딸, 정원사 부부와 함께 사는 백살은 넘어 보이는 노파는 그동안 자신이 모아 온 물건과, 앞으로 내가 모아 올 물건들을 가지고 특별한 박물관을 만들고 싶어한다.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 본 적 없고, 본 적도 없는, 상상할 수도 없는 박물관! 

노파는 죽은 사람의 유품 박물관을 원한다. 그 죽은 사람이 존재했다는 걸 가장 생생하고  충실하게 기억해 줄 물건, 그 사람을 대표해줄 만한 물건! 그 물건들은 결코 얻을 수가 없는 것들이라 몰래 훔쳐야만 한다.

나는 노파의 집에 머물면서 그동안 노파가 모아 온 수집품들을 정리하고, 등록하고, 손상된 부분은 보수하고, 사진을 찍어 현상하고, 자료 카드를 작성하고, 박물관으로 쓸 마구간 개조에도 참여한다. 그러는 동안 마을에 누군가가 죽게 되면 유품도 훔쳐온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드디어 '침묵 박물관' 간판을 걸게 된다.

처음에는 잘 모르는 누군가의 유품을 몰래 훔쳐 오는게 양심에 걸려 싫었던 나는 '침묵 박물관'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이 생기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은 자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물건을 얻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나는 유품 수집을 하러 다니다가 마을에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의심을 받고, 경찰들의 감시하에 놓인다.

무언가에 대해 갖게 된 관심이 애정이 되고, 애정이 지나치게 됨 집착이 된다. 그 집착때문에 이성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고도, 잘못이라는 걸 의식하지 못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보는 선과 악의 기준이 달라진다.

내가 죽은 후 그들이 과연 나의 어떤 물건을 챙겨갈 것인지 궁금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나에게서는 어떤 유품을 가져갈 것이냐고?

p. 118
"유품은 그 사람이 살아 있었다는 증거가 되는 물건인데, 왠지 사후 세계에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그러니까 과거를 가둬놓은 상자가 아니라  미래를 투영하는 거울 같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영화화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해 본다.